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a's Kitchen 요나의 키친
고정연 지음 / 나비장책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기다림은 앞으로 다가올 행복에 대한 준비 과정이므로 바쁜 일상을 쉬어가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으로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대화가 단절되고 물이 줄줄 새어버릴 만큼 마음이 헐거워져 버린 때는 낯선 사람일지라도 그들과 나 사이에 감도는 침묵의 긴장감이 벌어진 마음 사이사이를 빼곡하게 채워줄 것만 같다. 누군가 내게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크리스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 끝에 스멀스멀 차가움이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부터 매일 달력을 확인하며 1225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날들과 바로 그때 내 안을 채우는 설렘을 좋아한다.

- <요나의 키친> 132~133

 

요나는 이렇게 자신에 대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펼쳐놓고, 독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등장하는 <슈톨렌>을 소개한다. 12월이 접어들면 일찌감치 슈톨렌을 만들어 매주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풍습과 함께 버터로 코팅한 빵을 슈거파우더로 한 번 더 코팅해 놓은 슈톨렌을 말이다. 사실,, 슈톨렌을 보고만 있어도 흰 눈 쌓인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데,,, 럼주에 절인 말린 무화과, 체리, 오렌지, 견과류, 시나몬, 넛맥가루로 반죽해 발효시킨 그 슈톨렌을 소개하면서 요나는 기다림 뒤에 다가올 행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녀에겐 아마,, 요리가 고통스런 기다림 뒤에 다가온 절대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스타일리쉬한 <요나의 키친> 표지는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그만이다.

물론 그 속에 채워진 에세이와 레시피 역시 그만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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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대한 행복감을 맛보기 전 그녀는 섭식장애를 앓았던 내력이 있다. 섭식장애를 극복한 이후 음식에 대한 미감을 알게 된 그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 바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누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 행복이 시작된 것이다.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란 사실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녀 섭식장애를 앓았기 때문에 그 병을 극복하고 다시 맛있는 음식의 참 맛,

그리고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찾았기 때문 아닐까?

 

일본 유학길에 올라 처음 하는 자취생활을 통해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 먹고, 수제 햄버거 집에서의 아르바이트, 무엇보다 요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면서 섭식장애를 앓으면서 들었던왜 먹을까에 대한 의문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식사와 요리로 변화해 갔고, 그렇게 그녀의 일상이 행복한 고민으로 채워지게 됐던 것이다. 내 몸이 원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음식을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서로에게 솔직해져 가는 과정이고, 그렇게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선 자신부터 솔직해져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아간 것이다. 어쩌면, <요나의 키친>은 음식에 대한 에세이와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이 아닌 요나의 성장기일 수도 있겠다. ^^;;; 크기는 작지만 속은 꽉 차 있는, 허기진 이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그녀의 자취방 신비로운 냉장고처럼, 요나는 요리도, 자신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힘을 얻게 된다.

 

특히나 궁금했던 음식은 요나의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한 수제 햄버거 가게에 그녀가 고안한 메뉴인(지금도 맛볼 수 있는) 인도여행을 기억하며 만든<차나 마살라 탄두리 치킨 버거>와 요나 만의 특제보양식 두부요리 <히야얏코>, 그리고 규슈에서 만난 진정 최고의 맛 <오야꼬동>은 꼭 한 번 도전해 보리라.

 

문이 열리면 환한 미소의 요리사 요나가 우리를 반길 것 같은 책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부엌, 요나의 키친문을 두드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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