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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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튀김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채 썬 양배추다. 사실 나는 양배추 채를 비교적 잘 썬다. 사박사박 실처럼 가늘게 썰어서 사발에 수북하게 담아놓고 혼자서 그걸 다 먹어버린다. 기본적으로 사이드는 그것만 있으면 된다. 수북하게 담은 채썬 양배추와 갓 튀긴 따끈따끈한 굴튀김, 아직도 쉬익쉬익 소리가 난다. 그리고 두부와 쪽파를 넣은 된장국에 따뜻한 흰밥, 가지절임. 아참, 그렇지. 그전에 타르타르소스를 준비해둬야지... 아아, 큰일났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갑자기 굴튀김이 무진장 먹고 싶어졌다. 큰일났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171

 

왠지 하루키 에세이를 잡고 있노라면 따뜻한 햇살 속 간간한 바람, 시원한 캔 맥주 한 캔과 맛있는 샐러드나 굴튀김, 그리고 귓전을 울리는 감미로운 재즈 정도는 준비하고 책장을 펼쳐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먼저 일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든 하루키 아저씨(,, 본인은 아저씨라 불리는 걸 싫어한다지만,, 언제부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아줌마처럼 하루키 아저씨가 무척이나 잘 어울려진 듯 싶다.)의 에세이, 한동안 나오는 족족 사 봤던지라,, 그 얘기가 그 얘기 같고, 맥주와 달리기, 재즈, 고양이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단 생각에 등한 시 했던 것이 몇 년이었다. 빨간 표지의 그 예쁜 <잡문집>도 패스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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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조차 하루키스러운 듯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자꾸만 날 향해 손짓을 아끼지 않는지라, 담아왔는데,, ,,, 간만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땡스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그만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물론 재즈와 캔 맥주, 굴튀김 얘기가 빠지지 않았지만,,,), 그 뭐랄까? 무심한 듯 수다스러운, 결단코 맛없는 음식은 먹지 않을 것 같은 미식가스러움,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색(?)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결과적으로는 한없이 쓸데없는 이야기에 가까워지는

하루키 스타일 에세이 쓰기의 철칙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물론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세 가지 요건은 지키면서 말이다. 물론,,, 요건이라 얘기만 했지,,, 은연중에 내뱉으며 아님 말고 식으로 일관하지만 말이다. 크핫!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 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내가 쓴 글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 219

 

그대는 이미 그러하다. 그라치에 밀레, 하루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란 제목은 좀 독특한 그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에세이라서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 ,,, 딱히 내 맘에 들었던 에세이는 아니었지만,,, 제목으로선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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