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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이 정말 길다. 입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어도 뒤돌아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유창하게 말하기 어렵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가 그렇다.
책의 앞표지의 기다란 제목에서 '뇌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신경과학자 딘 버넷이 들려주는 뇌과학 코메디'라는 문구에 왠지 난해한 '뇌 이야기'를 일반인 수준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책의 뒤표지의 첫 머리 '우리 몸의 최고 관리자이신 뇌느님을 경배하라!'에서 유추하듯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기관들 중 두뇌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저자는 뇌를 뇌느님이라 부르면서 경배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가 '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얼른 책장을 넘겨보자.
책의 저자 딘 버넷은 정신의학 및 임상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오간다.
'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연세가산숲정신건강의학과 의원 허규형 원장이 감수를 맡았다.
책의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마다 그 아래 소제목이 달려 있어서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부연 설명하고 있다.
1장 <우리 몸의 최고 관리자이신 뇌느님을 경배하라>는 '뇌는 어떻게 우리를 살리고 또 우리를 괴롭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2장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가[단,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할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3장 <너무 고요하고 너무 평온한 게 왠지 수상해>는 %이유 없는 공포와 불안,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에 관한 이야기다.
4장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너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뼘 더 똑똑한 뇌'에 관한 이야기다.
5장 <1.4킬로그램의 슈퍼슈퍼슈퍼컴퓨터>는 '완벽에 가까운 [아주 가끔 제멋대로인] 우리 뇌의 정보처리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6장 <성격이 이상하다고 욕하지 마세요, 뇌 때문입니다>는 '한없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성격이라는 녀석'에 관한 이야기다.
7장 <뇌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에 관한 이야기다.
8장 <뇌에 문제가 생기면>은 '정신건강의 문제는 어떻게 발생할까?'에 관한 이야기다.
각 장의 제목만 훑어봐도 뇌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재미없어 하거나, 과학책이긴 하지만 뇌의 기능과 작용, 신경과학 등의 논의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가 책에서 강조하는 요점은 뇌가 완벽한 듯 보여도 실상은 오류를 잘 일으킨다는 것이다.
각 장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저자는 두세 장에 걸쳐 짤막하게 주제를 언급하고 있다. 본문 맛보기라고 하겠다.
인간에게 뇌가 존재하는 목적은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뇌가 기초적인 기능을 잘 유지한 덕분에 인간은 지금껏 살아남아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지배적인 종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뇌가 우리 몸의 기본적인 기능들을 망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먹고 나면 포만감을 느낀다. 그런데 달달한 디저트가 있다면 뇌는 위의 신호를 무시해 버린다. 결과적으로 뇌와 몸이 특정 칼로리 섭취에 익숙해지면 이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술은 뇌에서 성취감이나 만족 등을 담당하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술꾼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묘한 행복감을 자극하여 들뜨게 만든다. 그런데 술의 문제 중 하나는 기억상실이다. 알코올이 작용하게 되면 경솔함이나 흥분, 분노를 제어하는 영역의 빨간 불이 희미해지거나 꺼져버린다. 또한 말을 분명하게 하거나 걸음을 조절하는 영역의 전원도 차단된다. 특히 기억 형성과 인코딩 영역인 해마를 방해한다.
우울증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우울증은 감정적 질환으로 감정이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의 근본 원인으론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울증이 매우 실제적인 증상이며, 때때로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 존재까지 흔들리게 되는 우울증 증상을 쉽게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뇌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논문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빗대어서 뇌의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우려완 달리 재미있다. 과학책이라고 굳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은 난해하지 않게 뇌 이야기를 쉽게 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