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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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는 작가생활 동안 한국 근현대사를 그린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32권의 대하소설을 집필한 조정래 작가!
1974년 발표했던 중편 [황토]에 이어
1973년 중편으로 선보였던 [비탈진 음지]를 다시 장편으로 재출간했다.

재출간의 이유는 아쉬움!
발표 당시 부득이하게 중편으로 발표한 아쉬움을 작년 개정판 출간작업을 진행하면서
[비탈진 음지] 역시 재조명하게 된 것!
소설은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우리의 산업화가 일으킨 농촌인구의 도시 이동,,,
그 거센 바람과 함께 너도나도 `무작정 상경'을 감행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국민소득 150달러 시대의 도시 빈민들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그 심각한 사실이 우리의 현실이며,
중편 `비탈진 음지'를 장편 `비탈진 음지'로 개작해야 하는 이유였다.”고 말하고 있는 작가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시인 릴케의 고통스런 읊조림을 인용하며
40여 년 전 우리 사회의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소설가로서 사회의 통증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참,,, 일흔이 다 된 작가가 사회의 이면의 아픔을 생각하고 있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황토]가 일제강점기 말부터 광복, 6·25전쟁을 거치며
배 다른 세 자식을 키운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굴곡진 현대사를 그렸다면
[비탈진 음지]는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뜻하지 않은 불행으로
남의 소를 팔아 무작정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 야반도주한 칼갈이 복천의 삶을 통해
도시 빈민의 고통과 현실을 그리고 있다.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생계와 자식들을 위해 막노동판, 지게꾼, 땅콩장사 등
무엇이든 뛰어들어보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히며,,
더 이상 나아질 것 없는 삶의 연속,,,이
지금의 현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찰진 전라도 사투리로 읊어대는
서울의 냄새는 읽는 것만으로도 해도 헛구역질을 해대게 만들었다.

“장마철의 노래기 냄새나 삼복염천의 시궁창 냄새처럼
 언제나 진하고 독하게 속을 뒤집고는 했다. 서울 냄새였다.”
 

“며칠 만에 몸살에서 풀려난 복천은 코끝에 스멀거리는 묘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속을 뒤집는 역한 냄새였다. 그런데 그 냄새는 여태껏 맡아본
 온갖 사나운 냄새를 다 기억해 봐도 딱히 어울려드는 게 없는
 야릇하고도 해괴망측한 냄새였다.
 그건 서울만이 지니는 서울의 냄새였던 것이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냉정한 서울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근근이 견디지만,
현실은 빈민의 삶은 벗어날 수가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소설은 분명히 1970년대 우리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작가의 말처럼 ‘무작정 상경 1세대’의 모습은
현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현재 진행형 모습이란 사실이니 말이다.

“맥읎이 가난허게 살간디. 부자가 될라먼 물 한 그럭에라도 눈에 불을 켜야 하는 것이여,
 근디 그리 야박시럽고 모지락시럽게 해갖고
 부자가 되면 워쩌자는 것이여 금메 사람이먼 사람짓얼 허고 살아야 사람이제.”

"고만 울어라. 고만. 울면 무신 소양이 있냐. 다리 한쪽 떨어져나가 뿌렀어도 이 애비넌 암시랑 안  혀. 다시 돈벌이럴헐 것이여. 앉은뱅이도 사는디 나넌 앉은뱅이보담은 낫응께... 인자 표나는 빙신이 됐응께로 비렁뱅이로 나서는 거여. 한 집서 10원씩만 동냥혀도 열 집이먼 백 원이고, 백 집이먼 천 원 아니라고. 칼 가는 것보담 낫구만 그랴... 비렁뱅이 짓거리 혀서 묵고 살아도 비렁뱅이가 아닌법잉께... 허기넌 사람 사는 한평생이 이러나저라나 빙신은 빙신인디. 그려도 배부른 빙신이 낫고 권세 있는 빙신이 난 법잉께,, 고만 울어라. 고만. 이 애비넌 암시랑 안혀. 이러나저러나 다 빙신으로 한평생 살다 가는 것잉께로.”

한 페이지 반이 넘는 복천의 독백에서,,,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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