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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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김신회 작가가 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에 눈길이 갔다. 

책의 앞표지에는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파란 겉표지에 둥글게 구멍을 숭숭 뚫어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 아래 '보노보노에게 배우는 인생의 단순한 해답들'이라면서 "다들 나이 드는 게 처음이니까 그래서 불안한 거야"라는 메시지가 있다. 이 책으로 인생의 여럿 고민들에 관한 단순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의 뒤표지에서 '보노보노'의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쓰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가 옮긴 책이라고 알려준다. 이가라시 미키오와 김신회는 '보노보노'로 연결되어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두 작가의 대표작을 읽어보고 싶다.

김신회 작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독자들에게 인생상담의 핵심을 들려준다. '그 어떤 걱정에도 "그러면 좀 어때"라고 말해준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우리는 다들 비슷하다고 축 처진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잘살고 있고, 유독 나만 힘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든 인생의 비슷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책의 원저자 이가라시 미키오는 다섯 살 때부터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스물네 살에 데뷔해서 지금 어릴 적 꿈을 실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보노보노'는 30년 넘게 연재 중이며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랜 세월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책 속에 그 답이 있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캐릭터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목구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작가의 섬세한 손놀림으로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책의 차례를 보면 총 50개의 고민들이 나온다. 첫 번째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부터 마지막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요?'까지 자신의 존재, 타인과의 관계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갖가지 고민들이 열거되어 있다. 차례의 소제목을 훑어보니 국적을 막론하고 세상 사람들이 느끼는 고민거리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캐릭터 소개에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보노보노는 주인공 아기 해달이다. 느긋한 성격이다. 그런 성격 탓에 사람들의 온갖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나 보다. 나머지 캐릭터들을 보면 각자의 성격이나 처지가 평범하지 않다. 그러니 보노보노와 함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수많은 사연들을 경청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테지.

첫 번째 사연을 볼까? Question 부분의 오른쪽 위에 나이, 성별, 직업이 나온다. 그 아래에 내담자의 사연이 나온다. Answer 부분의 아래에는 상담자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이 내담자의 사연을 대화로 주거니받거니하면서 고민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취미와 직업이 같으면 안 되는 거야?'라고 답한다. 결론은 자신의 취미인 텔레비전 보기와 음악 감상을 직업으로 한다면 고민이 해결될 것이다. 취미와 직업을 일치시키면 된다. 의외로 답이 간단하다.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고민의 해답이 나온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화의 어디쯤에서 해답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론 말장난같은 대화일 망정 인내심을 갖고 눈으로 읽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이 책만의 매력이다. 

총 50개의 인생고민들 중에서 꽤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도 많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을 가볍고 유쾌하게 승화시킨다. 그래서 여느 인생상담서완 달리 독자들은 마음 편히 책을 대할 수 있다.

'사는 건 왜 이리도 괴로운 걸까요?'란 질문에 '그야 괴롭지. 가혹하다고.'라고 답한다. 보노보노의 대화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죽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 한 점 안 불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괴로워도 아직 살아 있는 게 더 즐겁겠지."

"살아 있는 건 즐거운 거니까 이렇게 괴로워도 어쩔 수 없어." 

독자들은 이 말에 수긍하는가? 그렇다면 그동안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던 고민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차례에서 지금 독자가 처한 고민거리와 유사한 고민을 찾아서 그 부분만 읽어봐도 좋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독자들 누구나 내담자 입장이 되어서 읽을 수 있다. 설령 보노보노가 일러준 해답이 당장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도 세상살이에 필요하다. 

누구든 공평하게 딱 한 번만 사는 인생이다. 그러니 괴로움일랑 내려놓고 즐겁게 사는 게 어떨까? 내 마음을 괴롭힌다고 내가 처한 문제가 해소되진 않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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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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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순전히 책의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면 독자로서 무모한 도전일까? 그 책이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라면 어떨까?

책의 앞표지를 보면 책의 제목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아래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라는 부연 설명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글쓰기 강의를 담아낸 책이다. 원제목은 '거리의 문체론'이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저자는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 글쓰기는 백전백패!'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독자를 사랑하는 글이어야 독자로부터 사랑 받는 글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글쓰기에서도 인간관계의 원칙과도 같은 기브앤테이크(give & take)가 적용된다.

책의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의 대표 사상가로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국내에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비롯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책의 앞표지에 저자의 이름을 내세운 것도 그의 화려한 작가로서의 경력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띄우는 글에서  그가 '창조적 글쓰기' 강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이라는 흐름 속에서 일본어가 야위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을 느껴서다. 그 결과 21세기에 들어와 일본의 지적 생산력은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한국에서도 자국어의 풍요로움이나 창조성에 대해 저자와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책의 차례는 총 14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한 꼭지를 '장'으로 표기하는데 이 책은 '강'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엮었다. 저자는 제1강을 읽고 나머지를 다 읽을지 판단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1강부터 독자들이 넘어야 할 고비라는 셈이다. 시작부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제1강 <말과 글의 영역에서 사랑이란?>을 집중적으로 살펴볼까? 
저자의 대학 강의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녹음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그래서 문체도 구어체다. 강의 안에 크게 단락을 나누어서 소제목을 붙였다. 이것은 저자의 강의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나타낸다.

저자는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내어줬다. '내가 만났던 가장 덜렁거리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천 자의 짧은 글쓰기다. 채점 기준은 설명하는 힘이라고 했다. 글을 쓸 때는 마음을 다해서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독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면서 언어가 지닌 창조성의 실질이다. 독자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글을 잘 쓰거나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제치고 가장 중요하다.

저자가 제1강의 제목에서 밝혔듯이 말과 글의 영역에서의 사랑은 독자를 향한 사랑이다. 그게 있어야만 좋은 말과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제10강 <살아남기 위한 언어 능력과 글쓰기>
책의 제목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 대한 저자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일본 사회는 이행기적 혼란에 있다. 저출산, 아동 학대로 인구 감소가 지속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기 위한 리터러시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절박하다.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론'에서 텍스트란 짜서 완성한 것을 뜻한다. 텍스트가 끝없이 서로 얽히고설킴으로써 스스로를 생성하고 스스로를 짜서 완성해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 텍스트만 읽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이야기할 때 내 안에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타자다. 글을 쓸 때 펜을 움직이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다. 이것을 영감이라고도 한다. 마지막까지 글을 다 쓰고 난 이후 나는 그 글을 통해 깊은 만족감을 맛보는 나 자신이 보인다.

저자는 21년간 근무했던 고베여학원대학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학기에 '창조적 글쓰기' 강의를 개설했다. 저자가 오랜 세월 언어와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것을 모조리 쏟아 붓고자 한 수업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책을 펼쳐든 독자라면 글쓰기에 왜 그리 잡다한 말이 많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의 강의는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문학을 추구하는 과정이어서 난해하다. 그래서 가볍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은 지레 포기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일본 최고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의 30년 내공에 힘입어 독자들도 글을 읽고 쓰는 혜안을 기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438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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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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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책의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면 독자로서 무모한 도전일까? 그 책이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라면 어떨까?

책의 앞표지를 보면 책의 제목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아래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라는 부연 설명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글쓰기 강의를 담아낸 책이다. 원제목은 '거리의 문체론'이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저자는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 글쓰기는 백전백패!'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독자를 사랑하는 글이어야 독자로부터 사랑 받는 글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글쓰기에서도 인간관계의 원칙과도 같은 기브앤테이크(give & take)가 적용된다.

책의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의 대표 사상가로 문학, 철학, 교육,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국내에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비롯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책의 앞표지에 저자의 이름을 내세운 것도 그의 화려한 작가로서의 경력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띄우는 글에서  그가 '창조적 글쓰기' 강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이라는 흐름 속에서 일본어가 야위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을 느껴서다. 그 결과 21세기에 들어와 일본의 지적 생산력은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한국에서도 자국어의 풍요로움이나 창조성에 대해 저자와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책의 차례는 총 14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한 꼭지를 '장'으로 표기하는데 이 책은 '강'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엮었다. 저자는 제1강을 읽고 나머지를 다 읽을지 판단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1강부터 독자들이 넘어야 할 고비라는 셈이다. 시작부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제1강 <말과 글의 영역에서 사랑이란?>을 집중적으로 살펴볼까? 
저자의 대학 강의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녹음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그래서 문체도 구어체다. 강의 안에 크게 단락을 나누어서 소제목을 붙였다. 이것은 저자의 강의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나타낸다.

저자는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내어줬다. '내가 만났던 가장 덜렁거리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천 자의 짧은 글쓰기다. 채점 기준은 설명하는 힘이라고 했다. 글을 쓸 때는 마음을 다해서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독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면서 언어가 지닌 창조성의 실질이다. 독자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글을 잘 쓰거나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제치고 가장 중요하다.

저자가 제1강의 제목에서 밝혔듯이 말과 글의 영역에서의 사랑은 독자를 향한 사랑이다. 그게 있어야만 좋은 말과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제10강 <살아남기 위한 언어 능력과 글쓰기>
책의 제목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 대한 저자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일본 사회는 이행기적 혼란에 있다. 저출산, 아동 학대로 인구 감소가 지속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기 위한 리터러시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절박하다.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론'에서 텍스트란 짜서 완성한 것을 뜻한다. 텍스트가 끝없이 서로 얽히고설킴으로써 스스로를 생성하고 스스로를 짜서 완성해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 텍스트만 읽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이야기할 때 내 안에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타자다. 글을 쓸 때 펜을 움직이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다. 이것을 영감이라고도 한다. 마지막까지 글을 다 쓰고 난 이후 나는 그 글을 통해 깊은 만족감을 맛보는 나 자신이 보인다.

저자는 21년간 근무했던 고베여학원대학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학기에 '창조적 글쓰기' 강의를 개설했다. 저자가 오랜 세월 언어와 문학에 대해 사유해온 것을 모조리 쏟아 붓고자 한 수업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책을 펼쳐든 독자라면 글쓰기에 왜 그리 잡다한 말이 많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의 강의는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문학을 추구하는 과정이어서 난해하다. 그래서 가볍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은 지레 포기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일본 최고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의 30년 내공에 힘입어 독자들도 글을 읽고 쓰는 혜안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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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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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홍콩에서 아트바젤이 열렸다. 페이스북에 사진으로 올라온 아트바젤 풍경과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그 규모에 놀라웠다. 가끔 지인들이 SNS에 올려주는 아트바젤, 아트페어 등을 접할 때면 생소하다. '아트'라고 하니 미술이나 예술을 뜻하긴 한데....... 필자가 아트바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다.

책의 앞표지를 살펴볼까? 제목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아래에 한 여자가 윗쪽에 있는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그림만으론 상황이 아리송하다. 그런데 표지 아래에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라는 글이 있어서 여자가 투자가치를 따져가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뒤표지를 살펴볼까? '전시회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마음에 남는 그림이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구경한 적이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그림 한 점을 구입하다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아래의 3가지로 말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으로 매일 보는 평범한 공간이 휴식과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된다면
불안과 싸우는 예술가에게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면
훗날 몇 배나 큰 수익을 돌려주는 훌륭한 투자처가 된다면...

책의 저자 손영옥은 현재 문화부 선임기자로 미술, 문화재 분야 전문기사를 쓰고 있다. 저자는 미술품을 생산자가 제작한 뒤 소비자에 의해 향유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서 미술품이 탄생했다. 그런데 미술품의 명성과 가치는 예술가 자신이 아닌 미술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부여되었다.

책을 내며에서 저자는 처음부터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미술 담당 기자로 현장을 취재하고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저 미술이 좋아서 공들여 제작한 작품이 팔리건 말건 미래의 불안과 싸우며 작업을 지속하는 그들의 열정이 좋아서 마음으로 응원만 하지 않고 그림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컬렉터가 아닌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동안 미술품 구매 가이드 책은 여러 권 출간되었지만, 독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책의 차례를 보면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컬렉팅에 다가가기>, 2장 <공부해야 할 것들>, 3장 <즐거운 변화를 기다리다>이다. 소제목만 훑어봐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서 책이 난해하지 않다. 독자들 누구나 쉽게 읽고 미술품 구입할 때 참고할 수 있다.

1장 <컬렉팅에 다가가기>
여자들이 선호하는 수백만 원을 웃도는 명품 가방 대신에 그림 한 점을 구입하는 건 어떨까? 그림은 거실에 걸어두면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나아가 세월이 흘러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설령 그림 값이 오르지 않아도 집안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도 좋다.  

저자는 생애 첫 작품 구매를 위해 500만 원이라는 큰돈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저자의 첫 작품은 정확히 얼마이고, 또 어떤 작가의 작품일까?

2장 <공부해야 할 것들>
미술품을 구매하는 장소로는 화랑(갤러리)와 경매(옥션)으로 나눌 수 있다. 화랑은 작가의 개인전, 그룹전 등을 기획해 전시를 열어주고 전시된 작품을 고객에게 판매한다. 경매는 중고 미술품을 파는 2차 시장이다. 고객에게 한 번 팔린 미술품이 재거래되는 마당이다. 경매의 경우 한 번 유찰된 작품은 1년 안에 올리지 않거나, 한 번 팔린 작품은 6개월 안에 되팔지 않는 게 관행이다. 여러 화랑이 한곳에 모여 특정 기간 동안 작품을 파는 아트페어에서도 그림을 구입할 수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개인전 2~3회 경력의 참신한 작가의 전시를 여는 화랑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물론 저자가 친절하게도 그런 화랑이나 미술관을 알려주고 있다. 

대중적인 축제이자 전문가를 위한 미술제전으로 비엔날레도 있으니 초보 컬렉터가 축제처럼 즐기면서 구매의 관점에서 둘러봐도 좋다. 비엔날레는 미술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10년 후 돈이 될 젊은 작가를 발굴한다.

3장 <즐거운 변화를 기다리다>
취미로 시작한 컬렉팅이 먼 미래에 자신의 화랑을 차릴 수도 있다. "한국의 컬렉터는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판단보다는 남의 이목과 평가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이미 알려진 작가의 작품 위주로 구매한다. 그만큼 신진 작가들이 설 자리가 좁다. 

마무리하며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자의 생애 첫 컬렉션이 이 책의 집필을 선물로 주었다. 또한 영상 작업에 끌리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를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처럼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컬렉터가 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투자를 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서 소품이라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초보 컬렉터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43347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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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 새움 세계문학
알퐁스 도데 지음, 김명섭 옮김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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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국어교과서에 실린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두 편을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 수업'과 '별'이다. 필자의 흐릿한 기억 너머에 '마지막 수업'과 '별'이 있다. 특히 '별'은 그 당시 사춘기 소녀였던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교과서인데도 수십 번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최근에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알퐁스 도데의 연작소설이 출간되었다.

책의 앞표지 그림부터 예사롭지 않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그림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머무를 때 자신만의 화법인 꿈틀거리듯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그때 론강을 끼고 있는 아를에서 어두운 밤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중세시대의 성벽이 남아 있는 작은 마을 아를은 여러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곳이었다. 고흐 뿐만 아니라 알퐁스 도데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책의 뒤표지에서 '우리가 알던 별은 어떤 이야기일까요?'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어서 '사랑과 공감의 작가 알퐁스 도데의 연작소설로 새롭게 만나는 '풍차 방앗간 편지', 그 진짜 이야기'라고 답하고 있다. 

이쯤에서 그동안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새삼 다시 소설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 답은 새움이라는 출판사에 있었다. 새움은 책의 번역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국어로 쓰여진 원작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에 따라서 어감이 달라질 수 있다.

작가 알퐁스 도데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빛과 색채의 고장이라 불리는 프로방스의 풍경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재작년에 프로방스의 아비뇽, 액상프로방스, 님, 아를, 오랑주를 두루 여행했던 필자는 도데의 연작소설 '별들'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 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떠올랐다.

책의 차례를 보니 총 24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 <별들 - 어느 프로방스 양치기의 투고>가 눈에 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이다. 

연작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문>이 나온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던 알퐁스 도데가 프로방스 중심부 론 계곡에 위치한 풍차 방앗간을 시 창작 활동의 장소로 양도받는다는 서류다. 그리고 <정착>부터 풍차 방앗간에서 쓴 도데의 편지가 이어지고 있다. 각 편지마다 도데의 감성과 상상력이 발휘된 서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구어체다. 문어체에 비해서 말투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스갱 씨의 염소 - 파리에 사는 서정시인 그랭구아르 씨에게>를 보라. 그랭구아르는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곱추'에 등장하는 가난뱅이 시인이다. 가공의 인물인 그랭구아르에게 스갱 씨의 염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편지 안의 이야기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스갱 씨의 염소는 염소가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다.

마지막에 그랭구아르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눅대와 밤새와서 쌈을 혔다능, 그랴서 겔국 아츰에 눅대에게 잡아멕힌.'이라면서 프로방스 일꾼들의 말을 전한다. 이 표현이 재미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중부에서 쓰는 표준어와 남부 프로방스에서 쓰는 지방어 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한글로 번역하면서도 사투리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 사투리일까?

<별들 - 어느 프로방스 양치기의 투고>는 편지의 발신인이 도데가 아닌 양치기로 설정되어 있다. 산속에서 양떼를 모는 양치기 앞에 주인 아가씨 스테파네트가 노새를 끌고 나타난다. 스테파네트는 바구니의 식료품들을 꺼내 놓고 되돌아가다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그만 화사한 옷까지 젖는다. 어쩔 수 없이 모닥불 앞에 앉아서 양치기와 밤을 지샌다.

'이제 시냇물은 훨씬 맑은 소리로 흐르고, 연못은 작은 불꽃들이 불을 밝힙니다.'로 시작하는 단락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따라서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숲 속에서 가만히 어두운 밤이 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사람이라면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상기네르의 등대>에서 '거친 풍경을 한 붉은빛의 섬을 상상해 보게나.'로 시작하는 긴 단락은 독자가 읽으면서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림을 그릴 정도로 자세하다. 작가가 주문한 그대로 상기네르 섬을 상상할 수 있겠다.

<황금 뇌를 가진 남자의 전설 - 재미있는 이야기를 신청하신 부인께>는 뇌를 갉아먹으며 사는 것을 강요받는 불쌍한 사람들의 삶을 빗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 그림책에도 등장한다.

연작소설이지만 24편의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인물이 중심인 소설이 때론 배경이 중심이기도 하다. 또한 여러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책의 제목이 '별들'이 아니라 '풍차 방앗간의 편지'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별들'을 대표 제목으로 내세워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게 하려는 의도가 있으리라.

세상살이에 지친 독자들이 알퐁스 도데가 쓴 '별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학창시절의 감성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은 있었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414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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