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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몇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로 구성된 <저녁놀 천사>,
히로스에 료코 주연 영화,,, 작은 간이역 호로마이 역장 오토마츠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철도원>의 저자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이다.
시골역 하얗게 내린 눈처럼 영화 보는 내내 내 마음에도 소복히 내렸던 눈을 기억한다.
커피 한 잔과 호젓하게 앉아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왜 그리 감정이 이입되는지,,,
나이가 나이인지라,,, 만남보다는 이별에 더 익숙해지는 나이가 서글퍼서였을까?
아버지를 모시고 도쿄 변두리 식당 주인 이치로,,, 두 홀아비가 운영하는 쇼와식당에
어느 날 나타난 준코,,, 그들에겐 그녀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홀연히 사라진 후,,, 들려온 그녀의 사망 소식,,,
그리고 동시에 도착한 또 다른 홀아비 시모지마,,,
왜? 무엇 때문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라는 물음은 이제 중요치 않다.
같은 여자를 사랑한 중년의 두 남자가 함께 훌쩍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도, 두 홀아비도,,, 담담한 이별과 사랑이란 추억을 함께 나누며 떠나고 있으니 말이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이렇게 가슴 짠한 이야기,,,
책장을 덮고 나도 아련한 그 무언가를 남기고 만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아버지와 사는 히로시,,, 이별에 초연한 듯 하지만,,,
히로시를 아껴줬던 세 들어 사는 이층 아줌마와 헤어지며
엄마에겐 건네지 못했던 ‘안녕’이란 말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릴 땐 영락없이 어린 소년이다.
이 이별로 한 뼘은 더 자랄 테고 말이다.
누구보다 특별한 하루를 평범한 일상처럼 보내며 정년을 맞이한 다카하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홀로 휴가를 쓰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공소시효 만료를 일주일 앞둔 부인 살해범을 만난 형사 이야기,
자살을 꿈꾸는 아름다운 언덕 위 하얀 집 소녀,,,
이별 뒤 사라지고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왠지 이별에 처연하다.
이별에 대한 슬픔보다는 이별 역시 인생의 일부라는 진리를 알고 있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