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의 내일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4
이선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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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에서 청소년 문학의 명문을 모아 두 권의 선집(選集)이 출간되었다. 언제나 청소년 문학에 진심이었던 사계절인지라 기대하며 받아든 신간은 역시나 앤솔러지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름 청소년과 늘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생활하기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왔다. 어느덧 나의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하루는 이런 말을 하며 정곡을 콕 찔러서 나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이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자기들이 불리할 때 늘 사춘기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찔렸다. 그것도 아주 예리하게.

사춘기와 갱년기 중 누가 더 지랄맞은지를 논하는 나이가 되어보니 나의 생각의 범위가 얼마나 좁고도 견고했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은 "모로의 내일"은 나와 같은 "꼰대"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콕 찔러주는 에피소드이다.

"라떼는 말이야, 콩 한 쪽도 나눠먹었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지, 선생님 목소리 하나라도 놓칠까봐 맨 앞자리에 앉아야지!"

꼰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채우며 그 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나의 꼰대력을 고민해보게 만들었다.

모로의 호기심은 이 목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계기가 되며 같은 반 친구 현채는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된다. 경증 치매 환자용 약을 복용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상 반응은 사람들을 조종하는 텔레파시같은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신박한 현상은 읽기만 해도 상상력을 폭발시켰다.

결국 나이가 벼슬인거지.

'모로의 내일'66쪽 중

2022년 대한민국은 여러가지 갈등이 사회를 갈라놓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 역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고민해봐야할 의제이다. 종이 한 장 차이인 잔소리와 충고 사이에서 좀더 살았다는 나의 경험이 사실은 "나이가 벼슬"인 취급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어른의 존재가 필요했던 수없이 많은 고민의 순간이 교차하여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국어 시간에 아이들이 국어지식을 쌓는 것 만큼 삶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하고 던져줬던 읽기자료들 속에서 나의 의도와 저 멀리 떨어져 작품을 곱씹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나의 의도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며 그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것이 내 몫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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