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까마득한 고교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전문학 교과서에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를 반추하면서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를 선택했다.
책의 앞표지를 보면 책의 제목을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라고 표기했어도 충분히 고등학생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 텐데, '이토록 친절한'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그만큼 여느 문학 교과서를 표방한 책들과 다른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친절하단 말인가?
책의 뒤표지를 보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고전 운문을 총집합! 시험에 나오는 필수 고전, 한 권으로 끝내자!'라고 나와 있다.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학습한다면 고전 운문을 마스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는 모든 고전 운문 작품을 꼼꼼히 읽고 해석하여 400장이 넘는 그림으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또한 25년간 학교 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쳐 온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친절한 해설이 더해져 있다. 이만하면 학생들이 학습하는 문학 교과서로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지 않을까?
책의 글 작가 하태준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5년 동안 고등학생에게 문학과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방면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의 그림 작가는 남성훈, 이선희로 고전 운문을 바탕으로 세밀화를 그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특히 글 작가의 해설을 표현한 세밀화로 인해 차별화되고 풍부해졌다.
책의 차례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고대 가요>, 제2장 <향가>, 제3장 <고려가요> 순이다. 고전 운문에 해당하는 갈래 3가지를 다루고 있다.
제1장 <고대가요>의 작품들에 앞서 한 장을 할애해서 고대 가요를 설명한다. 아시다시피 고대 가요는 고조선 시대부터 통일신라 이전까지 지어진 모든 시문학 갈래를 말한다.
첫 작품으로 나오는 '공무도하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으로 고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중국의 시가 문학에도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공무도하가'가 회자되기도 했다.
남편이 강물에 빠져죽자 그것을 바라보면서 슬퍼하던 부인도 남편을 따라 강물로 뛰어든다. 이별과 죽음을 노래한 시다. 시에 얽힌 사연을 슬라이드를 보여주듯이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공무도하가'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자로 표기된 것을 한글로 옮겨서 읊어볼까?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네.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그 님을 어이하오.'
'공무도하가'가 시로 나오기까지 숨은 사연을 재구성한 이야기와 그림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어린아이가 글을 정확히 몰라도 그림을 보면서 그림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처럼.
마지막에 원문과 출처, 핵심 정리를 실었다. 참고서에 나옴직한 내용이다. 고교시절에 선생님의 지시로 밑줄 좌악 긋고 암기했다. 그런데 작품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풀어내었기에 독자들은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필자는 마치 고교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완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책을 읽었다. 지금은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으니 오히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학생들이 느끼는 시험의 중압감이 헤아려진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신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유하면 어떨까? 이보다 더 적합한 문학 교과서를 찾을 수 없다. 단언컨데 이 책이 자녀들의 문학 공부에 도움이 될거라고 확신한다. 필자도 조만간 아이에게 이 책을 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