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에서 청소년 문학의 명문을 모아 두 권의 선집(選集)이 출간되었다. 언제나 청소년 문학에 진심이었던 사계절인지라 기대하며 받아든 신간은 역시나 앤솔러지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름 청소년과 늘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생활하기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왔다. 어느덧 나의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하루는 이런 말을 하며 정곡을 콕 찔러서 나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이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자기들이 불리할 때 늘 사춘기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찔렸다. 그것도 아주 예리하게.
사춘기와 갱년기 중 누가 더 지랄맞은지를 논하는 나이가 되어보니 나의 생각의 범위가 얼마나 좁고도 견고했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은 "모로의 내일"은 나와 같은 "꼰대"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콕 찔러주는 에피소드이다.
"라떼는 말이야, 콩 한 쪽도 나눠먹었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지, 선생님 목소리 하나라도 놓칠까봐 맨 앞자리에 앉아야지!"
꼰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채우며 그 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나의 꼰대력을 고민해보게 만들었다.
모로의 호기심은 이 목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계기가 되며 같은 반 친구 현채는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된다. 경증 치매 환자용 약을 복용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상 반응은 사람들을 조종하는 텔레파시같은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신박한 현상은 읽기만 해도 상상력을 폭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