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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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대로, 노력한 만큼 잘 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서른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나의 서른도 이리 고통스러웠을까? 한없이 공허하고, 한없이 그늘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서른의 이들을 보며, 아귀 같은 세상,,, 삶은 그저 놓아버리면 그 뿐이란 서툰 서른에 왜 그리 서글픈 안타까움이 들었는지,,, 빗금 친 경계를 넘어갈 때의 채비가 너무나 힘든 서른을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테마소설집 <30 Thirty>에선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이 삼십 세를 모티프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하지만 형식이나 장르 구분 없이 <서른>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쓴 소설들이 어찌 이리도 하나 같이 자살, 살인,,, 죽음을 테마로 써놓았단 말인가. 우리 시대 서른이 이리도 고통스러움으로 점철돼 있었던가?

 

강바람이 불어오는 양화대교 위태로운 난간에서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서른 살 제이에 대한 회상이 가득했던 김언수 작가의 <바람의 언덕>, 심야 오피스텔 주차장,, 나이 서른에 오피스텔 경비로 겨우 백수를 탈출한 삼중, 하지만 본의 아니게 주차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눈감아주려다 본인이 범인이 돼 버린,,, 어쩌다 우유부단한 타협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그려놓은 김나정 작가의 <어쩌다>, 무덤 같은 테트라포드들이 늘어선 해변 근처 수상한 숙소,,, 묘연한 단어 나열들,,, 수학자 힐베르트의 무한에 대한 비유를 통해 끝없이 밀려드는 시간과 무한이 반복되는 생의 공포를 다룬 한유주 작가의 <모텔 힐베르트>, 그녀가 좋아했던 모텔 805호실,, 오후 세시면 나른한 햇살이 비치는 그 시각 구겨진 침대 시트 위사랑에 굶주린 채 살해당한 서른의 유령,,, 그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이라 믿었던 그를,,, 박주현 작가의 <모히토를 마시는 밤>, 산속 깊숙이 위치한 고시원 쪽방, 자살을 결심하고 찾아간 곳이었지만 어이없게도 그곳에서 코믹한 상황에 빠져 생존하게 되는 서른의 백수 이야기 정용준 작가의 <그들과 여기까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경시장, 사람의 기억과 바꾸는 물고기 비늘만이 화폐로 통용되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기억을 판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그리고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팔게 되는 기억까지,,, 서른의 망각,,, 김성중 작가의 <국경시장>, 그리고 자살로 명소가 된 호숫가 마을,,, 상상의 공간에서 죽음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박화영 작가의 <자살 관광 특구>까지,,,

 

“모두들 한순간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동력을 잃어버린” 나이 서른,,,

고독하게, 쓸쓸하게, 허망하게, 공허하게, 드라이하게,,, 서른이 펼쳐진다. 그저 연명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서른은 왠지 목구멍에 자두씨 하나 걸려있는 듯 목을 죄어온다. 켁,,,하고 뱉어내야 시원해질 것만 같이 말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연초, 죽음이나 소멸이란 소재는 분명 즐겁지 않음이 분명하지만, 서른이란 경계의 나이를 통해 우리 삶의 이면을 파헤친 날카로움은 분명히 공감대를 형성케 만든다. 그만큼 7편 모두 매력적이다. 하지만 생각게 한다. 회피하는 삶이 아닌, 두려움에 떠는 삶이 아닌, 웅크린 채 숨어있는 삶이 아닌,,, 두 팔을 펴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겠다. 어찌됐든 삶은, 위태로움만으로 일관되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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