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홍콩에서 아트바젤이 열렸다. 페이스북에 사진으로 올라온 아트바젤 풍경과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그 규모에 놀라웠다. 가끔 지인들이 SNS에 올려주는 아트바젤, 아트페어 등을 접할 때면 생소하다. '아트'라고 하니 미술이나 예술을 뜻하긴 한데....... 필자가 아트바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다.책의 앞표지를 살펴볼까? 제목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아래에 한 여자가 윗쪽에 있는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그림만으론 상황이 아리송하다. 그런데 표지 아래에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라는 글이 있어서 여자가 투자가치를 따져가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책의 뒤표지를 살펴볼까? '전시회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마음에 남는 그림이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구경한 적이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그림 한 점을 구입하다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아래의 3가지로 말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으로 매일 보는 평범한 공간이 휴식과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된다면불안과 싸우는 예술가에게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면훗날 몇 배나 큰 수익을 돌려주는 훌륭한 투자처가 된다면...책의 저자 손영옥은 현재 문화부 선임기자로 미술, 문화재 분야 전문기사를 쓰고 있다. 저자는 미술품을 생산자가 제작한 뒤 소비자에 의해 향유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서 미술품이 탄생했다. 그런데 미술품의 명성과 가치는 예술가 자신이 아닌 미술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부여되었다.책을 내며에서 저자는 처음부터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미술 담당 기자로 현장을 취재하고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저 미술이 좋아서 공들여 제작한 작품이 팔리건 말건 미래의 불안과 싸우며 작업을 지속하는 그들의 열정이 좋아서 마음으로 응원만 하지 않고 그림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컬렉터가 아닌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동안 미술품 구매 가이드 책은 여러 권 출간되었지만, 독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책의 차례를 보면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컬렉팅에 다가가기>, 2장 <공부해야 할 것들>, 3장 <즐거운 변화를 기다리다>이다. 소제목만 훑어봐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서 책이 난해하지 않다. 독자들 누구나 쉽게 읽고 미술품 구입할 때 참고할 수 있다.1장 <컬렉팅에 다가가기>여자들이 선호하는 수백만 원을 웃도는 명품 가방 대신에 그림 한 점을 구입하는 건 어떨까? 그림은 거실에 걸어두면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나아가 세월이 흘러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설령 그림 값이 오르지 않아도 집안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도 좋다. 저자는 생애 첫 작품 구매를 위해 500만 원이라는 큰돈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저자의 첫 작품은 정확히 얼마이고, 또 어떤 작가의 작품일까?2장 <공부해야 할 것들>미술품을 구매하는 장소로는 화랑(갤러리)와 경매(옥션)으로 나눌 수 있다. 화랑은 작가의 개인전, 그룹전 등을 기획해 전시를 열어주고 전시된 작품을 고객에게 판매한다. 경매는 중고 미술품을 파는 2차 시장이다. 고객에게 한 번 팔린 미술품이 재거래되는 마당이다. 경매의 경우 한 번 유찰된 작품은 1년 안에 올리지 않거나, 한 번 팔린 작품은 6개월 안에 되팔지 않는 게 관행이다. 여러 화랑이 한곳에 모여 특정 기간 동안 작품을 파는 아트페어에서도 그림을 구입할 수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개인전 2~3회 경력의 참신한 작가의 전시를 여는 화랑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물론 저자가 친절하게도 그런 화랑이나 미술관을 알려주고 있다. 대중적인 축제이자 전문가를 위한 미술제전으로 비엔날레도 있으니 초보 컬렉터가 축제처럼 즐기면서 구매의 관점에서 둘러봐도 좋다. 비엔날레는 미술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10년 후 돈이 될 젊은 작가를 발굴한다.3장 <즐거운 변화를 기다리다>취미로 시작한 컬렉팅이 먼 미래에 자신의 화랑을 차릴 수도 있다. "한국의 컬렉터는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판단보다는 남의 이목과 평가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이미 알려진 작가의 작품 위주로 구매한다. 그만큼 신진 작가들이 설 자리가 좁다. 마무리하며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자의 생애 첫 컬렉션이 이 책의 집필을 선물로 주었다. 또한 영상 작업에 끌리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했다.'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를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처럼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컬렉터가 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투자를 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서 소품이라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초보 컬렉터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43347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