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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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을 받아보았다. 매년 어찌어찌하여 과학소설을 읽게 되는데 갈수록 신박한 상상력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어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더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김나은 작가의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이란 작품은 케토라 행성의 우리 기준으로 하면 외계인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지구인 유나와의 교감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케토라인은 수중 세계로 모두가 아가미를 갖고 있으며 초음파를 통해 소통을 한다. 유나는 우연히 불시착한 우주선때문에 약 3년 전(지구의 시간보다 두배 느리다) 바다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간 호흡과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중 우주복 차림으로 생존을 하게 된다. 유나와 나의 첫 만남은 N극과 S극처럼 정반대의 만남이다. 유나는 장기를 몸속에 꽁꽁 감춘 모습이었지만 케토라인은 장기를 지느러미에 달고 다니고 빠른 생식을 위한 진화를 통해 인간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모습은 가닥가닥 벌어진 손가락을 가진 유나가 나의 손을 잡으며 소통을 시도한 것이었다. 케토라인의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유나의 행동과 언어에서 아직 성장기여서 호기심이 왕성했던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경이롭게만 느껴지게 된다.

유나와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되고 두 사람은 우정이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유나는 나에게 "친구"라는 단어를 알려준다. 케토라인에게 친구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케토라인의 관점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받아드린다.

내가 사는 행성, 케토라에서는 서로의 아가미에 손을 넣으며 호흡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애정표현이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14쪽

두 사람의 유대는 유나가 헤어질 때 나의 아가미에 손을 넣는 것으로 발전하고 나는 은근히 그 순간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보답으로 유나의 다섯 가닥 손을 꼭 잡아주고.

유나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던 어느 날 유나는 감격하며 지구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분명히 축하해야할 일이지만 나는 감동이 아닌 고통이 밀려온다. 마치 인어공주가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꺼이 내어놓고 두 다리를 가지려했던 것처럼 나는 지느러미를 버리고 튀어나온 장기를 몸 안에 쑤셔넣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이런 태도에 유나는 당황하고 두 사람은 어색한 관계가 되고 만다. 케토라인은 기본적으로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삶을 살아가기에 유나와의 이별도 자연스러운 일 정도로 여겨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나에게 유나의 선언은 어쩐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되고 만다. 그렇게 유나를 떠나보내고 지구에서는 케토라와의 교류 제의가 들어오게 된다. 케토라에서 생존해낸 유나는 대표로 연설을 하며 외계의 생명과의 교류를 환영하는 축사를 한다. 그리운 유나를 다시 보게 된 나는 자신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나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유나를 다시 만나게 된 순간 그게 바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인이 말하는 '친구' 그게 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유나를 더 알고 싶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30쪽

우정이 아닌 사랑으로 대치해도 괜찮을 정도로 두 사람의 감정은 교감을 이루게 된다.

친구가 인생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잡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나'가 느끼는 감정은 공감이 많이 될 것만 같았다. 더 알고 싶고 그리워지고 헤어지기 싫은 감정. 어쩌면 가족에게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이 감정을 많은 청소년들이 느끼고 살아갔으면 한다. 요즘 아이들은 우정도 쉽지만은 않다. 성적에 공부에 지치고 옆에 있는 친구의 이름은 커녕 경쟁자로 여기는 세상에서 보고싶고 그리워한다고 하면 철없는 낭만주의자로 취급받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구와 만나 교감할 기회도 부족하다.

새학기에 처음 보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이 바로 아가미에 손을 살짝 넣어 상대의 호흡을 느끼는 것 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린 모두 너무도 다른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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