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얼굴 사계절 1318 문고 139
조규미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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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하늘이 보였다." 조규미, '똑같은 얼굴', 107쪽

중학교 2학년인 은성이는 학교 근처의 대학에서 주최하는 인성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4조에 속한 각기 다른 학교에서 온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 5명은 한 방에서 3박 4일을 보내게 된다. 낯선 또래와의 첫 만남에도 자기 소개를 하며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하기 바쁘다. 태블릿을 가져와 함께 공포영화를 함께 보며 첫날 밤을 공유하자 긴장감도 허물어지고 가까워지는 기분 속에서 캠프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은성과 같은 방 룸메이트였던 혜나가 9조 방에서 은성과 똑같은 얼굴을 보았다며 넋이 나간 표정으로 돌아온다. 방 안에 함께 있던 아이들은 저마다 놀라운 이야기에 자기가 알고 있는 같은 얼굴을 만났을 때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나누느라 호들갑을 떤다.

"도플갱어"

"그런 괴담 있잖아. 도플갱어 만나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 만난다고 다 죽지는 않아. 하지만 도플갱어랑 마주치면 불행해져."

저마다 걱정 반 호기심 반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은성의 도플갱어를 보러가기로했다가 실패하게 되고 다음날을 맞이한다.

캠프의 두 번째 날 은성의 룸메이트는 물론 9조의 아이들조차 은성과 똑같은 얼굴의 진실을 확인하느라 서로의 방을 오가며 수많은 말들을 늘어놓는다. 이제 은성은 도플갱어의 존재보다도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 더 피곤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문소리. 9조의 최유빈이 은성을 찾아온다. 바로 그 도플갱어!

둘은 도플갱어에 대한 소문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캠프 3일차

은성이 캠프에 오게 된 이유는 심리검사에서 우울 수치가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가족의 염려로 이어지는 심리검사에서도 자체 검열을 통해 검사를 마치기 일쑤였고 결국 캠프에 까지 오게 된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모였을 법한 아이들이 보이는 모습에 은성은 이상한 압박감을 느끼며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밤의 모험'이란 이름으로 비오는 숲에 가기로 한다.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하여 어두운 숲을 걷기로 했지만 은성의 휴대폰은 어찌된 영문인지 보이지 않고 친구들의 불빛을 의지하며 숲을 걷다 은성은 쏟아지는 빗속에 친구들과 떨어져 고립된다. 쏟아지는 비와 어둠 속에서 공포를 느낀 은성은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을 불러보지만 목소리도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은성은 친구들을 찾게 되고 간신히 숙소로 돌아와 선생님들께 야단을 맞고 아침을 맞이한다.

"나는 앞으로 불행해지는 걸까? .. 불운이 가득한 터널 속으로 막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조규미, 똑같은 얼굴, 142쪽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깃털처럼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은성의 도플갱어를 보며 은성은 지난 밤 긴장감과 불안, 공포를 떠올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떠들며 웃는 도플갱어의 모습 속에서 은성은 자신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후회한다. 그리고 도착한 문자메시지에는 어젯밤 일이 같은 방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이었다는 사과의 내용이 있었다. 은성은 자신의 불운이 앞으로 운명을 불행의 길로 이끌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모두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문자를 보낸 친구가 누구일까 고민하던 중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누군가를 보고 비로소 안도하는 은성은 긴장감을 내려놓게 된다.

어른이 된 후로는 어둠도 상상 속의 귀신도 더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현실이 훨씬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친구들의 장난으로 은성이 겪게 된 심리적 고통도 어쩌면 며칠 잘 먹고 잘 자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낯선 이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압박, 긴장은 피를 말릴 정도로 힘겨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겪어보았기에 잘 안다.

"성장을 위한 고통,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가 그 시절의 아픔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은성이 받은 문자 메시지 속 진심은 은성을 성장시켰다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 그런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이 쾌감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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