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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ㅣ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서른대여섯쯤 된 체구가 작은 인물로, 피부는 흰 편이었지만 용모는 내세울 수준이 못 되는, 별로 뭐라고 할 만한 특징이 없는 궁상맞은 인상의 더벅머리 청년,,, 그가 바로 이 추리소설의 매력적인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조한 이 명탐정은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속 주인공 김전일이 사건 해결 즈음에 언제나 외치는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라는 대사가 가리키는 바로 그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사실,,,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은 사건이 일어난 뒤 나타나기 때문에 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 흥분하면 말을 더듬고 머리를 긁적이며, 자분자분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해 가는 모습은 음산하고 괴이쩍은 팽팽한 추리소설 속 약간의 숨통을 틔워준다고나 할까? <혼진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코스케의 최초의 사건을 담아낸 완역본으로 혼진 살인사건 외의 2편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단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팔묘촌>이나 <이누가미 일족>, <여왕벌> 등 읽고 싶었던 작품들은 많았지만,, 어째,,, 선뜻 읽게 되지 않았는데,, 왜 이제사 만났을까란 싶다. 약학 전문학교에 입학, 24살 되던 시절 ‘탐정생활을 취미로 하는 모임’에서 우연히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이 추리소설계로 입문,,, 출판사 ‘하쿠분칸’에 입사해 잡지 편집장을 하며 전업 작가로서의 수순을 밟게 된다. 지병인 폐결핵과 정부의 추리소설 탄압으로 작가의 꿈을 접기를 몇 차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고향 오카야마현으로 피난을 가 머무는 3년 동안 추리소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존 딕슨 카의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고전 추리소설을 섭렵하면서, 일본 전통과 고전 추리소설의 매력을 모두 보여주는 밀실 살인사건 <혼진 살인사건>(1946)으로 제1회 일본 탐정작가 클럽상(현 일본 추리소설 작가협회상)을 받게 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 작품에서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이후 요코미조의 평생 동반자로 36년간 단편을 포함해 총 77개 작품에서 활약한다.
보통 미스터리 트릭을 분류하자면 ‘1인 2역’이나 ‘밀실 살인’, ‘얼굴 없는 시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트릭으로 <혼진 살인사건>에 수록돼 있는 혼진 살인사건, 도르래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흑묘정 사건은 이 세 가지 트릭의 전형적이면서도, 복잡한 구성으로 독자의 허를 찌른다.
패전 이후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눌려있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비극적인 음산함을 바탕으로 소름끼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미스터리 작가라면 누구나 반드시 한 번쯤 다뤄보고 싶은 ‘밀실 살인사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혼진 살인사건>은 기계적인 트릭과 심리, 서술 트릭 등 화려한 트릭들로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전통 가옥에서 들려온 무서운 비명과 기괴하고 거친 거문고 소리, 피 묻은 일본도, 의문의 세 손가락의 사나이, 신혼부부의 죽음,,, 그리고 등장하는 이치야나기 가문의 거문고 살인사건 해결사 긴다이치 고스케,,, <도르래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와 <흑묘정>에서는 얼굴 없는 시체와 1인 2역의 트릭이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집요할 정도로 치밀한 묘사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 정밀한 구성,,,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흡인력이 있는 작품,,,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사건>,,, 아마,, 당분간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 몰입하게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