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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손에 든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다.
오랜만이란 명제를 붙였지만,,, 한 권 한 권 그녀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읽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니,,, 오랜만이라 볼 수도 없을 듯 싶다.
어찌됐든,,, <마미야 형제> 이후 신간들은 서점에 우두커니 서서 읽어 내려갔으니,,,
내 손아귀에 들어온 에쿠니 가오리는 간만이라 할 수 있겠다.
음,,, 책을 덮고 난 후,,, 처음 든 느낌은,,,
“그녀가 돌아왔구나.” 였다.
그래,,, 딱 이 느낌,,, 내가 좋아하던 그녀의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차가운 듯 포장돼 있지만 너무나도 달달한,,, 그녀가 돌아왔다.
아빠, 엄마, 딸 셋, 아들 한명,,, 미야자카가의 여섯 식구 이야기
자로 잰 듯 선이 명확하고 보수적이지만 의외로 쉬크하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는 아빠,
일주일에 한 번은 잎사귀, 솔방울, 자잘한 돌, 달빛과 조개껍데기로 식탁을 꾸미는 엄마,,,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소녀적 감성,,, 하지만 엄마 역시 쉬크하시다. - -;;;
반듯하기만 한 큰 딸 소요,,, 하지만,,, 아이를 가진 걸 알면서도 이혼을 결심한다.
잠잠하게 큰 폭풍을 불러오는 스타일이랄까?
그리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뭔가 조화롭지 못한 둘째딸 시마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고, 임신한 그녀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폭탄선언을 던진다.
앤드,,, 이 소설의 화자인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집에서 놀고 있는 셋째딸 고토코,
스무살이 되기 전까진 부모에게 부양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음,,, - -;;; 고민 중이지,, 자신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후카마치 나오토와 달달한 연애 중이다.
(음,,, 사실,, 요 달달한 연애사가 꽤나 재밌다. 설레기도 하고 말이다. 하하,,,)
p159 나는 시마쿠 언니에게도 후카마치 나오토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맑은 날, 오후의 공원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남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한동안 못 만나다 만나면, 키가 조금 큰 것처럼 보이는 남자.
따뜻하고 든든한 차림에 오랜만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주머니에서 딱딱하고 달콤한 과자를 꺼내주는 남자.
마지막,,, 막내 아들 리쓰,,, 아무 문제없는,
가족 중 가장 균형감 있고 올바르다 평가받고 있는 아들이지만,,,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정학을 당한다.
평범하지만 조금 특이해 보이는 미야자카가의 가족 이야기,,,는
바로 이 여섯 명의 가족의 소소한 일상, 소란한 보통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실,,,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 신간 제목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음,,, <소란한 보통날>에 한 표 행사!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우리 속담처럼,,,
우리 모두,,, 평범한 가족,,,(미야자카가를 포함한)이지만,,
그 속에 부는 바람들은 때론 태풍이, 때론 훈풍이 되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만들어낸 <소란한 보통날>
일상의 무미건조한 풍경들 속에서 빚어내는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이야기,,,
이맘 때,,, 토독토독 봄비가 주는 즐거운 울림이 가시기 전,,,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p146 미야자카가 가족의 새해맞이 글쓰기
한가롭던 봄날의 하루도 어언 가을이 - 고토코
상서로운 빛이 봄을 머금었네 - 소요
음양의 기운이 조화로워 천지에 봄이 오니 - 시마코
복숭아꽃 살구꽃에 봄바람 부니 그 향기 온 동산에 가득하여라 - 엄마
버들은 갓 잠에서 깨어난 듯하고 늙수구레한 매화는 볼만하구나 - 아빠
비에 씻긴 청산은 맑기만 하여라 - 리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