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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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의 제목에 섣불리 고리타분하리란 선입견에 한참 망설이고 망설였다. 하지만 그동안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단 생각에 그만 책을 집어들었다.

책의 앞표지 '조선왕조실록1-태조,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에서 보듯 이 책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록'은 1권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선의 시작을 열었던 1대 태조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27대 순종까지를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책의 뒤표지 "변방의 무장 이성계, 중원의 황제를 꿈꾸다"를 대할 때면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이성계는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면서 건국 이념으로 사대교린을 채택했다. 사대교린은 큰 나라인 명나라를 섬기고, 주변의 여진, 왜 등과는 친하게 지내겠다는 조선의 외교노선을 뜻한다. 그런데 명나라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중국 땅의 중심부인 중원을 넘보고 황제를 꿈꾸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책의 저자 이덕일은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 대중과 호흡하는 집필가로서의 본능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사에 숨겨진 뒤틀린 부분을 건드려왔다. 그는 10년간의 구상과 5년간의 집필 끝에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조선왕조실록' 원본이 있긴 하지만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엔 어려움이 많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500년 정신이 담긴 위대한 기록'이다. 조선은 무려 518년의 긴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왕조다. 저자는 그 핵심을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기록 유산의 존재와 조선이라는 나라의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조의 혜안에서 얻는 산지식'이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조선 왕조 518년 동안 27명의 왕이 있었다. 한 임금이 평균 19년 정도 왕위에 있었던 셈이다. 그들 중 성공적인 정치가였다는 평가를 받는 군주는 많지 않다. 그들이 각자 처한 환경이 달랐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역사는 단지 흥미 있는 옛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들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는 가장 탁월한 미래학이다.'라는 말로 끝맺고 있다. 

책의 차례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흔들리는 왕토에서>, 2부 <머나먼 개국의 길>, 3부 <개국군주라는 자리>다.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그는 고려말 수도 개경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국경지대를 지키는 동북면 병마사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새 나라를 세우고 왕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에 있다. 

불우한 지식인 정도전은 동북면 병마사 이성계를 찾아가면서 두 개의 경구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다. '임금은 배요, 백성들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라는 순자의 말과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라는 맹자의 말이다. 순자와 맹자는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을 움직이면 그것이 곧 천명이라고 지적했다.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고려말 공민왕이 친원파를 몰아내고 쌍성총관부를 탈환하는 등 원나라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신돈을 등용해서 세신대족이 차지한 대토지와 노비를 원래로 되돌려놓기 위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했다. 이때가 고려왕조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공민왕의 갑작스런 변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조 이성계의 일대기는 고려말의 상황과 맞물려서 돌아간다. 그래서 고려말 공민왕부터 우왕, 창왕, 공양왕에 이르는 역사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1'을 읽으면서 고려말 공민왕 이후의 왕들은 나름 그들이 처한 상황하에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이성계와 정도전이었다. 고려의 운이 다해서라기 보다 고려의 왕들은 백성들의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 

조선의 왕이 된 이성계는 명나라의 위기를 틈타서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서 군대를 정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하지만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은 죽임을 당하고 그의 꿈은  좌절된다. 

이성계의 말년을 보면 그가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새나라를 건국했건만, 권력이 허망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1'을 읽으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고려말의 정세가 마치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할 역사책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1, 2권이 출간되어서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알고 있었던 조선 왕조 오백 년의 제대로 된 역사를 습득함으로써 삶의 혜안과 통찰력을 갖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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