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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책의 앞표지 상단에 책의 제목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앞에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이란 수식어구가 있다. 원제목은 'Timekeepers'다.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시간기록자를 뜻한다.
책의 앞표지 하단에 둥근 자명종 시계가 있고, 시계 안에 지구의 6대륙이 표시된 지구가 쏙 들어가 있다. 그리고 시계 위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또한 지구 위를 걸어가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뒷표지 상단에 "삶의 의미를 찾아줄 시간 여행에 사이먼 가필드보다 더 좋은 가이드는 없다."는 글로써 저자를 추겨세우고 있다. 일단 책의 분량이 방대하다. 시간을 주제로 주저리 풀어쓴 내용이 무려 462쪽에 이른다. 시간에 관해서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일까?
책의 뒷표지 하단에 파이낸셜타임스가 '팝의 역사를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마치 책 표지 사이에 거대한 시간박물관이 들어있는 것 같다.' 라는 찬사를 보냈다. 시간박물관이란 표현에 이 책이 담아낸 내용의 폭과 깊이를 갸늠할 수 있겠다.
책의 저자 사이먼 가필드는 자유로운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그는 지금까지 17권의 책을 썼고,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는 시간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최근작이다.
저자의 시간에 관한 박학다식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기 위해선 독자들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으로의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본문으로 들어가자.
책의 속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대화가 인용되어 있다. 단 두 줄에 불과하다.
엘리스 : 영원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인가요?
흰 토끼 : 때로는 단 1초가 영원이 되기도 하지.
여기서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1초의 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질 때도 있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시간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주제로 얘기한다. 이집트 어부의 여유 있는 삶, 영국에 살았던 윌리엄 스트레이치의 인도 캘커타 시계에 맞춘 기이한 삶을 예로 들면서 시간에 관한 화두를 꺼낸다. 이 책은 인간들의 시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다룬다. 그리고 시간과 관련된 중요한 순간, 빨리 지나가는 현대사회의 시간을 추적한다.
책의 목차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자연의 것에서 인간의 것으로>
2,0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저서 '짧은 인생에 관하여'에서 독자들에게 인생을 현명하게 살라고 충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며 사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시간이란 단어는 무엇일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가장 많이 쓰이는 명사가 time이다.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이 재미있는 상상이라고 여기거나 영화의 단골 소재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것을 우리의 현실에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에 따른 철도 개통과 더불어 기차시간표가 만들어졌다. 열차 출발 시간만 표시된 시간표다. 그리고 여행자들의 시간 개념에 정확성이 생겨났다.
베토벤과 비틀즈의 음악 이야기에도 시간이 들어간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은 시계추처럼 정확히 오가는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비틀즈 멤버들에겐 때맞춰 그들에게 필요한 인물이 나타났다.
2부 <산업혁명 이후의 시간혁명>
저자는 시계 제조회사 작업실에서 시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내부가 복잡한 시계를 만들기 전에 기본형의 기계식 시계 하나를 조립하는 트레이닝을 거친다. 어떤 시계든 동일한 원리로 만들어지니 가능한 일이다.
스위스 시계는 법령을 정해 엄격하게 등급을 매긴다. 그래서 스위스 시계의 우수한 품질과 명성은 외국에서도 증명된다.
육상의 전설 로저 베니스터는 1954년 육상 경기에서 결승선을 불과 5미터 남짓 남긴 마지막 순간을 영원처럼 긴 시간으로 느꼈다.
사진작가 닉 우트는 단 한 장의 걸작을 남겼다. 베트남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 중이었던 그는 비행기 두 대가 폭탄을 투하했을 때 그를 향해 뛰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거기엔 옷도 입지 못한 채 몸에 화상 자국이 난 소녀도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프레드릭 테일러는 비생산적인 노동자들을 줄여야 한다며 스톱워치를 들고 다니며 종업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테일러가 본 노동자들의 모습은 게으름과 비효율의 결합체였다. 작업시간에 초점을 둔 테일러의 경영 방식은 노동 현장의 불만을 가져왔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한다.
3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 관리에 관한 책들을 출간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하는 비결은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 즉 누군가를 고용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다.
시간 관리 전문가 케빈 크루스는 올 A 학점을 받은 대학생들의 시간 관리 비법을 위와 같이 철저한 자기 규율에 있다고 했다. 1) 소셜 미디어를 멀리한다에서 스마트 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고도 남을 것이다. 수시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면서 SNS를 오가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린다.
슬로리빙 운동은 순간적인 희열이나 신속한 해결책이 아닌, 보다 의미 있는 것을 포용하는 삶을 추구하는 캠페인이다. 2012년 말, 20대 초반의 해커 롭 라인하트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약 30가지 필수 영양소의 목록을 만든 다음 분말 형태의 화학약품과 비타민 등을 사들여 물에 섞어서 마셨다. 그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일렌트라고 이름 지었다. 소일렌트를 통해 얻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까?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이얼에 시간이 표시되지 않는 배려심 시계를 얘기한다. 마흔 살의 런던 출신 크리스피 존스는 기존의 시계와 다른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려심 시계는 시간을 알고 싶을 때 손목을 흔들면 정확한 시간을 진동으로 알려준다. 그 밖에도 그가 제작한 다양한 시계들이 있다.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를 읽다보면 시, 공간을 넘나들면서 단편적인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해박한 지적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온갖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시계로 표시하는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시간도 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쯤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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