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싸리 정사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정사(情死),,, 여기서 정사의 뜻은
[명사]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여 함께 자살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

렌조 미키히코는 [저녁싸리 정사]에서 정사(情死)의 뜻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두 남녀가 현세에서 이루진 못한 사랑을 내세에서는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품은 결과 발생하는 사건으로 다양한 이유로 맺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이, 죽음을 인연의 마지막 고리로 선택하고 서로의 마음을 묶어두려는 시도이다.”
 

렌조 미키히코는 교묘한 플롯과 서정적인 문체,
일본 특유의 정서를 혼합한 독특한 작풍의 미스터리 작가로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로
특히 ‘화장(花葬) 시리즈’로 불리는, 꽃을 소재로 한 8편의 단편은
일본 미스터리 사상 가장 아름다운 단편으로 손꼽힌다.
'꽃으로 장사 지내다'라는 의미인 화장 시리즈로 불리는 단편들로,
각각의 꽃을 소재로 하고 있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2권의 연작시리즈가 바로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명화로 꼽히는 연작단편집
[회귀천 정사]에 이어 [저녁싸리 정사]이다.
두 책 모두 표지가 왠지 모를 아련함을 내포하고 있달까?
표지만 봐도 그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다이쇼(1912~1926) 시기를 배경으로,
유흥가의 글 모르는 여자들을 대신해 고향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주는 대필가,
손에 도라지꽃을 꼭 쥔 채 발견된 시체,
두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천재 가인의 정사 미수 사건 등이
꽃잎처럼 한 겹 한 겹 펼쳐진 [회귀천 정사]에 이어
[저녁싸리 정사]에선 잘 나가는 친구에게 농락당한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복수극을 그린,,
하지만 반전이 숨어있는 붉은 꽃 글자,
1910년대, 메이지 시대 말 정부 고위 각료의 부인과 그 집 서생 사이의 정사 사건을 다룬 저녁싸리 정사와
그리고 스토리 면에선 다른 이야기에 비해 다소 약했던 국화의 먼지, 3편의 화장 시리즈가 수록돼 있고
조금 장르가 다른 양지바른과 사건부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단편 모두 완벽한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흥미로운 소재의 아름다우면서 우아한 로맨틱 스릴러를 읽는 느낌이랄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시리즈 느낌도 좀 나고 말이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작품은 기담과 괴담의 느낌이 좀 강하지만 말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속 꽃은 화사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왠지 처연하다. 버려지고, 찢기고, 낙화 전 마지막을 불태우는 화사함이 느껴진달까?
인간에게 사랑은 자신의 욕망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 듯 싶어,,,
각각의 작품 속에 설치돼 있는 트릭과 반전에
더 슬픔의 빛깔이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연인이 머물 곳에 싸리꽃 피었네
 가을 저녁은 내 마음을 그립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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