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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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 중편-[황토], [비탈진 음지]은 이른바 장편 양식의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장편에 손색이 없는, 다만 양적인 면에서 거기에 미치지 못한 분량이라 형식적으로 ‘중편’이라 명명될 따름이다.... (중략).... 현실과 역사를 배경화하여 원심화하였기 때문에 중편임에도 장편적 중량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비탈진 음지]와 [황토]는 이 시기, 즉 작가로서 초기부터, 그리고 군부 독재로 상징되는 70년대 전반기에 조정래가 무엇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또 어떤 것을 서사의 핵으로 움켜쥐는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 문학평론가 임규찬

1974년 발표된 <황토>,
장편으로 써야할 이야기를 중국에서 여자들에게 전족을 하듯 ‘중편’으로 오그라뜨려야 했던,,
작품을 대할 때마다 께름칙하고 미안했다시며,,, 작가의 말 중,
중편 황토가 장편 황토로 새롭게 탄생됨을 얘기하신다.

“크고 작은 온갖 새들이 자유롭게 나는 문학의 창공에서
  새 장편 [황토]도 맘껏 날며 새 독자들을 많이 만나기를 기대한다."
- 2011년 5월 조정래 
 

소설 [황토],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구석을 점례라는 인물을 통해 정곡으로 찌르고 있다.
일제 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아비가 각기 다른 세 자식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참, 네 팔자도 기구하고 험하구나. 
 원, 얼굴값을 하느라고 그러는지
 묏자리를 잘못 써서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1975년)를 오가는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제 말기, 겁탈 당하려는 부인을 구하려다 일본인 지주를 제대로 손 봐줘
주재소에 잡혀들어간 점례 아버지, 고문 받는 부모를 구하려
일본인 순사 야마다의 첩으로 들어앉게 되고, 왜놈의 첩이 돼 그의 아들까지 낳게 된 점례,
하지만 해방과 함께 야마다는 점례와 아들을 남겨두고 본토로 야반도주하고,
과거를 묻고 새 출발하기 위해 아들을 친정에 남겨 놓고
큰 이모를 따라 가 만난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항구,
그녀의 유일한 사랑이자 딸 세연과 세진의 아버지,
짧디짧은 평범한 행복의 순간이 바로 그와 함께였지만,,,
좌우로 갈려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박항구는 북으로 떠나고,
홀로 남겨진 점례는 취조를 당하게 된다.
취조 중 둘째 딸 세진을 잃게 되고, 점례에게 도움을 주는 미군 프랜더스 대위에게 겁탈 당하고,
어느 순간 점례는 양갈보란 소릴 듣게 된다.
그리고 막내 아들 동익을 남겨두고 훌쩍 미국으로 떠나버린 프랜더스,,,
결국 점례는 모두로부터 버림받지만,,, 그녀는 어머니이기에 살아남는다.

소설 <황토>는 점례라는 민족의 아픔과 전쟁의 상처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
왜 조선은 나라를 빼앗겼는지,,,
해방 후 좌우 이데올로기는 더 나은 세상이 아닌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욕심은 아니었는지,,,
점례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치부,,,
그리고 점례를 향한 멸시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의 또 다른 표현은 아니었을지,,,
비극적인 역사 앞에,,,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무엇을 깨닫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장편소설 <황토>를 출간한
조정래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황토'는 제가 서른한 살 때 쓴 소설인데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쓰기 이전부터 
 작가로서 갖고 있던 역사의식의 시발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새로운 젊은 독자들이 이 소설 하나만 읽어도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썼습니다.
 (해방과 전쟁 등) 역사체험이 없는 세대에겐 10년 전이 100년 전과 같죠.
 그 거리를 최대한 좁혀주고 싶었어요. 그게 소설의 역할 아닐까요.
 일본은 왜 가장 솔직한 형태의 사과를 아직 하지 않는 건지,
 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서 한반도에 어떤 책임감을 느껴야 할지
 오늘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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