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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ㅣ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 소설 속 대표 캐릭터는 역시 작은 키에 왁스로 굳힌 팔자 모양의 귀여운 수염, 그리고 회색 뇌세포를 들먹이는 포와르가 떠오를 것이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홍차와 쿠키를 좋아하는 수다스런 아줌마 탐정 마플 여사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피터 윔지 경과 여성 탐정역할을 해 내는 클림스양을 떠올리면서,, 왜 포와르와 마플 여사가 떠올랐는지,,, 연배는 포와르와 마플 여사가 훨씬 많을 텐데 말이다. 어찌됐든,,,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는 1930년대,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저술가인 도로시 L. 세이어즈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피터 윔지 경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처음 대면하게 됐다.
<맹독>은 피터 윔지 경의 활약을 그린 5번 째 시리즈로(그래서 앞 시즌의 이야기가 나올 땐 다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등장한다.) 마흔이 다 돼 가는 독신인 피터 윔지 경이 전 애인을 비소로 독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추리소설 작가 해리엇 베인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시작된다. 사건의 발단과 중간중간 그녀의 개인적 사생활(살해당한 필립 보이스와의 자유연애)에 대한 판사의 모호한,,, 하지만 분명한 비판 아닌 비판과 그녀가 저질렀다는 살인,,,에 대한 판사의 지리한 설명과(물론 지리했다는 것,, 판사 자체의 고루한 생각과 사견이 너무 많았다는 얘기지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이 지리했다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이어지지 않은 합의로 재판이 한 달 뒤로 미뤄진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무죄라는 것을 확신하고 무죄임을 증명하려는 피터 윔지 경의 활약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왜 사람들을 죽일까?
(살인으로) 도대체 무엇을 얻을까? 재미? 질투? 유산?
죽은(필립 보이스)가 뭔가 남길 만한 것이 있는가?
그가 죽음으로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굴까?
이 보이스란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살 가능성은 없을까? 자살이었다면 비소를 마신 흔적은 병은 어디로 간 걸까?
피터 윔지 경과 클림스양은 4주 동안 추리소설 작가 해리엇 베인양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왜? 피터 윔지 경이 그녀에게 살짝 반해버렸으니까.. (사실,,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없음이다. 법정에서 본 그녀에게 반하다니 말이다. 쩝,,, 뭐,,, 엉뚱한 인물이라니,,, 라고 이해하는 수 밖에...) 암튼,,, 두 콤비의 활약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영국 추리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중반쯤부터는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소설은 어떻게 맹독을 썼느냐, 그리고 필립 보이스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증거를 찾는데 초점을 맞춰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콩닥콩닥,, 들키면 안 돼!라는 생각이 어느새 입 밖으로 튀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피터 윔지 경의 이런 생각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짜증나는 사건에서 처음으로 그는(피터 윔지 경)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느릿하고도 어스름하게 살아 있는 생각이 떠올라
수면을 살며시 휘젓는 기분을 느꼈다.”
이 추리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건은 당대 실제로 벌어졌던 독살 사건들을 모델로 하고 있고, 소설 속 살인자로 법정에 서게 되는 해리엇 베인은 작가 자신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사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1912년 런던 보헤미안 작가 모임에서 존 쿠르노스라는 러시아 출생 유대인 소설가를 만나 연인 관계를 맺게 되지만 쿠르노스가 결혼이란 결합을 원치 않아, 그 반발로 다른 남자를 만나 임신하고 아이를 갖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쿠르노스가 결혼한 이후에도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연서를 보내기도 했다는데,,, 실연의 아픔과 남자에 대한 배신감이 <맹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런 배경들은 그 시대 사회상과 인식들(특히 남성권위주의나 그런 권위주의에 반발하고 있는 여성들), 연애관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읽는 재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맹독>이 다섯 번째 피터 윔지 경 시리즈라니,,,
<시체는 누구?>, <증인이 너무 많다.>, <부자연스러운 죽음>, <벨로나 클럽의 불쾌한 사건>은 섭렵해 주셔야겠구나. 조만간,,, 음,,, 맹독 이후 작품도 해리엇 베인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니,, 둘의 로맨스에 대한 얘기도,,, 음, 궁금한 책 목록이 많아지는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