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코리아 - 한류보다 더 뜨거운 대한한국 연예산업 현장 르포
김정은.김성훈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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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라는 책의 제목만 들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왜냐구?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책의 앞표지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영어 표기다. 직역을 한다면 '대한민국 연예산업'이라고 해야 할까? 제목 아래 뒷바침하는 풀이가 있다. '한류보다 더 뜨거운 대한민국 연예산업 현장 르포'라는 글에서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책의 뒤표지 '대장금에서 방탄소년단까지 한류를 만든 파워리더, 그들은 누구인가?' 를 대하자마자 독자로서 호기심이 생긴다.  

'대장금'은 한 때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MBC 드라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했던 아이돌 그룹이다. 둘 다 국내의 인기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간 이른바 한류 열풍의 주역이다. 

그런데 드라마와 아이돌 그룹 뒤에는 그들을 기획하고 제작한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한류 열풍이 하루 아침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연예산업을 이끌고 있는 진정한 주역들이다.

책은 김정은, 김성훈 공동저자가 집필했다. 그들은 연예산업의 종사자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 김정은 PD는 '세계 속의 한류 엔터테인먼트,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까지 짚어보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차례를 보면 크게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 <이런 콘텐츠는 처음이야>, 파트 2 <마케팅의 끝은 어디인가>, 파트 3 <뜨는 것들의 생존전략>, 파트 4 <한류 메이커즈 : 파워리더 18인>이다. 차례를 훑어보면서 독자가 원하는 제목으로 본문을 찾아서 선별해서 읽어도 좋다.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추려보았다.

영화 '가을의 전설'은 브래드 피트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한창 젊은 시절 야성미 넘치면서 우수에 찬 매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말을 타고 집으로 오는 모습은 단번에 전 세계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영화의 제목이 오역이다. 원제목은 'Legend of fall' 이다. 국내 영화관에 개봉할 때 '가을의 전설'로 바뀌었다. 그런데 비극적으로 끝나는 영화의 내용을 보면 '가을'이 아니라 '몰락'이 더 어울린다.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연결할 수 있고, SNS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소통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부작용도 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서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독일에서는 SNS기업이 가짜뉴스를 24시간 내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 원화로 환산해서 약 600억을 벌금으로 내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가짜뉴스에 무방비 상태다.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영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종합예술이다. 영화 한 편이 영화관에서 상영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4단계 각각에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엔딩 크레딧에 출연배우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뜨는 이유를 알겠는가?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연예산업 종사자나 입문자가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평소 TV나 영화를 즐겨 시청하지 않는 필자에겐 연예산업 자체가 생소해서 난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의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아프리카로 뻗어나가고 있는 자부심에 힘 입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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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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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의 제목에 섣불리 고리타분하리란 선입견에 한참 망설이고 망설였다. 하지만 그동안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단 생각에 그만 책을 집어들었다.

책의 앞표지 '조선왕조실록1-태조,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에서 보듯 이 책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록'은 1권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선의 시작을 열었던 1대 태조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27대 순종까지를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책의 뒤표지 "변방의 무장 이성계, 중원의 황제를 꿈꾸다"를 대할 때면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이성계는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면서 건국 이념으로 사대교린을 채택했다. 사대교린은 큰 나라인 명나라를 섬기고, 주변의 여진, 왜 등과는 친하게 지내겠다는 조선의 외교노선을 뜻한다. 그런데 명나라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중국 땅의 중심부인 중원을 넘보고 황제를 꿈꾸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책의 저자 이덕일은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 대중과 호흡하는 집필가로서의 본능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사에 숨겨진 뒤틀린 부분을 건드려왔다. 그는 10년간의 구상과 5년간의 집필 끝에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조선왕조실록' 원본이 있긴 하지만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엔 어려움이 많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500년 정신이 담긴 위대한 기록'이다. 조선은 무려 518년의 긴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왕조다. 저자는 그 핵심을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기록 유산의 존재와 조선이라는 나라의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조의 혜안에서 얻는 산지식'이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조선 왕조 518년 동안 27명의 왕이 있었다. 한 임금이 평균 19년 정도 왕위에 있었던 셈이다. 그들 중 성공적인 정치가였다는 평가를 받는 군주는 많지 않다. 그들이 각자 처한 환경이 달랐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역사는 단지 흥미 있는 옛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들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는 가장 탁월한 미래학이다.'라는 말로 끝맺고 있다. 

책의 차례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흔들리는 왕토에서>, 2부 <머나먼 개국의 길>, 3부 <개국군주라는 자리>다.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그는 고려말 수도 개경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국경지대를 지키는 동북면 병마사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새 나라를 세우고 왕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에 있다. 

불우한 지식인 정도전은 동북면 병마사 이성계를 찾아가면서 두 개의 경구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다. '임금은 배요, 백성들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라는 순자의 말과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라는 맹자의 말이다. 순자와 맹자는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을 움직이면 그것이 곧 천명이라고 지적했다.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고려말 공민왕이 친원파를 몰아내고 쌍성총관부를 탈환하는 등 원나라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신돈을 등용해서 세신대족이 차지한 대토지와 노비를 원래로 되돌려놓기 위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했다. 이때가 고려왕조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공민왕의 갑작스런 변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조 이성계의 일대기는 고려말의 상황과 맞물려서 돌아간다. 그래서 고려말 공민왕부터 우왕, 창왕, 공양왕에 이르는 역사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1'을 읽으면서 고려말 공민왕 이후의 왕들은 나름 그들이 처한 상황하에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이성계와 정도전이었다. 고려의 운이 다해서라기 보다 고려의 왕들은 백성들의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 

조선의 왕이 된 이성계는 명나라의 위기를 틈타서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서 군대를 정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하지만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은 죽임을 당하고 그의 꿈은  좌절된다. 

이성계의 말년을 보면 그가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새나라를 건국했건만, 권력이 허망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1'을 읽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고려말의 정세가 마치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할 역사책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1, 2권이 출간되어서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알고 있었던 조선 왕조 오백 년의 제대로 된 역사를 습득함으로써 삶의 혜안과 통찰력을 갖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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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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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까마득한 고교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전문학 교과서에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를 반추하면서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를 선택했다.

책의 앞표지를 보면 책의 제목을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라고 표기했어도 충분히 고등학생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 텐데, '이토록 친절한'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그만큼 여느 문학 교과서를 표방한 책들과 다른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친절하단 말인가?

책의 뒤표지를 보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고전 운문을 총집합! 시험에 나오는 필수 고전, 한 권으로 끝내자!'라고 나와 있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학습한다면 고전 운문을 마스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는 모든 고전 운문 작품을 꼼꼼히 읽고 해석하여 400장이 넘는 그림으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또한 25년간 학교 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쳐 온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친절한 해설이 더해져 있다. 이만하면 학생들이 학습하는 문학 교과서로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지 않을까?

책의 글 작가 하태준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5년 동안 고등학생에게 문학과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방면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의 그림 작가는 남성훈, 이선희로 고전 운문을 바탕으로 세밀화를 그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특히 글 작가의 해설을 표현한 세밀화로 인해 차별화되고 풍부해졌다.

책의 차례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고대 가요>, 제2장 <향가>, 제3장 <고려가요> 순이다. 고전 운문에 해당하는 갈래 3가지를 다루고 있다. 

제1장 <고대가요>의 작품들에 앞서 한 장을 할애해서 고대 가요를 설명한다. 아시다시피 고대 가요는 고조선 시대부터 통일신라 이전까지 지어진 모든 시문학 갈래를 말한다. 

첫 작품으로 나오는 '공무도하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으로 고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중국의 시가 문학에도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공무도하가'가 회자되기도 했다.

남편이 강물에 빠져죽자 그것을 바라보면서 슬퍼하던 부인도 남편을 따라 강물로 뛰어든다. 이별과 죽음을 노래한 시다. 시에 얽힌 사연을 슬라이드를 보여주듯이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공무도하가'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자로 표기된 것을 한글로 옮겨서 읊어볼까?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네.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그 님을 어이하오.'

'공무도하가'가 시로 나오기까지 숨은 사연을 재구성한 이야기와 그림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어린아이가 글을 정확히 몰라도 그림을 보면서 그림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처럼.

마지막에 원문과 출처, 핵심 정리를 실었다. 참고서에 나옴직한 내용이다. 고교시절에 선생님의 지시로 밑줄 좌악 긋고 암기했다. 그런데 작품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풀어내었기에 독자들은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필자는 마치 고교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완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책을 읽었다. 지금은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으니 오히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학생들이 느끼는 시험의 중압감이 헤아려진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신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유하면 어떨까? 이보다 더 적합한 문학 교과서를 찾을 수 없다. 단언컨데 이 책이 자녀들의 문학 공부에 도움이 될거라고 확신한다. 필자도 조만간 아이에게 이 책을 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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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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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실제 지구의 어딘가에 꼭 존재할 법한 나라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책의 앞표지의 제목 '나의 아로니아공화국' 아래 '김대현 장편소설'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책의 제목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필자와 같은 독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다. 이 책은 김대현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허구에 불과하다.

책의 뒤표지를 살펴보자. 상단엔 "학교에선 노는 기술을 가르치고,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주는 나라. 군대도 자동차도 필요 없고, 영원히 행복할 의무만 부여하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그 아래 '모두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경쾌한 제안!'에서 보듯 작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비단 작가만의 상상이라면 이 책이 출간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고달픈 삶이 주는 현실에 부대끼면서 어쩌면 한두 번쯤 작가와도 같은 허황된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있다. 아무려면 어떠랴! 

작가의 기발한 상상의 세계인 가상국가로의 여행을 떠나봐도 좋겠다.

책의 저자 김대현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시나리오와 TV 단막극을 집필했다. 그런 그가 두 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추천의 글이 있다. 그것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 3인의 추천사여서 설득력이 강하다. 

영화 '왕의 남자','사도'를 감독한 이준익은 미래의 한 조각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유혹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요즘,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란 유쾌한 소설을 만났다고 한다. 그의 말이 소설을 향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88만원 세대', '국가의 사기'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잘사는 나라가 20세기적 상상이라면서 김대현과 함께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고 했다. 바로 국가를 바꿀 수 없다면, 국가를 만들자!라고.

영화 '나랏말ㅆ.미','몽유도원도'를 감독한 조철현은 김대현이 만든 소설 속 '아로니아공화국'으로 이민 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듯 찬사를 받은 김대현 작가의 신작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 어떤 나라일지 그 곳에 발을 들여놓자.

책의 본문은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2038년 7월 3일 토요일
아로니아 제3구역 야자수길 3호에서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이 쓰고 엮었다.'

작가는 일찌감치 책의 화자를 김강현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리고 아로니아공화국에 야자수길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대한민국보다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아로니아공화국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며, 또 어떻게 건국된 나라인지 궁금해진다.

책의 차례를 보면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만간 책을 펼쳐서 읽어야 할 독자들의 호기심을 위해서 책의 줄거리를 시시콜콜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서두만 잠깐 소개하겠다.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은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회고한다. 나는 동중국해 한복판에 영토를 건설했고 강하고 새로운 시민들과 함께했으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비가역적 주권국가를 선포했다. 다름아닌 새 국가 아로니아공화국이 탄생했다. 아로니아 국기 블루토피아도 있고, 아로니아 국가 <포에버 아로니아>도 있다. 

아로니아 초대 대통령에 이어 제 2대 대통령으로 재선된 나는 퇴임한 후 만화방을 만들어 재미있게 놀아볼 거다. 55년 전 내가 아지트로 삼았던 동구만화방처럼 내 이름의 만화방을 차리겠다. 

나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식 구성이다. 현재의 나는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퇴임을 앞두고 있고, 과거의 나는 1982년 중학교 1학년생으로 동구만화방을 들락날락했다. 

과거의 나는 1982년부터 시간이 흘러서 2038년 현재에 이른다. 나의 성장에 따라 나의 과거는 역사적 사건으로 남았다. 나는 똑똑하면서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 출신이다. 

나는 굵직한 여러 가지 사건에 얽히고 설켜 있다. 마치 우리나라 현대사를 들여다 보는 듯하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시대적 배경과 새로운 국가를 건국할 개연성을 주기 위해 나와 관련이 없는 정계의 거물들 이름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등등. 

마침내 아로니아공화국은 건국되었다. 아로니아공화국이 표방하는 정책들은 모두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두고 있다. 가상국가이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이상적인 국가의 실현이 가능할까? 그 답은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사뭇 도발적인 말을 내뱉고 있다. 

'21세기 한복판, 인간은 국가를 소멸시켜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는 소멸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국가가 없어도 충분하므로.'

작가의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작가의 의도를 간파했다. 국가의 역할, 국가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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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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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정말 길다. 입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어도 뒤돌아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유창하게 말하기 어렵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가 그렇다.

책의 앞표지의 기다란 제목에서 '뇌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신경과학자 딘 버넷이 들려주는 뇌과학 코메디'라는 문구에 왠지 난해한 '뇌 이야기'를 일반인 수준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책의 뒤표지의 첫 머리 '우리 몸의 최고 관리자이신 뇌느님을 경배하라!'에서 유추하듯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기관들 중 두뇌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저자는 뇌를 뇌느님이라 부르면서 경배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가 '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얼른 책장을 넘겨보자.

책의 저자 딘 버넷은 정신의학 및 임상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오간다.

'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연세가산숲정신건강의학과 의원 허규형 원장이 감수를 맡았다. 

책의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마다 그 아래 소제목이 달려 있어서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부연 설명하고 있다. 

1장 <우리 몸의 최고 관리자이신 뇌느님을 경배하라>는 '뇌는 어떻게 우리를 살리고 또 우리를 괴롭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2장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가[단,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할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3장 <너무 고요하고 너무 평온한 게 왠지 수상해>는 %이유 없는 공포와 불안,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에 관한 이야기다.

4장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너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뼘 더 똑똑한 뇌'에 관한 이야기다.

5장 <1.4킬로그램의 슈퍼슈퍼슈퍼컴퓨터>는 '완벽에 가까운 [아주 가끔 제멋대로인] 우리 뇌의 정보처리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6장 <성격이 이상하다고 욕하지 마세요, 뇌 때문입니다>는 '한없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성격이라는 녀석'에 관한 이야기다.

7장 <뇌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에 관한 이야기다.

8장 <뇌에 문제가 생기면>은 '정신건강의 문제는 어떻게 발생할까?'에 관한 이야기다.

각 장의 제목만 훑어봐도 뇌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재미없어 하거나, 과학책이긴 하지만 뇌의 기능과 작용, 신경과학 등의 논의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가 책에서 강조하는 요점은 뇌가 완벽한 듯 보여도 실상은 오류를 잘 일으킨다는 것이다.

각 장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저자는 두세 장에 걸쳐 짤막하게 주제를 언급하고 있다. 본문 맛보기라고 하겠다. 

인간에게 뇌가 존재하는 목적은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뇌가 기초적인 기능을 잘 유지한 덕분에 인간은 지금껏 살아남아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지배적인 종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뇌가 우리 몸의 기본적인 기능들을 망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먹고 나면 포만감을 느낀다. 그런데 달달한 디저트가 있다면 뇌는 위의 신호를 무시해 버린다. 결과적으로 뇌와 몸이 특정 칼로리 섭취에 익숙해지면 이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술은 뇌에서 성취감이나 만족 등을 담당하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술꾼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묘한 행복감을 자극하여 들뜨게 만든다. 그런데 술의 문제 중 하나는 기억상실이다. 알코올이 작용하게 되면 경솔함이나 흥분, 분노를 제어하는 영역의 빨간 불이 희미해지거나 꺼져버린다. 또한 말을 분명하게 하거나 걸음을 조절하는 영역의 전원도 차단된다. 특히 기억 형성과 인코딩 영역인 해마를 방해한다. 

우울증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우울증은 감정적 질환으로 감정이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의 근본 원인으론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울증이 매우 실제적인 증상이며, 때때로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 존재까지 흔들리게 되는 우울증 증상을 쉽게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뇌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논문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빗대어서 뇌의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우려완 달리 재미있다. 과학책이라고 굳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은 난해하지 않게 뇌 이야기를 쉽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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