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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평점 :
고장난 세탁기, 이별, 불면증, 트라우마,,,
왜,,, 고은규 작가의 소설,,, <트렁커>가 생각났을까?
상처 입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자기 방어기재는 비슷한 모양이다.
김희진 작가의 <옷의 시간들> 속,,, 사람과 공간 역시 지극히 일상적이다.
어찌 보면,,, 나른한 듯,,, 지리한 듯,,, 그저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그것이 또 복작거리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지 싶다.
누구나 그 공간 속에서,,,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때론 외로움에 치를 떨다가도 스스로 위로할 구멍을 찾아
따스함을 향해,,, 배고픈 이가 먹이를 찾듯 본능적으로 그 온기를 찾아낸다.
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그 누가 좌표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주인공 오주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서관 사서다.
일평생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어머니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공부 밖에 모르던,, 사랑과 전쟁의 불륜 현장을 보면 격노하던 언니는
유부남 교수와 사랑에 빠져 미국으로 떠난다.
윤리 교사로 엄마의 폭력에 휘둘려 학생들에게 ‘멍탱이’ 별명으로 살아가던 아빠는
키득거리며 수업 듣던 학생에게 심한 매질을 가한 후,,, 학교를 떠나 라면집을 차린다.
일평생 술 취한 마누라를 데리고 살면서 는 기술은 서른 가지나 되는 라면요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주던 아버지는 '술을 모르는 여자'와 재혼한 후
새로운 인생을 찾아 제주도로 떠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집과 곧 고장 날 낡은 세탁기 한 대와 그녀만을 남겨둔 채 말이다.
큰 집을 정리한 후 직장 근처 원룸으로 이사해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의 고장난 세탁기 대신,,,그의 새 세탁기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 남자는
유학을 핑계로 불면증에 잠 못 드는 그녀에게
"잠 잘 자고, 행복해라"라는 쪽지만을 남긴 채 떠나버린다.
이별 후,,, 주인의 부재를 알리듯,,, 그의 세탁기는 고장 나고,,, 오주는 빨래방을 향한다.
그러고 보니,,, 빨래방이란 곳을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다.
음,,, 아니다,,, - -;;; 사촌동생 캐나다 유학 중,,, 놀러 갔을 때,,,
아파트 지하 빨래방에 함 갔었구나,,,
누가 말이라도 시킬까봐 벙어리인 채로,,,
멀뚱히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하염없이 들여다봤었는데,,,
암튼,,, 불면증 처자 오주는 그렇게 빨래방에서 인간의 본능인 온기를 찾아낸다.
뭐든 수집한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옆집 처자 조미정씨,
맥스봉 소시지를 좋아하는 한때 잘나가던 아트디렉터 만화가 조미치씨,
평생 교수직만 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거리로 뛰쳐나온 전직 교수 콧수염 아저씨,
진짜 거리의 부랑자 구도 아저씨,
그리고 우울한 표정의 말없이 9번 세탁기만 쓰는 머리띠 청년,,,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떼면 님이 된다했던가?
남이라,,, 단어는 어느새,,, 님이 되어가고,,,
오주씨 일상은,,, 어느새,,, 온기가 샘솟는다.
버블버블,,, 빨래방은 더러운 옷이 아닌 그들 마음 속 상처를 닦아내고 있다.
젠젠 다이조부,,, 내게 해 주고픈 말이다.
젠젠 다이조부,,, 내게 해 주고픈 말이다.
젠젠 다이조부,,, 다이조부,,, 괜찮아...
책을 덮는 순간,,, 스스로에게 건네질지도 모르겠다.
Tip: 콩나물 순두부 라면 레시피
1.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머리 뗀 콩나물을 씻어 팔팔 끓는 냄비에 넣는다.
2. 콩나물이 익어가는 동안 양파, 당근, 파를 썰고, 마늘을 찧어놓는다.
3. 콩나물 숨이 죽으면 라면 스프와 고춧가루, 청양고추 반토막을 썰어 넣고
썰어둔 야채와 라면 사리, 순두부를 넣고,,, 마지막을 계란을 풀어주면,,
얼큰 시원한 콩나물 순두부 라면 완성!
- 음,,, 하지만,, 아직 시연해 보진 않았다.
주말쯤,,, 요 레시피 대로 함 끓여먹어볼까나? ^^
진짜 맛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