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의 세계가 열리면 사계절 1318 문고 144
이은용 지음 / 사계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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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래?


독서 수업 시간 던진 질문에 2학년 8반 아이들 26명 중 3명은 좋아하는 일, 21명은 잘하는 일을 선택했다. (두 명은 질병결석)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아이에게 왜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묻자 "잘하는 게 없어서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잘한다"라는 것은 참으로 주관적인 평가라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도 남이 보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일 수도 있고 정말 잘하는 것임에도 너무 과한 겸손으로 자신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잘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인정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좋아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그림을 좋아하고 잘하는 "하라"에게는 진학이나 진로에 대해 위의 질문과 같은 고민은 필요없는 시간 낭비였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치르던 순간 그간 준비해온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게 되는 경험을 하며 하라는 좌절하고 그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도피처로 택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균형을 놓치며 캐리어와 함께 선로에 떨어지게 된다. 열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열차를 피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어쩔 줄 모르던 순간 누군가 자신을 밀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낯선 마을에 서있는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리온"이란 소년을 만나게 된다. 리온은 그림에 재능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치못하여 스스로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그림도 틈틈이 그리는 그야말로 주경야독하는 중이다. 하라가 그토록 질리도록 좋아도 하고 싫어지기도 한 그림에 대한 리온의 열정은 하라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인다. 하라는 자신이 살던 세계를 떠나 어디에 와 있는 걸까?


 "각각의 세계는 각각의 시간으로 흘러가지. 다른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모르고." 112쪽

각각의 시간과 세계가 존재한다는 안나의 의미심장한 말은 하라가 미술입시에서 실패를 맛본 세계와 리온과 함께 지내는 세계가 각각 다른 세계라는 점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럼 왜 하라는 리온의 세계에서 지내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남긴다. 하라는 리온과 함께 지내는 이 세계에서 입시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그림 자체를 좋아하던 시절의 열정을 깨닿는다. 하라가 원래의 세계를 향하는 과정은 결국 하라가 다른 사람의 평가를 행복의 기준을 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성공한 삶이란? 우리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기준으로 삼지만 사실 정답은 내 안에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하라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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