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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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고토바 전설

일본 초대 쇼군의 죽음으로 공황에 빠진 중세 일본. 혼란한 정세를 틈타 제82대 천황으로 역대 천황 중 가장 영명한 천황이었던 고토바 법황을 중심으로 한 귀족 세력이 권력 장악을 위해 군대를 일으키나 대패한다. 막부는 고토바 법황을 오키로 유배, 교토에서 유배지까지 이동한 실제 경로가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다르단 주장이 있는데 이를 '고토바 전설'이라고 한다. 백성에게 지지를 받고 있었던 고토바 법황을 두려워했던 막부는 혹시라도 백성이 고토바 법황을 지지하기 위해 소동을 일으킬까 두려워 애초 계획했던 루트로는 가짜 고토바 법황을 보냈다는,,, 진짜 고토바 천황이 지나갔다고 알려진 곳의 지명이 일본 황실과 관련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증거로 들고 있지만, 이 전설이 사실인지 그저 전설에 불과한지 확실하지는 않다.

 

 

이 고토바 전설과 관련된 졸업논문을 준비하며 ‘고토바 법황’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 중이던 미야코와 유키, 하지만 여행 도중 숙소 뒷산 산사태로 인해 파묻혔던 미야코는 극적으로 구조되고 유키는 사망한다. 살아남은 미야코는 부분 기억상실에 걸리고, 8년 뒤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친구의 명복을 빌기 위해 8년 전 그 코스를 반대로 되짚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한 고서 전문점에서 <게이비 지방의 풍토기 연구>라는 책을 구입하며, 책을 갖고 있던 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오후, 뜨거운 열기에 아지랑이가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오후 4:30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기차역인 미요시역 구름다리 위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 중이던 미야코,,, 어찌된 일일까? 여행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발견된 그녀의 죽음,,, 목격자도 용의자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단서는 그녀가 고토바 법황의 유배경로를 따라 여행을 했다는 것, 그리고 고토바 법황 관련 서적인 <게이비 지방의 풍토기 연구> 책을 찾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책과 관련돼 있는 이들이 살해되기 시작한다. 책 때문에 일어난 살인일까?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새로 부임한 어린 경감에 대한 묘한 대립관계인 베테랑 형사 노가미는 반발심으로 독자적으로 사건을 추리해 가는데,,, 이 때 등장한 “아사미 미쓰히코”, 미야코와 같이 여행하다 사망한 유키의 오빠로 노가미 수사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p 202 노가미는 아사미의 자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있구나! 게다가 뭐랄까.

        이렇게 젊디젊고, 무서운 것을 모른다고 할지 무모하다고 할지

        거침없고 뛰어난 행동력, 이것을 ‘천성’이라고 하는 걸까?

 

아사미에 대한 노가미의 첫인상은 반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든든한 조언자이자 사건을 해결해 가는 아사미 미쓰히코는 왠지 홈즈를 떠올리게 한다. '세련된 재킷을 걸쳐 입고 도요타 세단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리시한 서른세 살 독신남'이자 '프리랜서 르포라이터로 활동하는 명문가의 철부지 차남'으로 설정된 이 독특한 캐릭터는 일본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나 아케치 고고로 만큼이나 유명한 주인공이라고 한다. 게다가 추리력 외에 일을 진행시켜나가는 속도감이랄지, 추진력도 뛰어난 인물인데다 약간의 물렁함이 더해져 독자에게 그 매력을 발산했지 싶다.

 

우치다 야스오의 추리소설은 최근 등장하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하겠다. 자극적인 소재나 표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논리정연한 추리 소설의 정석을 지켜가며, 적절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퇴색돼 버린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음에 더 따뜻함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했기에 100편이 넘는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p 377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는 사람의 의지가 미치지 않는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집니다.”

         “아사미씨 여동생분의 집념일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어쩌면 고토바 법황의 원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여기서 지내면서 이곳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일종의 경건한 삶의 방식을 몇 번이나 접한 것 같습니다.

         일견 밝고 소박한 듯 보이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한 경외를

         담아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지요.

         이것은 온갖 장소에 산적한 고분군이나 무수한 신화, 전설과

         인연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

         세상에는 범해서는 안 되는 뭔가가 존재하고 있다고 피부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범인 같은 놈들은 받아야 마땅한 응보를 받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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