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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비가
쑤퉁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화씨비가> / 쑤퉁 / 비채
흑백의 두 손가락 사이에 걸려있는 빨간 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걸려있는 붉디붉은 빨간 실이 가늘게 움직이는 듯 하다.
왠지 서늘한 느낌이다.
애절하다, 처연하다, 웃음이 난다, 쓰라리다, 현실이다,,,,
쑤퉁만이 그려낼 수 있는 인간 세상의 쓰디쓴 풍경,,,
사실 <쑤퉁>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게 된 작가다.
아시아 부커상이라 불리는 맨 아시아상을 비롯해 상하이 문학상, 소설월보백화상,
장쑤문학예술상, 충칭문학상, 타이완연합보 대륙단편소설추천상, 노신문학상,,,
꽤 많은 수상 경력을 보니 평단에서도 인정을 받은 분위기다...
게다가 대중들의 지지도 열렬이란다.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모두 받고 있다니,,, 어뜰른지,,,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를 배경으로 누가 봐도 하층민인 화씨 일가의
불우한,,, 정말 비애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생사가 펼쳐진다.
신메이, 신란, 신주, 신쥐, 두후,,, 네 명의 딸과 막내로 아들 하나를 둔 화진더우,,,
소설은 방화범으로 잡힌 화진더우와 검사의 기묘한 법정 대화로 시작한다.
공장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한 마누라를 보고 꼭지 돌아
자신을 향해 ‘불조심’을 경고하고 있는 석유통과 맞장 뜨겠다는 일념 하에 공장에 불을 내 방화범으로 잡힌 화진더우,,,
성은 화씨요. 이름은 진더우,,,
결국 무기징역을 받느니 죽여 달라 판사에게 애원하다
징역 도중 감옥에서 자신의 내복 바지에 목매달아 자살의 길을 선택한 화진더우,
무에 이리 생각이 없을꼬,,,
마누라가 죽었어도,,, 생때같은 자식들이 다섯이나 있는데 말이다.
자살한 화진더우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억울한 원혼들이 모여 있는 제8구역에 들어가게 되고
나귀 한 마리를 얻게 돼 구천에서
세상에 남겨진 자신의 다섯 아이와 누이의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망령이 돼 떠돌며 지켜보게 된다.
무에 이리 풀리는 일이 없을꼬,,,
자살한 부모를 둔 다섯 남매를 쫓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다.
가난은 여전하고, 올라갈 길은 보이지 않고, 세상은 죽어라죽어라,,, 이들을 내몰기만 할 뿐,,,
비정한 현실은 여전하고,,, 아이들을 위해 미련스레 희생만 하고 사는 고모의 삶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화진더우는 구천에서도 속만 탈 뿐이다.
마누라 역시 자살한 지라 구천을 떠돌고 있을 터인데,,, 이 눔의 마누라는 가끔 목소리만 들릴 뿐 찾아볼 수 없고,,,
다섯 명의 자식들의 불우한 현실을 속수무책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역할일 뿐,,,
살아서도, 죽어서도,, 속수무책인 건 마찬가지다.
무에 이리 답답할꼬,,,
하,,, 답답함은 울분으로, 울분은 분노로,,, 분노는 슬픔으로 이어진다.
세상이,,, 그래,,, 더러운 세상은 언제나 돌고돌아 언제나 그 자리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란 것이 짜증스러울 뿐이다.
쑤퉁의 소설은 그래,,, 말 그대로 웃다가 울다가, 화딱지가 화르륵 일어났다가,
참나원,,, 혀를 끌끌 차게 되는,,, 그러다,,, 주루륵 한 줄기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언제나 돌이키고 싶은 것이 인생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음을,,
두 손가락 사이에 걸려있는 빨간 실은 돌고 도는 인생을,,,
결코 바꾸기 힘든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또 다시 살아가야한다는 것,,,
작가 쑤퉁은 결코 희망을 논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행한 현실만을 강조하고 있지 않단 사실은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