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 한국인 식탁에 등장하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쟁점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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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이른바 '유전자 변형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일컫는 이 용어를 알고 계신가요? 얼마 전 잠잠하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자조작(GM) 옥수수를 먹은 쥐들에게 종양과 복합적인 장기 손상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프랑스 학자들의 연구결과 때문이었는데요. 생물학자 세라리니 교수가 이끄는 프랑스 칸대학의 연구팀의 연구로 지난 2년 동안 200마리의 쥐를 상대로 GMO 유해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4분의 3에 해당하는 쥐가 심한 종양에 걸렸다는 결과였습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실험을 했다는 이유와 미국의 저명한 잡지에 실리면서 이 실험의 가치와 진지성이 인정됐지만, 곧이어 프랑스 정부의 보건 안전 기구가 관련 연구를 한 달 동안 검토한 뒤 해당 연구에서 GMO를 먹인 쥐 그룹과 보통 사료를 섭취한 쥐 그룹 등 비교대상 그룹별의 표본 수가 너무 적다고 밝히면서 여기에 발생한 쥐들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고 보고가 있었죠. 물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연구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생체실험 대상이었던 이 쥐들에게 실험한 GM 옥수수 NK603이 바로 2002년 우리나라에 식용(2004년 사료용)으로 수입을 승인한 품목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소비자가 섭취한 종류의 GM 옥수수였던 것이죠.

 

놀라운 사실이죠? 어쩌면 내가 먹었던,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일지도 모를 GMO 식품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연구결과의 품목이었다니 말이죠. 소름이 돋더군요. 물론, 유전자조작 식품(GMO)의 안전성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죠.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전자를 사람이 조작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문제 삼고 있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의심을 접고 유전자조작의 편익을 생각하자고 주장합니다. 옳으니 그르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GMO는 이미 우리 식탁 위의 문제라는 겁니다. 이미 우리가 16년 간 먹어왔으니 말이죠. 때문에 더더욱,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생명공학 식품이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식탁에 올라와 버린 상황을 파악하고 현실에 대처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시작합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GMO는 콩과 옥수수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 들어온 식용 GMO 옥수수는 200871만여t에서 지난해 102만여t으로, 대두는 같은 기간 83만여t에서 85t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수입 콩과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간장, 식용유 등 GMO 식품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문제는 수입 콩이나 옥수수를 원료로 제조, 가공한 식품 어디에도 GMO 식품 표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MSG 항목은 살펴보면서 GMO 항목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듯 싶습니다. 현행 표시제는 GMO 원재료 함량이 다섯 번째 이내인 것 중 원형이 남아 있는 식품만 표시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GM콩으로 만든 콩기름은 콩의 형태가 남아 있지 않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죠. 많은 GMO식품이 표시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GMO 유전자가 검출되는 모든 식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표시한다고 하는데,, 우리 역시 이런 방안이 검토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군요.

 

사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GMO 유해성 논란은 그저 기사 한 편에 실린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은 GMO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입니다. 국내에 수입돼 온 GMO의 현황은 어느 정돈지, GMO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택해 판단 내릴 수 있도록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는지, 또 수입국의 위치에 있던 우리나라가 수출국으로 바뀐다면 어떤 새로운 쟁점이 등장할 수 있는지, 이와 함께 서구 사회에서 이미 식탁에 오른 것으로 짐작되는 복제 동물 식품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정말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더군요. 이 책은 지금까지 GMO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선택에도 기회가 있을 테니까요.

 

유전공학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되겠지만,

인구 증가에 따른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은 되겠지만,

GMO의 안전성과 위해성 여부는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놓더라도,

소비자들이 알아야할 권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박탈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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