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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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주의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라니.. 몇 년 전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 실사화 영화 중 "인어공주"의 주인공이 흑인 여자 가수가 캐스팅 되었던 일이 있었다.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이 자신들의 추억마저 망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던 청소년 중에 큰 아이도 한 명이었다.

"과해. 선넘었지 이건.."

"그냥 영화일뿐인데 뭘 그리 유난이야?"

누구보다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디즈니영화에 그다지 관심없던 나도 궁금해졌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뭘까. 유난떤다는 거처럼 보이는 삶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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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오랜 세월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그다지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학교 안의 퀴어들의 삶에 대해 모른척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퀴어하면 연예인 홍석천 정도만 떠올리던 옛날 사람인 나에게 종류도 다양한 LGBTAIQ라는 성소수자의 개념은 유난 그 자체로 여겨졌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나란 사람의 정체성을 변화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을 시원하게 하긴 어렵다. 퀴어가 싫고 불쾌해서가 아니라 이거저거 다 따지는 것이 귀찮고 삶이 버거워서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정체성이 다 일지도 모르는데 먹고 사는게 바빠 어쩌면 몰라도 괜찮다며 넘겨버리는 것일지도..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는 꼬꼬, 구구, 유랑, 풀이 이 책의 저자로서 이들은 퀴어 청소년이자 퀴어 교사이다. 소수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입학부터 졸업까지 함께 하니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에게 노출되고 삶의 내밀한 부분까지 공유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퀴어 청소년으로서 정체성을 자각하고 커밍아웃을 통해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면의 고민을 겪어왔는지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대안학교라고 해도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때문이다.

여중여고를 다니며 여학생들끼리 부대끼고 생활해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도 동성 친구간의 우정을 넘어서는 순간의 감정이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그런 순간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지도 없이 입시라는 지옥에서 그저 탈출의 날만 기다리고 있었기에 정체성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혐오 표현이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해 수업을 하며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님인 홍성수 교수님의 글을 아이들과 읽은 적이 있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 공감하며 차별로 인한 악영향에 대해 공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아지경"이란 퀴어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해낸 짱돌 모임의 용기가 매우 부러웠다. 이를 이뤄내기 까지 짱돌 회원들이 다른 축제에서 겪은 혐오 표현과 차별에 대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사업은 그런면에서 유난스러움의 끝판왕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결국 이루어낸 학생들의 끈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단 한번도 남성용 여성용으로 나눠진 화장실에 의문을 품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성중립시설"이란 개념조차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이분법적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존재하며 이들의 유난스러움이 결국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로 한 발짝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유아차를 사용하는 부모에게도 유용하며 앞으로 걷기가 어려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설임을 절감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유난이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유난을 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더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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