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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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방 책장 제일 손이 닿긴 쉬운 곳을 나만의 명예의 전당으로 정해 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들로 채워놓았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들이 나란히 꽂혀있는데 이제 이 에세이도 살포시 올려놓아야겠다.


소설로만 만났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묘하게 사생활을 들추어 보는 듯 해, 조심스러우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페이지를 넘기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분을 좋아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함께 육아하는 육아동지의 입장에서 누구나 겪었을 육아고충을 이렇게 유쾌한 시선과 유머러스한 농담으로 버무려주시니, 나의 그 힘들었던 신생아 육아시절조차 씨익 웃으며 떠올려보게 된다.


그러다가도 또 아내와 아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에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져서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눈물 흘릴 수는 없다는 각오로 이를 꽉 깨물고 페이지를 넘기다가 결국은 그 부분은 건너뛰고 좀더 진정되는 부분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번역이 참 좋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단어들의 맛을 잘 살려서 번역이 된 것 같다.

중간에 '머시깽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아마 'something'의 번역이려나? 그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푸핫 웃음이 나와서 저절로 번역자가 누구인지 책 표지를 뒤적거려 봤는데 표지에는 없고 맨 뒷페이지 출판정보 있는데만 이은선 번역가님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이 분이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들 거의 다 번역한 것 같으신데, 그 내공과 애정이 이 책의 번역에도 고스란히 실려 있는 것 같다.


길이는 길지 않지만, 소설 못지 않은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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