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 운남성에서 내려온 강줄기를 받아 메콩강의 중·상류 지역에 위치한 내륙 국가 라오스(Laos). 우리나라 면적 1.1배의 자그마한 이 나라에 전체 메콩강의 절반에 가까운 1,500km가 흐르고 있단다. 2008년 뉴욕타임즈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한 나라 라오스,,, 국민의 95%가 불교신자로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처음 만난 낯선 외국인에게 두손 모아 합장하며 “사바이디”라고 인사를 건네는 곳,,, 인터넷을 통해 “라오스” 치면 대강 나오는 지식들이다.

결혼 10년 차 세계 47개국을  967일동안 여행하고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란 책을 출간하고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푸른 섬 제주에 터를 잡고 여행 같은 삶을 살기 시작한
김향미, 양학용 부부는,,, 다시금 여행을 계획한다... 어디로? 라오스로,,,,  
붉은 흙과 키 큰 나무, 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흰 구름, 결정적으로 턱 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이 뜨거운 대기와 이마를 쪼갤 것처럼 내리꽂히는 태양광선까지,,, 지중해나 남태평양의 섬도 많은데,,, 바다 한 조각도 차지하지 못한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위치한 이 열대에 나라를 부부는 선택했을까?

p62 황톳빛 강물이 흘렀다. 강 저편에서 하루 종일 여행자를 괴롭혔던 태양이 붉게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 강물에다 나룻배를 씻으며 몸을 담그고 있는 한 가족이 보였다... 가끔씩 아이들을 돌아보는 아빠의 눈길이 부드러웠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를 보내고 느리고도 평화롭게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 우린 매일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것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우연히 찾아든 사원에서, 골목길에서, 강가에서, 이곳까지 떠나온 이유를 한 가지씩 알아가는 것.

결코 잊을 수 없는 풍경 하나,,, 부부가 라오스를 선택함에 후회 없는 이유인 것이다.

사실 우린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허탈해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빈 내 가슴의 달래기 위해 뭔가를 채우려 노력하지만,,, 채워도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채우는 것에 앞서 비워야함을 말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비워야 다시금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을 우린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은 바로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그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다. 느릿느릿 출발하는 버스와 차창 밖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들, 느릿느릿 흐르는 듯 마는 듯 흘러가는 강물과 간혹 느릿느릿 고개 들어 하늘을 보는 소떼들, 그리고 느릿느릿 지나가는 풍경에 손 흔드는 여행자들,,, 사람들이, 시간이, 세상은 흘러가고 있지만, 세상에 속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그 경계 어디쯤 앉아 있는 느낌,,, 그리고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삶을 즐기게 되는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행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일상과는 다른, 여행이 만들어 놓은 속도와 상식과 감성의 가치들이 길 위에서 나를 채우고, 여행의 순간순간의 설렘과 기쁨, 그리움 같은 감정에 고맙고, 그 시간들로부터 샘솟는 에너지로 다시금 돌아간 일상 역시 고마울 테니 말이다.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청춘이 이렇게 가는 것이 아쉬워서 떠나기로 했어요.” 짧은 여행을 계획하며 내뱉은 한 마디. 그리고,,, 그 즐거운 짧은 여행은 우리 기억 창고에 저장돼,,, 가끔 우리에게 행복을 전달한다. 그래,,, 여행은,, 바로 우리 기억창고 속 즐거움의 한 자락이다. 바쁜 마음도 쉬어가는 라오스 여행기, 느릿느릿,,,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천천히 느끼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마음 따뜻한 라오스 여행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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