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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실제 지구의 어딘가에 꼭 존재할 법한 나라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책의 앞표지의 제목 '나의 아로니아공화국' 아래 '김대현 장편소설'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책의 제목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필자와 같은 독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다. 이 책은 김대현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허구에 불과하다.
책의 뒤표지를 살펴보자. 상단엔 "학교에선 노는 기술을 가르치고,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주는 나라. 군대도 자동차도 필요 없고, 영원히 행복할 의무만 부여하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그 아래 '모두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경쾌한 제안!'에서 보듯 작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비단 작가만의 상상이라면 이 책이 출간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고달픈 삶이 주는 현실에 부대끼면서 어쩌면 한두 번쯤 작가와도 같은 허황된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있다. 아무려면 어떠랴!
작가의 기발한 상상의 세계인 가상국가로의 여행을 떠나봐도 좋겠다.
책의 저자 김대현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시나리오와 TV 단막극을 집필했다. 그런 그가 두 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추천의 글이 있다. 그것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 3인의 추천사여서 설득력이 강하다.
영화 '왕의 남자','사도'를 감독한 이준익은 미래의 한 조각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유혹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요즘,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란 유쾌한 소설을 만났다고 한다. 그의 말이 소설을 향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88만원 세대', '국가의 사기'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잘사는 나라가 20세기적 상상이라면서 김대현과 함께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고 했다. 바로 국가를 바꿀 수 없다면, 국가를 만들자!라고.
영화 '나랏말ㅆ.미','몽유도원도'를 감독한 조철현은 김대현이 만든 소설 속 '아로니아공화국'으로 이민 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듯 찬사를 받은 김대현 작가의 신작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이 어떤 나라일지 그 곳에 발을 들여놓자.
책의 본문은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2038년 7월 3일 토요일
아로니아 제3구역 야자수길 3호에서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이 쓰고 엮었다.'
작가는 일찌감치 책의 화자를 김강현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리고 아로니아공화국에 야자수길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대한민국보다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아로니아공화국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며, 또 어떻게 건국된 나라인지 궁금해진다.
책의 차례를 보면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만간 책을 펼쳐서 읽어야 할 독자들의 호기심을 위해서 책의 줄거리를 시시콜콜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서두만 잠깐 소개하겠다.
아로니아공화국 대통령 김강현은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회고한다. 나는 동중국해 한복판에 영토를 건설했고 강하고 새로운 시민들과 함께했으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비가역적 주권국가를 선포했다. 다름아닌 새 국가 아로니아공화국이 탄생했다. 아로니아 국기 블루토피아도 있고, 아로니아 국가 <포에버 아로니아>도 있다.
아로니아 초대 대통령에 이어 제 2대 대통령으로 재선된 나는 퇴임한 후 만화방을 만들어 재미있게 놀아볼 거다. 55년 전 내가 아지트로 삼았던 동구만화방처럼 내 이름의 만화방을 차리겠다.
나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식 구성이다. 현재의 나는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퇴임을 앞두고 있고, 과거의 나는 1982년 중학교 1학년생으로 동구만화방을 들락날락했다.
과거의 나는 1982년부터 시간이 흘러서 2038년 현재에 이른다. 나의 성장에 따라 나의 과거는 역사적 사건으로 남았다. 나는 똑똑하면서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 출신이다.
나는 굵직한 여러 가지 사건에 얽히고 설켜 있다. 마치 우리나라 현대사를 들여다 보는 듯하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시대적 배경과 새로운 국가를 건국할 개연성을 주기 위해 나와 관련이 없는 정계의 거물들 이름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등등.
마침내 아로니아공화국은 건국되었다. 아로니아공화국이 표방하는 정책들은 모두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두고 있다. 가상국가이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이상적인 국가의 실현이 가능할까? 그 답은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사뭇 도발적인 말을 내뱉고 있다.
'21세기 한복판, 인간은 국가를 소멸시켜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는 소멸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국가가 없어도 충분하므로.'
작가의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작가의 의도를 간파했다. 국가의 역할, 국가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