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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물의 관은> 평범한 여관집 주인 아들로 여관집 주인이 됨에 아무 의심 없는 그래서 이 평범함을 극도로 거부하고 싶은 소년 이쓰오와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무관심, 그리고 전학 온 후 시작된 왕따와 폭력이란 현실에 둘러쌓인, 그래서 평범함이 마냥 부럽기만한 소녀 아쓰코의 이야기다. 이쓰오는 자신의 평범한 인생이 싫고, 아쓰코는 제발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엮일 것 같지 않았던 동급생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살던 소년과 소녀는 여우비가 내리던 날, 아쓰코가 마트에서 동생에게 선물할 인형을 훔치는 것을 이쓰오가 목격하면서 조우하게 된다. 발견이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쓰코는 이쓰오에게는 얼마 전 학교에서 학생들의 타임캡슐 안에 묻은 <20년 후 나에게> 쓴 편지를 바꿔치기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아쓰코는 그 속에 누가 자신을 괴롭혔는지, 어떻게 당했는지를 상세히 써 놓았던 것이 후회됐고, 지나가는 말로 좀 더 그럴 듯한 내용을 적을 걸 그랬다며 평범한 편지를 후회하는 이쓰코의 말을 듣고 둘이서 타임캡슐을 파 내 편지를 바꾸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 편지에는 평범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뒀어. 이 마을로 이사 와서 바로 친구가 많이 생겼고, 모두 함께 사이좋게 평범하고 즐거운 생활을 했다고. 나, 그 편지를 타임캡슐 속의 편지와 바꾸고 싶어.”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타임캡슐의 편치 바꿔치기 작업에 들어갔고, 자신의 삶이 평범하다 생각했던 소년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할머니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왠지 우린 도롱이를 키우며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쓰오의 할머니도 평생 평범한 삶을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도롱이 벌레를 선향 상자 속에 두고 기르다가, 가을이 깊어지면 상자에서 꺼내서 마당의 나무 밑동에 놓아둔다. 창문 바로 밖에 있는 나한송 밑동이다. 그러면 도롱이 벌레는 어느 틈엔가 알아서 줄기를 기어 올라가 나한송 잔가지에 실을 묶어 매달린다. 그리고 도롱이 속에서 번데기가 된다. 수컷은 우화해서 밖으로 나오고, 암컷은 그 수컷과 교미해 도롱이 속에 알을 낳는다. 이윽고 부화한 유충들이 도롱이 밖으로 나가면 암컷은 땅에 떨어져 죽는다. 예전에 할머니가 가르쳐 준 도롱이의 일생이다.”
어쩌면,,, [물의 관]은 파랑새를 찾으러 다니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겪으며 평범함 속에 행복이 존재함을 몰랐던 이쓰오와 그 평범한 행복을 원하는 아쓰코를 통해, 그리고 다즈짱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 할머니의 과거를 통해, 우리에게 파랑새는 새장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돼 주고 있다. 물론 치유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