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고향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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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고향'은 그림책이다. 한때 필자는 그림책을 어린이 전용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단정지었다. 글보다 그림의 비중이 컸던 탓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그림책은 연령 불문하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앞표지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제목인 '연필의 고향' 보다는 삽화다. 연필이 나무의 줄기와 거기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로 표현되어 있다. 나무를 재료로 연필이 만들어지니 일리가 있다. 그런데 삽화를 본 필자는 셸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두 그림책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책의 뒤표지에서 '연필의 고향'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교실에 주인 없는 연필들을 보관하는 곳이란다. 그런데 주인들은 연필을 잃어버려도 자신의 연필을 찾지 않는다. 그런데 샤프심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누가 샤프심을 훔쳐가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림책이지만 구성이 꼭 만화책 같다. 어릴 적 우리는 필통 안에 서너 자루의 연필을 넣고 다녔다. 그땐 지금처럼 흔해빠진 샤프가 고가의 학용품이었다. 그래서 연필을 쓰는 학생들이 많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초등학생도 연필 대신 샤프를 쓴다. 교실 안에 있는 '연필의 고향'에 가득찬 주인 없는 연필들이 줄어들지 않는다. 아무도 찾아가질 않으니깐 그대로다. 급기야 연필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연필들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샤프심을 훔쳐간다. 

예진이는 혼자 남겨진 교실에서 연필들의 하소연을 듣는다. 예진이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책의 저자 김규아는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 '연필의 고향'을 그리게 되었다. 하찮은 연필일지라도 그 연필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다. 우리 각자도 마찬가지다. 

'연필의 고향'은 글밥이 적은 그림책이다.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쉽게 책을 덮어버릴 수 없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읽고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이라도 가끔 그림책을 펼쳐 보길 바란다. 삭막해진 마음을 위안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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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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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봐도 얼른 책장을 펼치고 싶단 충동이 인다. 지금 중장년의 삶을 살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노년기를 어떻게 맞이할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책의 제목 '곱게 늙기' 는 노년에 접어들어야 할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미래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라고 젊은이들과 다를 게 있을까? 물론 젊었을 때에 비해 체력적으로도 약해지고 건강상 아픈 곳도 생기겠지만, 마음은 예전 그대로이지 않을까? 책의 앞표지 삽화에서 보듯 노인 커플도 음악에 맞춰서 얼마든지 춤추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맨 먼저 '누구나 늙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곱게 늙은 사람입니다.' 라는 글을 맞닥뜨린다.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누구든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진시황도 끝내 불로초와 불사약을 구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니 이왕 늙을 바에야 늙어서 쭈글해지는 자신의 외모를 인정하고 곱게 늙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저자 송차선은 천주교 사제로 현재 석관동성당 주임신부로 재직 중이다. 

읽기 전에에서 저자 송차선 신부가 이 책을 쓰게 된 연유를 밝히고 있다. 송차선 신부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예전의 탱탱한 모습은 사라지고 중년의 낯선 남자가 거울 앞에 서 있더라는 사실에서 자신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어차피 세월이 가면 늙는 것인데 받아들이고 곱게 늙어가자'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책은 요셉대학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독자에게 어떠한 지침을 준다기보다 저자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 자기고백의 성격이 강하다.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곱게 늙기' 위한 조건들로 8가지를 들고 있다. 1장부터 눈으로 훑어볼까? 

개방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변화까지 수용하는 것, 

경청은 말을 줄이고 들어주는 것, 

양보는 나이를 따져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물러서는 것, 이때 재산은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 

겸손은 오랜 세월 경험을 허구라 생각하고 고집 부리지 않는 것, 

소유는 욕심을 내어 재물을 움켜쥐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 

관심은 일에서 은퇴한 뒤 갖는 여유시간을 취미, 공부, 봉사 등으로 삶에 관심을 가질 것, 

청결과 밝음은 가급적 깨끗하고 밝은 색의 옷을 입고 몸에서 나는 나쁜 냄새 대신에 좋은 향기를 지닐 것, 

미소와 정신, 영혼은 세상 일에 초연하고 좋은 인상, 왕성한 정신, 맑은 영혼을 유지할 것.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차례만 봐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노인에게만 한정된 요소는 아니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위의 8가지 조건들을 충족할 때 그 삶을 품위 있는 삶이라고 하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 책을 한 번쯤 읽을 것을 권유한다. 언젠가는 누구든 노년을 맞이한다. 외모에만 초점을 맞춰서 흰머리카락, 잔주름, 검버섯 등을 감추려고 애쓰기보다 오랜 세월 살아온 연륜만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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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아우름 31
박현희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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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정답이 아니야' 라는 제목의 책은 우리가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의 앞표지 삽화를 보면 돌다리 사이에 거북이가 물에 떠 있다. 이 그림에서 연상되는 속담이 있다. 돌다리로 시작하는 속담은 뭘까? 정답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이다. 만약 누군가 돌다리를 건널 때 아무 의심 없이 거북이 등을 돌다리인 양 밟고 지나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저자는 이 상황을 달리 바라본다.

"실패가 두려워서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를 묻는 물음에 저자는 "길을 잃을 때 우리가 더 좋은 것을 만날 것을 믿어보라." 라고 답한다. 이 말은 실패 즉 시행착오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일게다.

저자 박현희는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교육, 행복 등 여러가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책들을 썼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살아오면서 접한 여러 속담과 충고들 이른바 상식이라고 규정한 것들이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만고불변의 진리인 양 여겨지는 것을 문제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속담과 충고에서 찾은 상식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데 문제가 있음을 꼬집어서 말한다.

차례를 보면 책의 내용은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속담, 2장은 충고를 다루고 있다.

1장. <속담에서 찾은 상식의 배반>에서  속담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어떤 일을 할 때 일단 저지르고 나서 뒤늦게 다시 고민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행동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안전하고 실패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건너야 할 돌다리 앞에서 주저하고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물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한 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래서 이 속담은 '돌다리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일단 건너보라' 라고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2장. <충고에서 찾은 상식의 배반>에서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충고 가운데 하나다. 학창시절엔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이 충고하셨던 이 말을 되뇌이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려고 다짐했다. 

공부는 학교를 졸업하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정해진 때가 있지 않다. 지금 당장 공부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긴다면 나중에라도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는 평생에 걸쳐서 하지만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는 지금이 적기다' 라고 바꿔야하지 않을까?

닫는 글에서 저자는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다른 속담과 상식들을 간략히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해 놓은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질서가 오류일 수도 있단 의심을 품어보면 어떨까? 거기서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아간다는 지동설이 탄생했다. 

'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는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각자가 알고 있는 속담이나 상식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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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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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은 언뜻 제목만 대하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표현한 문학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원자과학자들이라 하면 누굴까? 원자의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이 생긴다. 정말 그럴까?

책의 앞표지 삽화는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천체를 가리키고 있다. 일정한 규칙과 질서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는 별들이다. 지구도 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에 속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우주 공간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광활한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은 정말 하찮은 존재다.

책의 뒤표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반핵 운동의 기폭제가 된 20세기 최고의 과학 고전!'으로 이 책을 꼽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될 단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1962년에 출간된 '침묵의 봄'은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책이다.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그렇다면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저자 로베르트 융크는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1950년대 그는 일생을 바쳐 탐구할 주제로 미래, 평화 그리고 반핵 운동을 정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세 가지 주제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천사에서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는 '비극적 결말의 러브 스토리, 원자폭탄의 역사'라고 언급한다. 그는 책의 328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황무지 호르나다델무에르토 사막에서 첫 번째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프로젝트의 책임자 오펜하이머가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읊었다.

천 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한다면,
그것은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으리라. 
(328쪽)

원자폭탄의 폭발을 천 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몰고 온 파장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가 읊조린 구절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이론과 실험에 의해서 원자가 지닌 힘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방사능 원소의 원자핵이 분열할 때 예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중성자를 이용해서 원자핵을 쪼갤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는 끝내 인류의 멸망을 이르게 할 핵무기를 개발하게 만들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1918년부터 1955년 사이에 일어난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후의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에 미국은 서둘러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밀리에 많은 과학자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는가?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과 같은 핵무기가 있어서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강대국들 사이에서 경쟁하듯이 더욱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과연 핵무기가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인지 의문이 든다. 

57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물리학과 원자폭탄 이야기가 어렵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에 아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극적인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독자들은 서서히 몰입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로 8월 15일 광복절에 이 책을 완독하게 되었다. 원자폭탄의 투하로 일본 천황의 항복을 이끌어낸 광복절이다. 하지만 핵무기 사용은 앞서 두 번으로 끝났길 간절히 원한다. 핵무기야말로 인류의 평화가 아니라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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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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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 삽화를 보면 분필로 그려진 막대 모양의 여자아이의 주변 곳곳에 핏자국이 흥건하다. 삽화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가 밀려온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스티븐 킹 강력추천'이다. 소설, 영화의 원작자로 알려진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스릴러물을 표방하고 있다. 스티븐 킹이 읽고 추천한 작품이라니 책의 앞표지 삽화와 더불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겨내릴 만큼 오싹해진다.

책의 뒤표지에 "초크맨을 조심해! 그가 네 머리를 노리고 있어."라는 경고문이 있다. 머리 없는 소녀의 시체, 분필로 그린 섬뜩한 그림,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이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날 이후 30년이 지난 어느 날, 초크맨의 표식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날아온다.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초크맨'은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서 1986년이었던 과거와 2016년인 현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책의 저자 C.J. 튜더는 영국 출신으로 '초크맨'이 그의 데뷔작이다. 2018년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출간된 '초크맨'은 강렬한 도입부와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작가로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봐야겠다.

프롤로그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묘사로 독자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한 소녀의 머리가 황갈색 낙엽 더미 위에 놓여 있었다. (중략)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딱정벌레들이 동공 위에서 종종걸음 쳐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어둠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사건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잔인하고 끔찍한 토막살인사건이다. 살인자는 왜 소녀를 이토록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 아직 원한을 살 만큼 세상을 오래 살지 않은 가엾은 한 생명에 불과하다.

화자는 에디 먼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12살 남자아이다. 그는 또래의 친구들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와 어울려 지낸다. 그들은 분필로 암호화된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은밀하게 소통한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에디를 괴롭히던 메탈 미키의 형 션의 죽음이 있고난 뒤부터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댄싱걸의 죽음과 핼로런의 자살 등등.

30년의 세월이 흘러서 에디는 42살의 중년이 되었다. 그는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대저택에 혼자 살아간다. 이십대 후반의 클로이가 하숙인으로 그와 한 집에서 지낸다. 그런 그에게 30년 전의 친구 미키가 찾아온다. 그 다음날 미키는 실종되었고 강에 빠진 채 익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과거완 단절된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과거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가?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에디를 둘러싼 주위 지인들의 죽음은 위의 세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의 아빠가 그에게 던진 충고다. 에디는 아빠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떠올려보면서 실마리를 찾아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을 쫓아가다보면 잠시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결말이 궁금한 독자라면 건너뛰어서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쳐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자초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구성이어서 어디서부터 읽어야 결말에 가까워질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게 독자들을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작가의 트릭이다.

연일 폭염에 심신이 지쳐있다. 이럴 때 긴장감이 감도는 스릴러물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장을 펼쳐든 순간 작가가 펼치는 상상력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면서 혹한의 더위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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