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랑 - 왕을 움직인 소녀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왕위계승을 둘러싼 왕세자들 간의 갈등, 왕실 여인들의 암투와 모략, 당파싸움과 정쟁…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에서 주로 다뤄지는 소재다..
하지만 왕실과 사대문 밖에도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었단 사실을 우린 가끔 잊고 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역사서들이 서민사를 다룬 내용이 거의 없고
왕조실록 위주이다 보니 그러할 테지만,,,
아무튼 조선시대의 궁중암투, 정치보다는
민초들의 사회사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이수광 작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 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 사건',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 '조선의 방외지사', '잡인열전' 을 비롯해
‘신의 이제마’, ‘나는 조선의 국모다’, ‘정도전’, ‘조선 명탐정 정약용’ 등,,,
역사의 이면에 가려진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을 다뤄온 이수광 작가가 이번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산송(山訟)과 이항복이 지은 '유연전'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역사 소설, 왕을 움직인 소녀 [차랑]을 출간했다.

살굿빛 저고리에 다홍빛 옷고름과 댕기, 그리고 검붉은 치마를 입고
살짝 내리깐 눈을 흘깃,, 쳐다보고 있는 저 표지의 소녀가 차랑이다.
차랑을 묘사한(물론 그녀를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이가 묘사한) 문장을 잠깐 보자면

“파랗게 요기를 뿌리는 차랑의 눈빛을 대하자 이창래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소름이 오싹 끼쳐왔다. 독살스럽다고 하는 눈빛과는 다르다. 차랑의 하얀 눈자위가 위로 올라가면서 까만 동공을 덮었다가 다시 열렸을 때였다. 그와 함께 동공이 보이면서 파랗게 빛이 쏘아진 것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 고양이의 눈과 같이 섬뜩한 무엇이 있었다.”

눈빛 하나로 이리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차랑의 얘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사건의 하나로
조선조 숙종 때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박팽년의 후손(박경여)과 산소 때문에 처절한 싸움을 벌이다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문랑은 박경여 일가와 대결하다 목에 칼을 찔려 죽고 차랑은 재판에서 패소하자
한양에 올라가 임금이 있는 대궐 앞에서 북을 쳐 억울함을 호소,
암행어사와 안핵사가 파견, 몇 차례 재조사를 거친 끝에
사건 발생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영조에 의해 해결된 사건과
이항복이 지은 유연전(실제 선조 때 대구에서 일어났던 일로 소설에선 탁씨일가전이란 책으로 묘사돼 있다.)
경상도 대구에 거주하는 전 현감 유예원의 아들 유유가 정사년 광증이 발생 집을 나갔는데,,
그 후 갑자년 자칭 유유라는 자가 해주에 나타났으나 아우 유연은 형 같지 않음에 의심,
관에 진위를 가려달라는 사건을 합쳐 하나의 소설로 탄생시켰다.
참,,, 이 두 사건을 어떻게 이리도 절묘하게, 그리고 재미지게 섞어놓았을까 싶다.

사실,, 조선시대는 유교적 사상이 지배하고 있던 사회로,,
여성들에겐 제약이 많은 시대였다.
하지만 사내대장부보다 더 당당히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적진을 돌파하는 문랑과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차랑의 모습은
전형적인 양반가 규수의 이미지를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오라비 박제구,
어느 날 박제구를 칭하며 들어온 조석술,
조석술을 앞세워 집안을 삼키려는 박제구의 아내(며느리) 이숙영과 그의 오빠 이창래,,,
그리고 이창래의 모사술로 명당을 두고 혼인을 약조했던 차랑과 박원규 집안의 싸움까지,,
(어처구니없는 양반네들의 욕심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윤리, 도덕 운운하면서,, 어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쩝,,, )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어찌 보면 그녀가 가장 악녀일지도 모르겠다.)
차랑의 활약상에 폭 빠져들 것이다.

“기록을 그냥 이야기하면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록에 살을 입히고 이야기를 새로 창조하면 소설이 된다. 이 소설은 두 개의 실제 사건을 소설화한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사랑하고, 욕망에 이끌리고, 분노하면서 살고 있었다. 소설을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이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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