내 러시아 할머니의 미제 진공청소기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정영문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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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글다글한 살림솜씨에, 오종오종 귀엽고 야물딱스럽게 걷던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살짝 추억에 잠기게 되더군요. <내 러시아 할머니의 미제 진공청소기>를 보면서 말이죠. 뭐든 중요한 건(할머니 표 금가락지와 금비녀, 아빠가 준 용돈, 내가 사온 간식거리들, 엄마가 사준 내복,,,) 할머니 장롱에 숨겨뒀던, 그래서 제발 좀 입고, 먹고, 쓰시라며 해도 결단코 쓰지 않다가 할머니가 싸랑해마지 않던 큰손주인 제 동생 뒷주머니에 쓱 용돈 넣어주시던 할머니가 말이죠.

 

이스라엘 메이어 샬레브 작가의 자전적인, 자신의 가족 얘기를 담아놓은 소설 속 토니야 할머니는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면서, 추억과 함께 그리움, 웃음을 선물한 책이었어요. 선물 받은 미국 일렉트릭 제너럴사에서 만든 진공청소기, ‘스페이르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는 청소기를 보물 다루듯 쓰지 않고 창고 속에서 꺼내지 않았던 그 진공청소기는 왠지 장롱 속 할머니의 보물을 보는 듯 했으니까요.

 

<내 러시아 할머니의 미제 진공청소기>는 저자의 외할아버지 아하론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하론의 형인 예사야후는 미국으로 이주해 샘이란 이름으로 자유주의 사회에 물들어갑니다. 하지만 아하론 할아버지는 그런 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에 정착한 자신과 다른 이념을 갖고 있는 형을 배신자라 칭하며 그가 가계에 보탬을 주려 보내온 돈은 모조리 돌려보냅니다. 예사야후 할아버지 역시 만만치 않은 고집인지라 돌려보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보내고,, 그런 핑퐁 머니 게임을 하다가, 집안 청소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우리의 토니야 할머니가 꼼짝 못할, 그리하야 토니야 할머니의 남편이자 자신의 동생인 아하론 역시 돌려보내지 못할 선물을 보내게 됩니다. 이름하야 미국 일렉트릭 제너럴사가 만든 진공청소기를 말이죠. 물론 돌려보내지 않았음은 짐작하시겠죠? ‘스페이르란 이름까지 토니야 할머님께 선사받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청소기의 운명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진공청소기 역시 사용하면 빨아들인 먼지가 청소기를 더럽힐 것이라 생각한 할머니는 그 뒤 청소기를 사용치 않고 40년 간 창고에 보물처럼 보관됩니다. 물론 그 청소기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말이죠.

 

진공청소기 하나로 멋드러진 가족사가 이렇게 탄생됩니다. 아하론 할아버지와 예사야후 할아버지, 형제의 고집스런 전쟁, 토니야 할머니의 집착에 가까운 청소 중독과 스페이르를 향한 사랑, 이 모든 것을 추억하고 있는 저자의 옛 기억 여행은 우리에게 또 다른 아련한 여행을 떠올리게 합니다. 초반엔 좀 지리한 듯 싶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길수록 킥킥 거리며 웃게 되고, 따뜻한 뭔가를 찾게 만드는,,, NFF 시리즈의 가장 큰 묘미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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