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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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학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인 <제노사이드>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표지부터 구미를 당기지 않는가? 인류보다 진화한 새로운 생물의 출현에서 비롯한 인류 종말의 위협과 이를 둘러싼 음모를 추리 스릴러와 SF 기법을 통해 풀어나간 작품이라는데,,, 사실,,, 다카노 가즈아키는 관동대지진이나 난징대학살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한일과거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실제로 일본 내 인터넷 서점 독자 서평에 불편하다, 재밌지만 저자의 역사관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견이 상당수였단다. 미국 유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과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던 저자는 출간 당시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대학살)를 작품에서 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고 밝혔는데요. 우선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었지만 책을 선택하기 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로썬 저자의 올바른 사고방식이 더 흥미를 당기게 만들었음이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운 <제노사이드>는 두 줄기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한 통의 편지를 본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와 단둘만 알고 있는 암호 같은 문구 아이스바로 더러워진 책을 펴라.’를 통해 화학정의란 책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아버지가 몰래 연구를 하던 실험실에 대해 알게 되고, 그곳에 찾아간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발견하면서 아버지가 편지에 남긴 내용에 따라 약을 개발하려 하지만 의문의 여성과 경찰이 겐토를 쫓기 시작한다. 또 다른 이야기의 줄기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용병이 된 조너선 예거,,, 예거는 불치병 때문에 수명이 수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들 저스틴의 치료비를 위해 어떤 임무를 받아들인다. 준비기간 20, 작전수행 기간 10, 금액은 30일치,,, 내전 중인 콩고의 정글 지대로 가서 피그미족의 한 부족과 나이젤 피어스라는 인류학자를 없애라는 임무였는데, 그 명령 속에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물(누스)과 조우할 경우 그것 역시 제거하라고 명령이 떨어진다.

 

고가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

조너선 예거는 제노사이드를 행할 수 있을까?

두 축의 이야기로 르완다 내전, 강대국의 식민 지배, 자원 분쟁, 무장 집단의 횡포 등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역사와 참혹한 현실을 묘사하면서, 미국의 정책과 군사 행위, 정권의 실상 등이 소설 속 미국 대통령 번즈를 통해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함과 동시에 인류에게 내려온 재앙이라 칭하는 새로운 생물, 신인류에 대한 제노사이드가 옳은 결정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신인류가 된 현생 인류가 새로운 인류에게 위협을 느낀다는 가설이 놀랍지 않은가? 이 작품은 저자가 25년에 걸친 오랜 구상,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탄생한 소설로, 스무 살이었던 1984<문명의 역설>이란 책에서 생물 진화 가능성에 대한 구절을 읽으면서 이 작품을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엔 허황된 아이디어라 여기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뒤 발전된 분자생물할 이론을 바탕으로 인류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진화한 존재가 등장할 경우 인류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플롯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핵심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인류 멸망 시나리오인 <하이즈먼 리포트>나 치명적인 불치병 <페포 상피 세포 경화증>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서술과 탄탄한 설명이 더해져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일로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는데,,, 물론 이렇게 저술되기 까지 현직 학자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치밀한 자료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음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는 인류학, 진화론, 국제정치, 밀리터리 등 폭넓은 분야를 넘나들고 있는 소설이란 점에서 분명 흥미로움과 함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즐거움 가운데는 현생 인류가 자행하고 있는 살육과 폭력이란 지옥이 존재함과 그런 지옥의 중심에 인간이 있음이란 사실이다.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중심 속 인간에게 남아있는 희망을 끄집어 내고 있다. 고가 겐토를 도와주고 있는 한국인 정훈을 통해 우리네 이란 마음, 그리고 아무 댓가 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누군가를 구원해주는 이들(고 이수현) 역시 진화한 인간이라 얘기하고 있다. 물론 그 수는 미약하긴 하지만,,, 때문에 <제노사이드>는 새로운 종에 의한 인류 멸망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재앙은 결국 인간임과 동시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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