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어느 새 자라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제 진로에 대해 때론 진지하게 때론 농담반을 섞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곤 한다. 계속 공부하다가 딱 나랑 눈마주치는 순간은 폰을 하고 있을 때라던가. 아니면 주말에 늘어지게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도 자고있다던가.. 게으름의 끝판왕을 보여줄 때마다 잔소리처럼 늘어놓는 소리가 있다.

" 그렇게 할거면, 다 고만두고 (때려치우고), 셋 중에 정해. 요양원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돌보거나, 미용실 가서 미용배우거나, 아 요샌 강아지 미용도 뜬다더라. "

"왜 맨날 나보고 요양원가래. 안갈거야. 하려면 엄마나 해."

서로 감정만 내세우며 날선 대화로 대화도 뭣도 아닌 것으로 끝맺을 때가 많다. 저것이 앞으로 이 험한 세상에 뭘 해먹고 살려고. 걱정이 사실은 더 많이 담긴 소리일텐데 고생하지 말고 쉽고 편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라는 내 바람이 저런식으로 표현되곤했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를 읽고 내가 얼마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돌봄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어도 낯선 "영케어러"들의 실제 경험담을 읽을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남들이 다 취업전선과 학업에 몰두하던 시기를 가족을 돌보며 보내야했던 작가님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몇 해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암 수술로 온 가족이 돌봄이 어떤 일인지를 체감하게 되었다. 올해는 또 시어머니가 뇌수술을 받으시면서 이제 돌봄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찾아왔구나를 실감하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돌보아야 할 대상이 자녀에서 부모님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수순인건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첫번째 최유나 작가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돌봄을 주고받으며 사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타인에 대한 관심, 돌보고자 하는 마음은 민폐도 간섭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

타인이 건네는 인정과 지지의 마음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60쪽, 63쪽

괜한 오지라퍼가 되지 않으려고 나말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돕는 일에 주저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의 아픔에 누군가 도움을 주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좀더 민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거동이 어려우실 때 간병인을 썼다. 이버지때도 고용해봐서 간병인이란 대개 조선족의 한국어가 서툴고 어떻게든 자신의 일을 덜해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라고 편견을 가졌던 나자신이 부끄럽게도 이 분은 진심으로 어머니를 대하고 작은 부분도 신경써주시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해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하고 감동했던 순간이었다. 책에서는 돌봄의 노동적 가치를 폄하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그 일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미 우리 사회는 3D쯤으로 여기며 돌봄을 저렴한 비용으로 땡처리하는데 급급한 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다.

중국에서는 돌봄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여 연내 출시하겠다는 기사도 본 듯하다. 이제 돌봄의 영역이 기술발전에 따라 인간의 손길이 덜 가게 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 이또한 부의 격차에 따라 돌봄의 방식 차이도 발생할 것 같아 희망적이기 보다는 불안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를 읽으며 돌봄을 로봇이나 조선족에게 떠넘겨야할 무거운 짐으로 여기기 보다는 시간에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삶의 변화라고 받아들여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 청년, 장년이 되어 노인이 되어가듯 인생에서 겪어야할 순간으로 말이다. 무게는 각기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우리가 지나온 삶에서 경험한 것처럼 나만 힘든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그래도 조금은 할 만할 것도 같다. 언젠가는 내가 돌봄을 받아야할 순간도 다가올테니 말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조금 덜 아프고 덜 무겁게 그 순간들이 지나가길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