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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늑대 개는 단 한 명의 주인만을 섬기는 개라고 한다. 즉, 주인 외에는 절대 따르지 않는다.
가족만을 소중히 하는 개라는 이야기다.
남보다 갑은 애정을 필요로 하고 한정된 상대에게만 마음을 여는, 그런 늑대의 피를 이어받은,,,,” (339쪽)
심야 패밀리 레스토랑, 갑자기 몸에서 불길이 치솟아 불타버린 남자 하라 데루오. 몸을 앞으로 숙인 권투선수 자세로 들 것에 실려 나온 소사체(燒死體)는 벨트 버클에 장치된 발화 물질(과산화벤조일)로 인해 불타버렸다. 그리고 일명 ‘다치카와 시한 발화 벨트 살인사건’에 투입된 30대의 오토키치 다카코(이나영) 기동수사대 추적팀 요원과 황제 펭귄처럼 생긴 전형적인 남성 본위의 노련한 다키자와(송강호) 형사가 짝을 이뤄 사건의 중심에 투입된다. 형사 그 특유의 남자들의 세계에 “어디 여자가~” 침범을,,,이란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일본이나 우리나 매 한가지인 모양이다. 남성 중심의 세계라 여기는 그곳에 투입된 오토키치 다카코를 보는 시선이 애~~~매하다. 짝을 이룬 다키자와 형사 역시 그 시선은 마찬가지. 하지만 주차단속반에서 오토바이 순찰대로 그리고 형사부 절도범 수사계를 거쳐 여자 유치장 간수에서 제2강력범 제3계 살인사건 담당 형사를 거쳐왔기에 이런 시선엔 이미 익숙해져 있는 오토키치, 그녀 역시 남편의 바람기로 이혼하게 된 이후 남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이 된 다키자와에 대한 그녀의 시선도 고울 수 만은 없다. (이 둘의 서로에 대한 탐색 >> 대립 >> 평가 >> 호의(?))를 지켜보는 재미도 이 책의 묘미의 하나일 것이다. 어찌됐든 팀원이 된 이상 함께 움직이며 사건을 파헤쳐 가는데,,,
그리고 의문의 발화 사건의 주인공 하라 데루오 몸에서 발견된 이빨 자국,
이어 호리카와 가즈키라는 사람과 요시이 지에코라는 여자가 늑대 개에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된다. 울프 독,,,의 등장과 함께 사건은 9년 전,,, 에미코라는 최연소 각성제중독환자와의 그들의 악연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의문이 시작된다. 과연 늑대 개의 주인은 누구일까? 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표면적으론 늑대개 살인 사건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현대 사회 서로에게 무관심한 가족의 아픔을, 가족의 해체를 얘기하고 있다. 보건사회 연구원에 의하면 정보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줄고 친밀감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갈등이나 다툼, 배우자의 외도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점점 개인주의화 되면서 가족 사이는 모래알처럼 언제 흩어질지 모르는 병든 가족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그런 가족의 해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오토키치의 이혼, 다키자와의 이혼을 통해 부부 간의 불화와 외로움을, 경찰인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토키치의 엄마, 늑대 개 주인인 가쓰히로와 에이코 부녀를 통한 부모 자식 간의 무관심과 단절, 후회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늑대개 “질풍”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단 한명의 주인만을 섬기는, 가족만을 소중히 하는, 애정을 필요로 하는,,, 긍지와 기품, 그리고 흔들림 없는 고독의 잿빛 야수 질풍이 얼어붙은 우리 마음과 우리 사회에 애정 어린 송곳니를 살포시 꽂아주신다.
“더 이상 가족을 외면하지 말라고,,, 서로 사랑하라고,,,”
+ 사실 소설을 읽기 전까진 이나영과 송강호의 조합이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묘사를 따라가다보면,,, 의외로 찰진 궁합이 나오지 않을까란 예감이 들었달까?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마지막 질풍과 오토키치의 내달림을 어떻게 그려갔을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