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한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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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챕터(Dark Chapter)'는 번역하면서 원제목을 그대로 썼다. 'Dark Chapter'를 풀이하면 '어두운 시기'라는 뜻이다. 벌써 제목만 대하더라도 우울하다.

책의 앞표지 전체를 차지하는 배경은 인적이 드문 어두운 숲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비춰준다. 왠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음침한 느낌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던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다. 

왼쪽 아래에 한 문장으로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4월의 그날 벨파스트 힐즈에서 그녀에게 가해진 그의 폭력은 그녀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라는 문장이 있다. 책의 배경에 등장하는 숲길이 벨파스트 힐즈인가 보다. 그렇다면 그녀와 그를 둘러싼 폭력사건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책의 뒤표지는 '성폭행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위니 리의 자전적 소설'이란 글로 시작한다. 벨파스트 힐즈에서 발생한 그에 의한 폭력은 성폭행이었다. 저자 위니 리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성폭행 피해자였던 그녀는 '성폭행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회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받을 두려움에 떨거나 혹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내기 힘들어서 오랜 세월 신고도 못한 채 숨죽이면서 지내야했다. 때맞춰 성폭행을 당한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출간되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책의 저자 위니 리는 작가이자 영화제작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예술과 토론을 통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활동을 펼치는 단체 클리어 라인스 디렉터 페스티벌의 공동설립자다. 자신의 성폭행에 바탕을 둔 첫 장편소설 '다크 챕터'를 썼다. 이 소설은 가디언이 '2017년 독자가 뽑은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책을 펼치자 '모든 피해자와 생존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를 위해' 라는 헌사가 있다. '우리'라는 단어에서 작가와 미지의 독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결속력이 생긴다.

책의 차례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외한 나머지 프롤로그, 제 1장부터 5장,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소제목이 없다. 작가가 친절하게 소제목을 달아줬더라면 이야기의 전개 과정을 훑어볼 수 있으련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내용이 지루하진 않겠지?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자가 책을 쓴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녀 자신이 겪은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세상 사람들에게 낱낱이 드러내는 건 쉽지 않았지만, 정작 부끄러워할 사람은 성폭행 가해자다. 우리는 성폭행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한편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성범죄는 개인의 삶에 충격을 주지만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치유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저자의 말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me too)이자 위드유(with you)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여전히 자신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서 예전의 나 자신에게 소리 질러 경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나간 역사를 되돌이킬 수 없듯이 그녀의 과거는 과거 그대로 머물러 있다. 

제 1장부터 5장까지 그녀가 겪었던 성폭행 사건이 전개된다. 1장의 도입부에선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듯 어린시절로 거슬러간다. 이야기는 피해자 비비안의 시각과 가해자 조니의 시각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그래서 가끔 일간지를 장식하고 있을 법한 뻔한 성폭행 사건으로 흐르지 않는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 여러 대의 카메라로 남녀 주인공의 시선을 쫓아가듯이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피해자 비비안과 가해자 조니의 시각을 동시에 보여준다. 독자는 비비안의 입장이었다가 다시 조니의 입장으로 쉬지 않고 두 인물을 오고 가면서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비비안과 조니는 가정환경부터 큰 차이가 있다. 비비안의 부모님은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자녀의 공부에 관심이 많다. 비비안도 언니의 영향을 받아서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다. 반면에 조니의 부모님은 유랑민 출신으로 아버지의 잦은 폭력에 어머니는 딸 셋을 데리고 이혼한다. 조니는 수시로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형과 함께 캐러밴에서 살고 있다.

이쯤에서 비비안과 조니의 성장환경을 알 수 있다. 비비안의 입장에서 서술한 사건과 조니의 입장에서 서술한 사건이 전개된다. 그래서일까? 독자는 줄곧 성폭행 피해자인 비비안의 편에서 그녀가 당했던 성폭행 사건을 안타까워하지만, 때론 가해자 조니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비비안이 성폭행 사건을 당한 뒤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경찰에 신고한 뒤 재판, 판결에 이를 때까지 그녀는 거의 일 년 이상 성폭행 피해자로 지내야했다. 경찰서에서의 진술, 몸의 여기저기에 난 멍이나 상처자국을 보여주고 증거물로 남기기 위한 사진 촬영, 정신과에서의 심리 상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진술 등의 과정은 그녀가 감당하기에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버텨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서 혹은 밤늦게 술 마시면서 혹은 혼자 돌아다니면서 라는 갖가지 이유를 대었다. 피해자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것으로 본질을 외면했다. '다크 챕터'의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태도를 꼬집고 있다.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편소설이어서 책의 분량이 많지만 작가의 글을 풀어내는 유련한 솜씨에 빠져든다. 성폭행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그런데 작가의 손끝에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듯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듯 흥미진진하다.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이 불고 있다. '다크 챕터'는 미투 운동의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미투 운동의 사례들 중 하나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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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독서법
이토 마코토 지음, 김한결 옮김 / 샘터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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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평생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도 독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서점의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독서법이 출간되었다. 이름하여 '꿈을 이루는 독서법'이다.

책을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는 독서법으로 '꿈을 이루는 독서법'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독서법에 관한 무수한 책들과 무엇이 다를까? 필자는 비슷한 주제의 책을 대할 때면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일지를 찾아낸다는 목표로 책장을 펼친다.

책의 뒤표지에 저자의 주장이 실려 있다. 
"책을 더럽히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은 내 경험이다."
저자가 책의 제목에서 제시하는 '꿈을 이루는 독서법'의 핵심이다. "두고두고 꺼내어서 읽어야 할 책을 더럽히다니" 혹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서" 라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책장을 펴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저자가 무엇이라고 답변했을까?

책의 저자 이토 마코토는 일본 도쿄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코 마코토의 사법시험학원을 설립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그는 공부나 시험에 관해선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 그런 저자가 낸 책이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독서법이 담겨 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책을 더럽히면 꿈을 이룰 수 있다.'에 이어서 '책은 더럽힌 만큼 자기 것이 된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빨간 줄과 형광펜이 그어지고, 메모와 의견을 적어 넣으면 책은 더러워지지만, 그만큼 독자의 생각이 명료해진다. 그야말로 능동적인 책읽기라고 하겠다.

책의 목차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목차에 각 장마다 친절하게 소제목이 달려 있다. 소제목만 읽어도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서 굳이 본문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좋은 독서법이 아니다. 

1장 <꿈을 이루는 책을 선택하는 방법>에는 저자가 조언하는 책을 선택하는 여러 방법들이 나온다. 특히 당장 도움이 되는 책은 금세 쓸모없어지고 두꺼운 책으로 뇌에 부담을 준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당장 도움이 되는 책은 실용서에 가깝다. 대신 옛날 책으로 치부하는 고전은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들의 엄격한 잣대와 까다로운 시장의 선택을 통과해서 지금껏 살아남은 책이 고전이다. 

두꺼운 책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가기 쉽지 않다. 대부분 중도에 포기한다. 처음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은 고행의 시간이다. 그런데 두꺼운 책에 단련되다 보면 얇은 입문서는 재미있을 정도로 술술 읽힌다. 저자의 말대로 두꺼운 책에 도전해보자.

2장 <꿈을 이루는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저자가 능동적인 책읽기 방법을 제시한다. 앞서 책을 더럽힌 만큼 독자 자신의 것이 된다는 확신으로 볼펜, 메모장, 포스트잇 등을 갖고 다니면서 독서에 적극 활용한다.

3장 <꿈을 이루는 책을 공부하는 방법>에는 저자가 책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 데서 나아가 핵심을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책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 요약하며 읽는 것이 요점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접속사 '그러나' 뒤에는 중요한 문장이 이어진다.

4장 <책을 좀 더 제대로 즐기는 방법>에서 저자는 이왕 독서를 할 바에야 즐기면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공자님 말씀에도 나온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그래서 다양한 장소에서 독서를 하거나 독서회에 참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5장 <꿈을 이루는 독서법>은 책의 제목과 일치한다. 앞서 1장부터 4장까지의 방법대로 독서를 지속하다보면 5장 꿈을 이루는 독서에 도달하지 않을까?
저자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삶과 죽음을 일깨웠듯이 누구든 독서의 경험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말 '죽음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축복 중 최고의 축복이다'는 나이가 들어서 죽음에 가까워진 노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꿈을 이루는 독서법'은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가끔 인용되는 생소한 책 제목을 제외하곤 독자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소제목 한 편의 이야기가 두세 쪽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손 안에 들고 다니면서 자투리시간을 활용해서 읽어보는 건 어떨까? 아무리 좋은 독서법이 있다고 해도 독서를 하면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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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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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라니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책의 제목으로 등장했다. 왜 '파이와 공작새'일지 의문을 가지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책의 앞표지 그림에 커다란 파이 위에 화려한 꽁지를 활짝 펼친 공작새가 앉아 있다. 공작새의 등에 한껏 정장 차림을 한 신사와 숙녀가 마주보고 있다. 불후의 고전으로 일컫는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이 21세기의 감성으로 재탄생했다고 하니 작가가 어떻게 재구성했을지 기대된다. 설령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책을 읽으면서 '오만과 편견'과의 연관성을 따져보면서 읽는 것도 괜찮다.

책의 뒤표지에 책의 줄거리가 짤막하게 나온다. 줄거리는 요리사 케이시와 배우 테이트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자존심과 오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은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과정이다. 그러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로 진전되기도 하지만, 그냥 서로에게 잊혀진 타인으로 남기도 한다. 그렇다면 '파이와 공작새'에서 케이시와 테이트는 어떻게 될까? 

책의 지은이 주드 데브루는 할리퀸 로맨스계의 대모라 불리며 43권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썼다. 할리퀸 로맨스는 청소년 취향의 연애 소설 시리즈다. 필자가 청소년 시절이었던 지난 198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하이틴 로맨스가 인기있었다. 그 이후에 할리퀸 로맨스가 유행했다. 

키가 크고 잘 생기고 돈 많은, 즉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가난한 여자는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이다. 어차피 둘의 만남 자체가 차단되어 있다. 그런데 작가가 상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가상의 소설에선 가능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파이와 공작새'는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환상적인 로맨스를 꿈꾸는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하다. 사춘기 시절을 지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고, 이제 순수한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중년층일지라도 소설을 통해서 잠시나마 환상에 빠져들 수 있다.

책의 앞표지를 넘기면 등장인물 관계도가 나온다. 케이시 레딕과 테이트 랜더스가 주인공임을 한 눈에 보여준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간의 관계를 훑어보면 복잡하다. 

아직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인데 그 많은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파악해야 한단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독자들은 지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총 3막으로 구성된 542쪽 분량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줄거리와 함께 등장인물들을 파악하게 된다. 

테이트의 저택 뒤의 게스트하우스에 세들어 사는 요리사 케이시는 아직 테이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없다. 그러니 테이트가 영화배우인지를 몰랐다. 거기서 소설은 시작한다. 

제 1막 1장 
다아시가 드러나다 
Mr. Darcy is revealed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가 케이시의 오두막 뒤 베란다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경찰을 불러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비명이라도 질러야 하는 거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유, 그건 남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과 제목에 눈길이 간다. 연극의 극본 형식을 취하면서 '오만과 편견'의 제목을 차용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 관계도에서도 인물 이름 아래 연극에서 맡은 배역 이름이 나온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서머힐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할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그 연극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거기서 케이시는 엘리자베스 역을, 테이트는 다아시 역을 맡는다. '오만과 편견'이 무대 위의 연극으로 공연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오만과 편견'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결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남녀가 첫 만남에서 서로를 오해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위기를 겪으면서 남자는 오만에서, 여자는 편견에서 벗어난다.

'파이와 공작새'를 읽는 독자들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청춘의 한때로 되돌아간 듯 설레이는 마음이 여운처럼 오랜 기간 머물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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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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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예드 솜이와 함께 하는 극한 인생 '극한 견주2'는 책의 앞표지 전면을 장식한 하얀 털복숭이 개가 주인공 솜이다. 하얀 털복숭이 개는 사모예드다. 북극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인들은 사모예드를 길러서 순록의 사냥과 보호, 썰매 끌기 등에 이용했다. 북극의 추위에서 살아가던 조상 개완 달리 이제는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지내고 있다.

책의 뒤표지에 사모예드 솜이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온다. 미운 5개월 개춘기 시절 솜이다. 우리 인간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청소년이라 부른다. 청소년 시기를 사춘기라고 한다. 사춘기 시절엔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든다. 그래서 괜시리 어른들에게 반항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도 사춘기를 겪는가보다. 개의 사춘기를 개춘기라고 표현했다. 사모예드 봄이의 개춘기 특징을 캐릭터화해서 알려주고 있다. 

저자의 "사람이나 강아지나 사춘기 시절은 정말 못났군!" 이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도 동물에 지나지 않다.

'극한 견주' 시리즈는 만화다. 작가 마일로가 글과 그림을 구성했다. 웹툰을 즐겨 보는 독자들이라면 마일로의 전작 '여탕보고서'를 알 것이다. 현재 인천에서 반려견 솜이를 키우면서 '극한 견주'를 연재 중이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서 벌써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여탕보고서'를 즐겨 본 독자들은 작가의 재치를 떠올리면서 얼른 책장을 넘기고 싶을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17화 <솜이가 주웠어>부터 33화 <배변 훈련>까지 총 17편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작가가 직접 사모예드 솜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다루고 있다. '극한 견주' 1권을 보지 않았는데 2권을 봐도 될까? 물론이다. 에피소드 한 편씩 따로 떼어놓고 봐도 앞뒤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반려견의 종류에 따라서 고유의 특징이 있다. 사모예드는 북극에서 순록을 사냥하던 개여서 꽤나 활동적이다. 길을 가다가 땅바닥에 떨어진 물건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로 꽉 문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도 이로 물어서 심지어 테이블 모서리까지 멀쩡하지 않다. 가축병원에서 수의사가 강아지 적엔 이것 저것 보이는 대로 물지만,  성장하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솜이는 달랐다. 사냥개로 살았던 조상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마일로의 그림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형상이 단순하다. 하지만 사건사고의 상황에 따른 캐릭터의 기분을 잘 살려서 얼굴 표정이나 신체 동작에 반영하고 있다. 독자들이 굳이 말 주머니를 읽지 않아도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 

마일로의 글은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 간결하다. 만화의 특성상 말 주머니를 사용한 구어체라서 말이 길지 않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얼굴 표정과 신체 동작이 말을 대신하고 있다. 

집안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독자들은 누구나 극한 견주에 속한다. 개가 순종적이든 그렇지 않든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어울려서 지내기까지의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인과 개가 동시에 친근해질 때까지 주인은 극한 견주로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도 책을 보면서 개를 키워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극한 견주' 시리즈를 연재하는 작가 마일로의 재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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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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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책의 앞표지 상단에 책의 제목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앞에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이란 수식어구가 있다. 원제목은 'Timekeepers'다.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시간기록자를 뜻한다.

책의 앞표지 하단에 둥근 자명종 시계가 있고, 시계 안에 지구의 6대륙이 표시된 지구가 쏙 들어가 있다. 그리고 시계 위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또한 지구 위를 걸어가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뒷표지 상단에 "삶의 의미를 찾아줄 시간 여행에 사이먼 가필드보다 더 좋은 가이드는 없다."는 글로써 저자를 추겨세우고 있다. 일단 책의 분량이 방대하다. 시간을 주제로 주저리 풀어쓴 내용이 무려 462쪽에 이른다. 시간에 관해서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일까?

책의 뒷표지 하단에 파이낸셜타임스가 '팝의 역사를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마치 책 표지 사이에 거대한 시간박물관이 들어있는 것 같다.' 라는 찬사를 보냈다. 시간박물관이란 표현에 이 책이 담아낸 내용의 폭과 깊이를 갸늠할 수 있겠다.

책의 저자 사이먼 가필드는 자유로운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그는 지금까지 17권의 책을 썼고,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는 시간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최근작이다. 

저자의 시간에 관한 박학다식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기 위해선 독자들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으로의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본문으로 들어가자.

책의 속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대화가 인용되어 있다. 단 두 줄에 불과하다.

엘리스 : 영원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인가요?
흰 토끼 : 때로는 단 1초가 영원이 되기도 하지.

여기서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1초의 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질 때도 있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시간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주제로 얘기한다. 이집트 어부의 여유 있는 삶, 영국에 살았던 윌리엄 스트레이치의 인도 캘커타 시계에 맞춘 기이한 삶을 예로 들면서 시간에 관한 화두를 꺼낸다. 이 책은 인간들의 시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다룬다. 그리고 시간과 관련된 중요한 순간, 빨리 지나가는 현대사회의 시간을 추적한다. 

책의 목차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자연의 것에서 인간의 것으로>
2,0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저서 '짧은 인생에 관하여'에서 독자들에게 인생을 현명하게 살라고 충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시간이란 단어는 무엇일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가장 많이 쓰이는 명사가 time이다.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이 재미있는 상상이라고 여기거나 영화의 단골 소재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것을 우리의 현실에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에 따른 철도 개통과 더불어 기차시간표가 만들어졌다. 열차 출발 시간만 표시된 시간표다. 그리고 여행자들의 시간 개념에 정확성이 생겨났다. 

베토벤과 비틀즈의 음악 이야기에도 시간이 들어간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은 시계추처럼 정확히 오가는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비틀즈 멤버들에겐 때맞춰 그들에게 필요한 인물이 나타났다.

2부 <산업혁명 이후의 시간혁명>
저자는 시계 제조회사 작업실에서 시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내부가 복잡한 시계를 만들기 전에 기본형의 기계식 시계 하나를 조립하는 트레이닝을 거친다. 어떤 시계든 동일한 원리로 만들어지니 가능한 일이다. 

스위스 시계는 법령을 정해 엄격하게 등급을 매긴다. 그래서 스위스 시계의 우수한 품질과 명성은 외국에서도 증명된다. 

육상의 전설 로저 베니스터는 1954년 육상 경기에서 결승선을 불과 5미터 남짓 남긴 마지막 순간을 영원처럼 긴 시간으로 느꼈다. 

사진작가 닉 우트는 단 한 장의 걸작을 남겼다. 베트남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 중이었던 그는 비행기 두 대가 폭탄을 투하했을 때 그를 향해 뛰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거기엔 옷도 입지 못한 채 몸에 화상 자국이 난 소녀도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프레드릭 테일러는 비생산적인 노동자들을 줄여야 한다며 스톱워치를 들고 다니며 종업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테일러가 본 노동자들의 모습은 게으름과 비효율의 결합체였다. 작업시간에 초점을 둔 테일러의 경영 방식은 노동 현장의 불만을 가져왔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한다.

3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 관리에 관한 책들을 출간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하는 비결은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 즉 누군가를 고용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다.

시간 관리 전문가 케빈 크루스는 올 A 학점을 받은 대학생들의 시간 관리 비법을 위와 같이 철저한 자기 규율에 있다고 했다. 1) 소셜 미디어를 멀리한다에서 스마트 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고도 남을 것이다. 수시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면서 SNS를 오가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린다.

슬로리빙 운동은 순간적인 희열이나 신속한 해결책이 아닌, 보다 의미 있는 것을 포용하는 삶을 추구하는 캠페인이다. 2012년 말, 20대 초반의 해커 롭 라인하트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약 30가지 필수 영양소의 목록을 만든 다음 분말 형태의 화학약품과 비타민 등을 사들여 물에 섞어서 마셨다. 그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일렌트라고 이름 지었다. 소일렌트를 통해 얻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까?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이얼에 시간이 표시되지 않는 배려심 시계를 얘기한다. 마흔 살의 런던 출신 크리스피 존스는 기존의 시계와 다른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려심 시계는 시간을 알고 싶을 때 손목을 흔들면 정확한 시간을 진동으로 알려준다. 그 밖에도 그가 제작한 다양한 시계들이 있다.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를 읽다보면 시, 공간을 넘나들면서 단편적인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해박한 지적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온갖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시계로 표시하는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시간도 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쯤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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