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 2010년 4월 15일.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2010년 3월 20일 아이슬란드 남부 에이야프얄라요쿨의 빙하지대 밑 화산에서 용암분출 시작, 2010년 4월 14일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1821년 폭발 이후 189년 만의 재폭발로 초속 300민터의 화산재가 분출, 당시 바람의 방향이 동쪽이었기 때문에 화산재 기둥이 아이슬란드 제트 기류를 타고 유럽 전역에 확산, 비행기가 빨아들여야 할 공기에 화산재가 섞여 최악의 경우 제트 엔진 정지로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유럽 전역 공항에서 항공기들 이착륙 금지,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역시 유럽행 항공기 지연 사태 발생,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예약해 둔, 혹은 환승을 기다리던 외국인 수백 명이 운항 재개 소식을 기다리며 인천공항에 짐을 푼다.

+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천국제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신선하다.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따뜻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달달하거나, 무심하거나,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추억하거나, 지워버리려거나,,,,



 
+
고국에 돌아가던 길에 고국에 발이 묶여버린 입양아 제임스,
간혹 자신이 거기 있는지 거울 속을 들여다보며 재차 확인하는 공항직원 호주,
30년 가까이 미국인으로 살아오면서 평생 한국을 찾을 생각이 없었던 엘리자베스 김,
B급 괴수영화로는 경이로운 기적을 세웠던,, 하지만 3주 전 개봉한 신작 영화로
망할 위기에 처해 있는 프랑스 최고 괴수 영화 전문 감독 기욤 그린,
생애 처음 만난 사랑에 실패해 깊은 상심에 잠긴 열일곱 기욤 그린의 딸 줄리엣,
늘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욤 그린의 아내이자 줄리엣의 새엄마 헤더,
일생일대의 기회 칼 라거펠트에게 모델로 지목당한 나오미 켐벨스런 크리스티나,
79세 6.25 참전용사로 영국 정부에서 수여하는 무공훈장을 받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자부심을 늘 증명해 보이고 싶은
전사이자 배관공인 해리 게이먼,
공항과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스케치하며 자신의 시나리오를 구상만!하는
패기 만만한 기욤의 추종자 미국인 톰

+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어포트 피크닉,
   미래를 내다보며 달려가다 발이 묶여버린 사람들,,,
 

“다들 담요 깔고 드러누운 모습이 꼭 피크닉 같잖아. 
  외국 영화들 보면 날씨 좋은 날에 공원에서 저렇게 담요 깔고 드러누워 있던데.”

생각지 못하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들,,, 피크닉 같은 시간들,,,
사람들은 저마다 뜻하지 않은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따뜻함을 나누며, 냉소를 지우며, 달달함을 퍼트리며, 무심함을 버리고, 불행은 행복으로,
추억에 박수를, 지움 대신 기억함을 남기며 말이다.

+
p148 떠날 채비를 하거나 떠나는 사람이 쉴새없이 자신을 각인시키는 사람들이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공항은 그런 곳이다. 떠나거나   돌아오는 곳. 결코 머무르지 못하는 곳...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받아주기만 할 뿐 그들을 묶어두진 못한다. 누구도 영원히 머무르지 못하고 언젠가는 자기만의 세계로 떠나버린다. 갑절의 외로움을 남긴 채로... - 줄리엣

p 221 모두가 떠나는 건 아니야, 줄리엣. 공항은 마치 떠나는 장소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돌아오는 장소이기도 해. 사랑도 마찬가지야.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두 가지 진실이 항상 함께라는 걸 알 수 있어. 떠나면, 돌아온다는 것.

p250 이별이란 가슴 한쪽이 저며오는 것이다. 그 공허함에 만남의 길이는 상관없다. 잠깐 머물던 나비든 오래 머물든 강아지든 ‘함께’가 ‘함께였던’으로 변하는 순간, 길든 짧든 가슴은 저민다. 그것이 이별이다.
 

p293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나 봐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것, 나여야만 하는 것, 그 절대적인 존재감 을 확인받고 싶어서.

p315 나이가 들어도 이별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만나고, 정이 들고, 인생으 한 부분이 될 찰나 헤어지거나 멀어지고, 그것은 보편적인 일상이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삶의 속성을 조금이나마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간다. 그것이 삶이다.

p323 일단 믿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어렵지 않다. 그저 함께 할 최적의 시간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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