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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에는, 자기를 찾는 전화벨이 심장을 두들기는 순간에는,
흔히들 무의식이라 부르는 ‘혼돈’ 속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좀 보여줄까?”
<7년의 밤> / 정유정 / 은행나무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속에 숨어있는 진실,,,
인간이란 존재가 지니고 있는 파괴적 본성,,,
살인마의 아들로 살아온 7년,,,
책을 펼친 순간,,, 드러나는 진실을 향해,,,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대박인 소설을 만났다.
정유정 작가와는 이번이 초면이다.
이런 힘을 가진 작가가 어디서 출몰했을꼬,, 싶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줄거리,
그리고,,, 스킨 스쿠버부터 댐과 관련해 세밀한 부분까지
소설을 준비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겠다 싶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함께 힘이 넘치는 필력이 역동적인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이를 찾습니다.
이름: 오세령
성별 및 연령: 여/12세/세령초교 5학년
특징: 등을 덮는 긴 머리, 흰 피부.
왼쪽 목덜미에 동전만 한 몽고반점이 있음
실종시기: 8월 27일 금요일 밤 9시 40분경
실종당시 옷차림: 원피스처럼 보이는 흰 민소매 블라우스
연락처: 세령수목원 관리실
12살 아이가 사라졌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댐 수몰지구 세령읍에서 태어나
아빠에게 학대받고 있던 소녀가 사라졌다.
꿈속에서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 되는 소년,,,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안개가 짙었고, 축축한 새벽 공기에 떨기 시작했던
그 혼란스러운 풍경 속 호수에서 2주 전 죽은 여자애와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었던 그 날,,,
세상은 그 날 일을 ‘세령호의 재앙’이라고 기록했다.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에겐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소년은 그의 아들로 쫓기며 지내게 된다.
그 때가 열두 살이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파국을 맞게 되는 한 남자(현수-서원의 아버지),
그 남자의 실수로 자신의 악마적 기질을 감춰버린 또 다른 한 남자(영제-세령의 아버지),
이들에게 죽임을 맞은, 그리고 죽음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녀(세령),
이 모든 일을 감내하며 하루하루 자신이 괴물이 아님을 확인하며
공포와 참담함 속에 살아가는 한 소년(서원),
그리고 7년이 지나 소년에서 청년이 돼 가는 서원에게 날아든 진실,,,
선과 악, 사실과 진실 사이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태로운 경계,,,
누군가는 7년의 세월을 순간 발동한 파괴적 본능으로 인해 죽은 듯 보내야했고
누군가는 7년의 세월을 복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악마적 본성을 키워가고,,,
누군가는 7년의 세월을 자신의 과거로부터 도망치듯
호수 저 밑바닥 깊은 심연의 늪으로 들어가려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 손의 땀은 식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 520쪽에 달하는 마지막 장에 도달하기까지,,,
사실과 진실 사이에 있는 ‘그러나’,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작가는 이렇게 에필로그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
사실과 진실 사이,,, ‘세령호의 재앙’ 속 진실이 무엇인지,,,
잡는 순간,,, 책의 마지막 장을 펼치기까지,,,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