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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죽음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만약 악마가 존재한다면 그 악마는 우리가 자신을 끝없이 동정하기를 바랄 거라고 했어.
소시오패스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끔찍함이나 잔인함이나 싸늘함이 아니야..
그런 건 이미 너무 늦었을 때에야 드러나는 모습이지.
힌트는 바로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동정심을 구걸한다는 점이야....
반드시 이기려는 욕구. 그게 뭐든지 간에.
관심, 돈, 사랑, 명성 아니면 자기만 아는 어떤 게임이라도.
이런 사람들은 이기는 것을 통해 자극 받고 동기부여를 받는 거야."
- 안드레아스 빙켈만 [창백한 죽음] p162
사이코패스에 대한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다 보니 혹 실제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신작 [창백한 죽음], 역시나 그는 그 질문을 받고도 남을 만하다. 읽고 있는 내내 어떻게 이리도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사라진 소녀들]에 이어진 사이코 스릴러 [창백한 죽음]의 시작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 째 각진 철제 막대기로 엮어 만든 철망 위에 누워있는 여인의 끔찍한 고통으로 시작한다. 철망 위 그녀를 향해 뿌리는 피할 수 없는 차갑고 고운 액체, 그리고 그녀의 살갗을 물어뜯기 시작하는 물방울들의 움직임으로 말이다.
+ 소시오패스의 타켓이 된 미리엄 징거는 운동 후 차를 타고 가던 도중 두통과 현기증으로
차를 세우고 정신을 잃고 난 뒤엔 납치된 후, 하지만 그동안 단련된 호신술로 납치범으로부터
가까스로 달아난다.
+ 소시오패스를 주제로 한 심리학자 슈테른베르크 박사의 강연을 듣는 여형사 넬레,
그녀는 소시오패스인 범죄자가 그녀의 여자친구인 아누슈카를 납치한 공포스런 기억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가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품고 말이다.
+ 잘생기고 성공한 사업가 남편이지만 남편 속엔 또 다른 그가 살고 있다.
남편의 지독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상상하자면 읽고 있는 내 머리가 띵해지며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나탈리, 그녀는 남편의 차고 너머 펼쳐놓은 알루미늄 도배용 테이블 위에서
뭔가를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보지 않았기를, 자신이 착각했기를,,,"
+ 전직 연방수사본부 소속이었던 사설 탐정 알렉산더, 그는 한 달 째 실종 상태인
다니엘라라는 여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다니엘라가 문학카페에서
음흉스런 의문의 인물인 호르스트 쇤을 만났다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어느 하나 연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무자비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100명 중 4명꼴로 존재한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소시오패스’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적한 축사에서 발견된 창백하고 처참한 시체가 발견되면서 말이다. 빠른 전개와 사실적으로 묘사된 잔혹한 살해 장면들은 한 편의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머리가 지끈 아플 정도로 말이다.
실제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타인을 속이고, 범죄 행위를 하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착취적이며 지나친 야망과 우월한 태도를 보여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며 감정 기복이 심한 정신 장애를 가진 소시오 패스 (Socioppath)가 100명중 4명꼴로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광기’와 ‘정상’,,, 물과 기름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란다. 일반인 가운데 1%의 비중으로 섞여 있다는 사이코패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미친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우리 현실은 거의 대부분 평범한 개인이 범인이란 사실이 더 참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