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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p 398 성북 일대의 날씨는 잠시잠깐 시원하고 상쾌할 것이다. 그러나 장마는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가리라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려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또 찾아올 것이고, 한 해가 지나고 또 다음 해가 와도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늘 찾아오는 것을.
1970년대 중국 강남 유역의 작은 도시,,,
카본 블랙과 시멘트 가루가 칠월의 뜨거운 바람 속에 날아들어
창틀은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먼지가 며칠 내면 손가락 반 마디 두께만큼 쌓이는
참죽나무길가의 집들,,,
세 개의 화학공장 큰 굴뚝이 이 도시의 상징인 성북지대,,,
이곳 소시민의 일상과 기댈 곳 없는 약자들의 삶을 작가 쑤퉁은
장마가 막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그 때,,,
성북지대의 다성, 쉬더, 홍치, 쩔룩이,,,
아직 채 성장하지 않은, 이제 청춘기에 접어든 소년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와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소년소녀들의 위태롭고 불안한 모습은
참죽나무길 성북지대의 정돈되지 않은, 공장 매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닦아도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착 가라앉은 검기만한 도시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버지가 잠깐 낮잠 자는 사이 자전거를 끌고 나가,,,
다급히 공장에 가야했던 아버지는 옆집 할아버지의 고장난 자전거를 몰고 가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트럭에 충돌 사망케 한,,, 성북지대 최고의 사나이를 꿈꾸는 다성,
동네에서 바람기로 유명한 & 쉬더의 아버지와도 그렇고 그런 관계인 유부녀 진란과 바람이 난 쉬더, 동네 여자 아이 메이치를 강간하고 감옥에 들어간 홍치, 좀도둑질에 그저 장난기 많은 쩔룩이를 중심으로 나쁜 녀석들의 성장기, 그리고 그들의 부모, 형제, 이웃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어느 것 하나, 어디를 둘러봐도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더럽고, 축축하고, 그늘지고, 고달픈 인생의 굴곡들만 모아놓은,,,
그야말로 삶에 찌든 인간의 군상을 모아놓은 듯하다.
끝까지 웃을 수 없는 성북지대 나쁜 녀석들의 성장 소설 속에서
작가 쑤퉁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1970년대 개혁과 개방의 물결 속 위태롭고 불안한 중국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끝까지 소설 속 모든 이에게,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웃음을 주지 않는다.
불편함 속 진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적중하고도 남음이다.
그 군상 속,, 투영되는 우리의 모습에 씁쓸해지고도 남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