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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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004  <차가운 밤> / 바진 / 시공사


 태평양 전쟁의 여파 속 1940년대 중국,,,
전쟁과 신구 문화가 공존하는 격동의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왕원쉬안과 수성 부부,,
중국 충칭을 배경으로 전쟁 그리고 가난,, 속 번민하는 지식인 가정의 갈등을 통해
1940년대 중국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세계 문학의 숲 시리즈 중,,, 가장 읽기 수월한 작품이었다.
음,,, 동서고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고부갈등이 주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전통적 풍습에 길들여져 있는 시어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고  14년 동안 살아온 아들과 며느리를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며느리를,,, 아들의 ‘정부’라 생각하고, 사사건건 자신에게 굴하지 않고 대드는 며느리 수성이 미울 뿐이다.

p178 "집에 걔가(며느리 수성) 없으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거다. 샤오쉬안도(손자) 이번 주에는 틀림없이 돌아올 테고. 정말 가련하지. 애 엄마가 아이를 돌본 적이 없으니,,,,”
p184 "넌 아범의 정부야. 누가 모를 줄 아니! 그럼 내 한 가지만 묻겠다. 넌 언제 아범과 결혼한 게냐? 누가 중매를 섰지?”
p227 "아범아, 괴롭겠구나. 그러나 너희는 진작 헤어져야 했다. 아범 같은 가난한 지식인이 어떻게 그런 년을 데리고 살 수 있겠냐!  얘야, 괜찮다. 여자는 많아. 병이 나으면 더 나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고부갈등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홀시어머니의 고집스런 대목들이다.
참,,, 어쩜 이리도 한 치의 오차 없이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등장하는 그 이야기들이
1940년대 중국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일까? 
 

며느리  수성 역시 마찬가지다. 완고하며 보수적인 어머니와의 싸움이 지겹고,
사랑하지만 어머니 앞에선 유약하기 짝이 없는,,, 그 옛날 함께 꿈과 이상을 논하던 남편이 아닌,,
힘없고 병들어 간 남편에 절망할 뿐이다.

p41 "예전의 일이 정말 꿈만 같아요. 우리는 이상이 있었고 이상을 실현할 용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왜 우리는 예전처럼 살 수 없는 건가요?”
p151 울고 싶었으나 애써 참았다. 따뜻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집, 선량하나 유약하고 병든 남편,
극히 이기적이고 완고하며 보수적인 어머니, 싸움과 질시, 적막과 빈곤, 전쟁 중에 사라진 청춘,  자신이 추구했으나 날아가 버린 행복, 어두운 앞날, 이 모든 것이 그녀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용솟음쳤다....   ‘어떻게 살아갈까? 이제 서른네 살인데, 아직도 왕성한 활력이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있는데, 왜 잘 살 수 없단 말인가? 대항해야만 한다.’

이렇게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두 여자의 중심에 놓여있는 왕원쉬안,,,
참,,, 딱하기 그지 없음이다.
늙은 홀어머니를 부양해야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고, 아내 역시 죽을 만큼 사랑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둘이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건만,,, 그에겐 돈도, 건강도, 희망도 꿈꿀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했기에,, 사랑하는 수성도 잡을 수 없었다.

p13 "도대체 이것이 무슨 가족이란 말인가! 나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각자 자기만을 돌볼 뿐이야.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고!”
p51 편안히 잘 수도 , 편안히 일을 할 수도, 심지어는 어머니가 일하는 것을 편안히 볼 수도 없었다. 방안은 춥고 어두웠다. 그의 마음은 어느 한 곳 머물 곳 없이 표류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워서 한바탕 울부짖고 두들겨 맞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불안하게 어머니 곁에 서 있을 뿐이었다.
p270 편지는 받았소. 몇 차례 읽었지만,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구려. 당신의 청춘을 망친 것이 나의 큰 잘못이오.  이제 방법이 생각났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신에게 자유를 돌려주려 하오. 당신 말이 모두 옳소. 모두 당신 뜻대로 하시오. 그저 날 용서하구려.

작가 바진은 가난과 실업, 질병, 고부간의 다툼을 통해
불공평한 사회와 전쟁, 신구 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속 절망감, 자본주의 사회 아래 빈부의 양극화와 대물림,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결혼이란 미명 아래 드러나는 고부와 부부 갈등,,,
불공평한 더러운 세상이라 내뱉을 만한 일들이 여전이 우리에게도 존재한다는 것,,,
주인공의 비극적인 결말이 더 씁쓸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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