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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생활자’, ‘생활여행자’를 출간한 여행 작가 유성용,,,
그가 전국 곳곳의 다방을 여행했단다.
것두 2년 4개월 동안,
이건,, 파랑색이라기에도, 하늘색이라기에도 뭣한 퍼렁 스쿠터를 끌며,,,
왠지 좁디 좁은 스쿠터에 "오빠! 오라이~"를 외칠 것만 같은
오봉순이 한 명쯤 태웠을 것 같은 느낌의 여행기 [다방기행문],,,
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을 테지,,,
그의 답변은 이러하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 다방 기행을 떠날 거라고 하자, 친구들은 아주 재밌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 물었다. 왜 다방이냐고. 다방 아가씨들 오봉에 페티시 있냐고. 나도 이유를 모른다. 그저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도시의 여자라면 이미 예쁘기는 틀린 거 아니냐고.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나를 '여행 생활자'라 부른다. 생활 속에서도 세상은 막막하고 내가 나를 이끌어가는 이유들이 아득할 터인데, 하물며 길 위의 여행이 생활이 되어버린 사람이 흘려보내는 인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 와중에 가끔 전국 여기저기 다방이 있어서 나는 이 여행의 아무런 성과 없는 허허로움을 위로 받을 것이다."
허허로움,,, 그래,,, 이거였다.
허허로움을 위로받고자 하는 생활여행자의 밋밋한 전국 다방순례,,,
자신의 허허로움을 위로받기 위해
더 헛헛한,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찾아 떠난 것인가?
음,,, 오래된 마을 어딘가에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다방에서
(사실,, 다방기행문이라고 돼 있지만,,,
얘기의 절반 가까이엔 이발소와 여인숙 얘기가 반이다. ^^;;;)
봉지커피와 맹물커피를 번갈아 마시며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도로가 한적할 때 스쿠터를 타고 멈춤 없이 몇 시간을 계속 달리면 세상의 시간과는 다른 별개의 시간 속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귓가를 가득 채우는 바람을 가르며 소리도 아득한 것이 된다."
"한번 튕겨나왔다가 세상의 구심력 안으로 다시 들어서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자의도 타의도 아닌 그저 그런 사정이 있겠지만, 해질녁이 되면 그래도 어딘가 스며들어야지."
커피 맛도 거기서 거기, 본명도 아닌 이름들을 가진 송양, 하양, 김양, 이양, 박양,,,
다방기행문 속엔 기력을 다 잃은,
이제 자신의 세월을 충분히 살아버려서 늙어 보이는 세월이 숨어있다.
하지만,,, 퇴락해가는 다방의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그리움은,,,
다방이란 특정 공간이 아닌 지나간 흔적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책을 덮은 후에도,,, 헛헛한 마음이 계속 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