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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ㅣ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조드,,, 소설 제목인 조드는 내륙 초원 지대의 겨울 재앙이다. 가뭄과 추위가 겹치면서 양, 소, 말 등이 떼죽음을 당하고, 초원이 황량한 사막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그 피해가 쓰나미 버금가는 천재지변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조드가 닥치면 유목 민족은 죽음의 땅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약탈과 전쟁으로 점철되는 역사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유목민족의 운명과 가치관은 조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갖게 만든 소설이 바로 김형수 작가의 <조드>이다. 칭기즈칸 탄생 850주년 중세의 위대한 노마드 칭기즈칸의 삶을 통해 21세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 도대체 어떤 서사시가 펼쳐져 있을까?
작가 김형수는 얘기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사회주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전면화 앞에서 길을 잃었던 그에게
‘땅 위에 아무것도 없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동차든 가고 싶은 데로 가면 된다.
한번 마주친 사람을 그 생애에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정성을 다한다.’는 몽골,,
존재 자체가 외로움으로 가득 찬 유목민들의 나라, 몽골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1998년 몽골로 여행을 떠났고, 10여 간 매년 한 번꼴로 몽골을 다녀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개월간 체류하면서 써 낸 소설이 바로 <조드>인 것이다. 때문에 몽골 초원과 유목민들의 삶 자체가 꽤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 듯 광활한 몽고의 대 초원을 배경으로 동북아시아 변방에 버려진 황야의 늑대처럼 살아남은 칭기즈칸의 대장정이 펼쳐져 있다.
테무친, 훗날 칭기즈칸이 된 몽골 제국 건국자의 생애를 다룬 소설로 만주족에게 망한 한족의 나라 명, 그 이전에 중원을 장악했던 유목 민족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보르지긴 씨족 예수게이의 아들로 태어난 테무진, 당시 몽골 초원은 수십 개 부족과 씨족들 간 전투가 벌어졌고, 사냥, 유목, 약탈, 납치, 교역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시대, 그 와중 예수게이가 테무진을 버르테와 약혼시키고 돌아오다가 타르타르족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 뒤 고초를 겪게 된 테무진은 자무카와 의형제를 맺고 버르테와 결혼해 유력한 부족 케레이트의 옹 칸에게 복종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아내 버르테가 납치된 후, 아내를 납치한 메르키트족을 공격해 승리하고 타르타르족 원정에 나선다. 아바르가를 근거지로 삼아 세력을 불리면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자무카와 맞선다. 그리고 옹 칸마저 굴복시킨 뒤 초원의 왕으로 등극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몽골의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야생의 거친 환경(특히 늑대 떼가 말을 공격하는 장면 묘사는 단연 압권이었다.), 초원의 외로운 영혼들이 가졌던 광활하고 거침없는 정신세계, 대지의 여유와 서정을 통해 유목민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정주문화가 아닌 유목민족의 사는 방식과 자연을 읽어내며 그들의 생각을 정립해감에 있어서 우리와 또 다른 멋스러움이 느껴졌달까? 거친 땅에서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을 통해 12-13세기 초원을 장악하는 유목민족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소유하고 점령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통과해 가는 것이 몽골의 방식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됐으니 말이다.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으나 칭기즈칸이 대칸에 올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칭기즈칸 자서전 형식의 소설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니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