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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지옥 紙屋 - 신청곡 안 틀어 드립니다
윤성현 지음 / 바다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군가가 나에게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싫다고 대답할 것이다. 난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이십대가 그토록 찬란하게 젊음이 빛나는 시절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특별히 재능이 뛰어나거나 굉장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 말고는 이십대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나?..... 단적으로 이십대와 삼십대의 나의 삶을 비교해본다면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나의 이름을 걸고 뭔가를 할 수가 있었다. 이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구조상 나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서른이 되면 마치 찬란하기만 했던 이십대가 끝장남과 동시에 세상을 이미 다 살아버린 것처럼 생각하는 청취자들의 무거운 마음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신청곡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고, 살아보시면 그게 아니란 얘기를 꼭 해드리게 되는 거다. 물론 신청곡은 틀어드리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들으시죠.”
- 윤성현의 [라디오 지옥] 205쪽-207쪽 중략
꽤 오래 전 사두었던,,, 그러니까,, 2010년 신간일 무렵 사 두었던 윤성현 피디의 [라디오 지옥]을 이제야 펼쳐들었다. 2010년 12월에 초판이 나왔으니까,,, 한 2년쯤 흐른 시간인데,,, 왜 이리 추억의 한 장을 펼친 듯 한 느낌은 왜 일까? ^^
본인을 라디오 키드라 칭하는 윤성현 피디가 진행하는 <심야식당>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지라,,, 음,, 윤이모라 불리는 피디가 어떤 스탈인지는 모르겠지만 까칠하면서 쉬크하고, 시니컬한 말투에, 멋 부리지 않은 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의 BGM이 윤상의 악몽이라는 것, 너무도 취향 비슷한 플레이리스트(조동익의 <동경>, 루시드폴의 <오, 사랑>, Kings Of Convenience <Declaration of Dependence>, Sting의 <If on A Winter Night>, 윈터플레이의 <해피 송 버블>)까지,,, 음,,, 시니컬을 가장한 따뜻함을 안고 있는 남자구나,,,란 생각?
암튼,,, 좀 두서는 없지만,,, 라디오를 좋아하게 된 이유와 라디오 피디를 하게 된 배경, 라디오 피디를 해 오면서의 에피소드들(아이돌들, 특히 G드래곤과의 파장 후일담), 그리고 짧은 에세이(심야식당에서의 원곤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은 뒤의 짧은 에세이들이 소박하고 아련한 그의 감성이 담겨있어 더 좋았음이다. 왠지 거품이 제거된 느낌이랄까? 그가 <부암동이 좋은 이유>를 밝혔듯이 말이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구불구불한 소로를 걸으며 진정한 의미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강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고 심지어 그런 집이 점점 늘어난다.
동네 구석구석에 보물찾기 하듯 갤러리가 있어 계획 없이도 좋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들 설레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들을 바라보는 게 즐겁다.” - 137쪽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가장 맛있는 커피집이 늘어남에,
계획 없이도 좋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음에,
그리고 설레는 표정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즐겁다는 이 사람,,,,
역시,,, 그의 시니컬함은 가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