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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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 삽화를 보면 분필로 그려진 막대 모양의 여자아이의 주변 곳곳에 핏자국이 흥건하다. 삽화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가 밀려온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스티븐 킹 강력추천'이다. 소설, 영화의 원작자로 알려진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스릴러물을 표방하고 있다. 스티븐 킹이 읽고 추천한 작품이라니 책의 앞표지 삽화와 더불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겨내릴 만큼 오싹해진다.

책의 뒤표지에 "초크맨을 조심해! 그가 네 머리를 노리고 있어."라는 경고문이 있다. 머리 없는 소녀의 시체, 분필로 그린 섬뜩한 그림,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이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날 이후 30년이 지난 어느 날, 초크맨의 표식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날아온다.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초크맨'은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서 1986년이었던 과거와 2016년인 현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책의 저자 C.J. 튜더는 영국 출신으로 '초크맨'이 그의 데뷔작이다. 2018년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출간된 '초크맨'은 강렬한 도입부와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작가로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봐야겠다.

프롤로그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묘사로 독자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한 소녀의 머리가 황갈색 낙엽 더미 위에 놓여 있었다. (중략)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딱정벌레들이 동공 위에서 종종걸음 쳐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어둠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사건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잔인하고 끔찍한 토막살인사건이다. 살인자는 왜 소녀를 이토록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 아직 원한을 살 만큼 세상을 오래 살지 않은 가엾은 한 생명에 불과하다.

화자는 에디 먼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12살 남자아이다. 그는 또래의 친구들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와 어울려 지낸다. 그들은 분필로 암호화된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은밀하게 소통한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에디를 괴롭히던 메탈 미키의 형 션의 죽음이 있고난 뒤부터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댄싱걸의 죽음과 핼로런의 자살 등등.

30년의 세월이 흘러서 에디는 42살의 중년이 되었다. 그는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대저택에 혼자 살아간다. 이십대 후반의 클로이가 하숙인으로 그와 한 집에서 지낸다. 그런 그에게 30년 전의 친구 미키가 찾아온다. 그 다음날 미키는 실종되었고 강에 빠진 채 익사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과거완 단절된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과거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가?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에디를 둘러싼 주위 지인들의 죽음은 위의 세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의 아빠가 그에게 던진 충고다. 에디는 아빠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떠올려보면서 실마리를 찾아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을 쫓아가다보면 잠시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결말이 궁금한 독자라면 건너뛰어서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쳐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자초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구성이어서 어디서부터 읽어야 결말에 가까워질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게 독자들을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작가의 트릭이다.

연일 폭염에 심신이 지쳐있다. 이럴 때 긴장감이 감도는 스릴러물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장을 펼쳐든 순간 작가가 펼치는 상상력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면서 혹한의 더위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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