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한 오십대 독신 남성이 부엌에서 음식물이 사라지는 걸 보고 놀랐다.”
기사 첫머리를 장식한 이 구절이
프랑스 작가 에릭 파이로 하여금,, <나가사키>를 집필케 했다.

가족도, 친구도, 여자도 없는 고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쉰여섯의 홀로 사는 남자,
모든 것이 정상처럼 보인 어느 날,,, 냉장고 속 멀티 비타민 주스 7cm 없어진 사실로
그는 자신의 공간이 침범 당했음을 깨닫는다.
더도 덜도 아닌 강간이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그,,,

가족도, 친구도, 남자도 없는, 살고 싶었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채
삶에 대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쉰여덟의 여자,
그저 비를 피하려 낯선 이의 집에 잠시 몸을 녹이려 들어가
감미로운 햇살에 취해, 귀소본능에 의해, 그대로 그의 집 벽장에 눌러 앉아버린 그녀,,,

일 년이란 시간을 한 공간에서 살아온 그와 그녀,
서로 말을 섞은 적도, 눈빛을 마주한 적도 없지만,,,
그들은 닮아있다.
어떤 야심도, 어떤 희망도 돋아나지 않는 사람들이란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 역시 닮아있음에 치가 떨린다.

생각보다 얇은 책, 얇기보다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책.

뿌리가 같은 대나무는
제아무리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심어도
똑같은 날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날에 죽는다고 한다.
- 파스칼 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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