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문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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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를 청 靑 작을 소 小 해 년 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청소년. 모두가 그 시절을 지나지만 각자가 느낀 시간은 다를 것이다. 어떤 환경 속에 놓이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청소년기이지만 이름처럼 푸르고 싱그러운 시간이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치기어린 행동과 이불킥할 만한 흑역사로 점철되어 있을 개인사가 가득할 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제법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탁경은 작가의 '민트문'은 이러한 청소년의 푸르름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품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지금은 생리중

이번 생은 망했어

민트문

모기

동욱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어왔기에 약간의 삐딱선, 약간의 외로움, 약간의 반항기로 뭉친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선사할까 기대하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작품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민트문'은 민트색깔 헤어스타일을 자주하던 아이돌과 아이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었던 민정이의 이야기이다. '블루베리 머핀'이란 아이디로 팬픽을 쓰며 팬들 사이에서도 소소히 인정받고 아마도 아이돌인 오빠의 노랫말 속의 '머핀이면 다 좋아'는 민정을 가리키는 말일까 망상에 사로잡혀 있어도 행복한 민정이다. 민정의 팬픽 속 오빠와 현실의 오빠가 오버랩되며 헷갈림 속에 놓여있을 때 일어난 사건은 현실에서도 우리가 익히 겪어온 일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모기"

작가의 의 말에 따르면 2005년에 초고를 작성했다는 이 작품은 17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없는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갱년기를 온몸으로 맞이한 어머니, 성공한 K장녀, 부실한 장남, 이 소설의 서술자인 중3 막내가 소설의 등장인물이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있으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그 상처를 누가 볼새라 꾹꾹 눌러가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아들이 딸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둥, 가장을 잘 대접해야 한다는 둥 하는 생각마다 구리고 시대착오적입니다."- 114쪽


양성평등을 부르짖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들타령이냐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 견고한 사고는 쉽게 깨어지지 않는 대리석같은 것이라서 여전히 강력하게 우리 사회 속에서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 쓰인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는 현실감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막내딸의 시선은 속내를 감춘 가족들의 밀당을 고급 정보원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진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내면의 불순물을 일기장에 기록합니다. 일기장은 내면의 쓰레기통 같습니다. 마음 속에 냄새나는 쓰레기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지만 모든 사람이 이 쓰레기를 일기장에 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는 부지런함이 있는 거겠죠. - 112쪽

언니의 일기장에 적힌 가족의 비밀은 일기장을 몰래 훔쳐 본 막내가 인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고 또는 정당화하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며 상처를 키우는 모습이 결국은 가족이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 가족에게는 '모기'라는 존재가 이러한 속사정을 감춰주는 훌륭한 방패막이되어 일심동체로 가족이 동기화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나에게는 '아이들'이란 방패막이 있기에 어떤 상처도 극복해 낼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삶엔 방패가 필요한 거구나 ! 오늘도 한 권의 책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 깨달음이 필요한 모두에게 권한다.


#사계절 청소년문학서평단 #민트문#탁경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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