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은 언뜻 제목만 대하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표현한 문학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원자과학자들이라 하면 누굴까? 원자의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이 생긴다. 정말 그럴까?

책의 앞표지 삽화는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천체를 가리키고 있다. 일정한 규칙과 질서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는 별들이다. 지구도 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에 속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우주 공간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광활한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은 정말 하찮은 존재다.

책의 뒤표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반핵 운동의 기폭제가 된 20세기 최고의 과학 고전!'으로 이 책을 꼽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될 단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1962년에 출간된 '침묵의 봄'은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책이다.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그렇다면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저자 로베르트 융크는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1950년대 그는 일생을 바쳐 탐구할 주제로 미래, 평화 그리고 반핵 운동을 정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세 가지 주제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천사에서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는 '비극적 결말의 러브 스토리, 원자폭탄의 역사'라고 언급한다. 그는 책의 328쪽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황무지 호르나다델무에르토 사막에서 첫 번째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프로젝트의 책임자 오펜하이머가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읊었다.

천 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한다면,
그것은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으리라. 
(328쪽)

원자폭탄의 폭발을 천 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몰고 온 파장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가 읊조린 구절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이론과 실험에 의해서 원자가 지닌 힘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방사능 원소의 원자핵이 분열할 때 예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중성자를 이용해서 원자핵을 쪼갤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는 끝내 인류의 멸망을 이르게 할 핵무기를 개발하게 만들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1918년부터 1955년 사이에 일어난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전후의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에 미국은 서둘러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밀리에 많은 과학자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는가?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과 같은 핵무기가 있어서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강대국들 사이에서 경쟁하듯이 더욱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과연 핵무기가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인지 의문이 든다. 

57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물리학과 원자폭탄 이야기가 어렵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에 아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극적인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독자들은 서서히 몰입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로 8월 15일 광복절에 이 책을 완독하게 되었다. 원자폭탄의 투하로 일본 천황의 항복을 이끌어낸 광복절이다. 하지만 핵무기 사용은 앞서 두 번으로 끝났길 간절히 원한다. 핵무기야말로 인류의 평화가 아니라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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