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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물의 인어
마에다 시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우오히코,
12살 시절 엄마의 첫사랑 마래미(새끼 방어)의 이름에서 따온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의 이름이다. 여름방학을 앞둔 우오히코는 첫사랑이기도 했던 물고기의 이름을 자신에게 붙여준 엄마가 살짝 미쳤다 생각한다. 하지만 우오히코 엄마는 살짝 이상하지만 딱히 위험하지 않다는 분위기라 우오히코가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불편함이 없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우오히코의 가장 절친 이마다, 아버지가 의사 선생님인 몸집 작은 하야시, 비쩍 마르고 주사를 엄청 싫어하는 나카타, 조용하고 잘 나서지 않는 사이토, 그리고 사이토의 동생 긴, 키가 크고 쌍꺼풀 진 눈의 까만 눈동자가 커다란 전학생 우미코,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초코란 별명을 가진 리에, 예쁘고 세련됐지만 재미는 없는 구가누마,,, 정말 평범한 동네 아이들로,, 우리 어릴 적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특히 우오히코는 초등학교 5학년 그저 천진난만한 소년에서 사춘기를 앓게 되는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것일까요? 조금씩 머리와 눈이 깨여 사회를 알고, 자신과 외부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다. 뭔가 막막하고 알 수 없는 시간들, 불안함, 끊임없이 충돌하는 느낌,,, 아이들은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풍랑의 시기를 겪게 된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의 눈에 비친 세계,,, 사실,,, 그 나이에 무슨 고민이 있고,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지만, 당시를 기억해보면 친구들과의 다툼이나 시기심에서 오는 고민, 첫사랑의 그 말랑말랑 간질간질한 당황스런 느낌, 아이도 청소년도 아닌 그 모호한 정체성은,,, 어떠한 감정으로든 표출되지 않았나 싶다. <여름 물의 인어>는 초등학생일 때의 일들을 다시 생각게 만든다. 그런 묘한 감정들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아이들의 교류 속에서, 서로의 대화 속에서, 지리한 듯한 일상 속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모호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것은 드러나지 않는 물빛, 조금은 탁한 옥색 물빛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름물의 인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아직 두 다리로 올 곧게 설 수 없는 지느러미 달린 인어일른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찰박찰박 옥색 물빛,,,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변신하기 위해,,, 탈출하기 위해,,, 두 다리로 일어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니었던,,, 아득하고, 아련한 그 시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