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 삶이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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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인생의 고통을 생로병사로 꼽고 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가 고통이다. 그러니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는 삶이 고통스러워서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다.

책의 앞표지 중간에 있는 삽화를 보면 고개를 숙인 채 뒷모습을 보여주는 한 사람이 서 있다. 난간에 두 손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의 뒷모습은 누구를 가르치는 걸까? 속세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는 저자 자신일까? 아니면 세상살이에 힘들어서 포기한 채 마지막에 다다른 인간일까?

책의 뒤표지에서 저자는 "인생에는 괴롭고 슬픈 일이 더 많습니다" 라는 말로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런데 이런 류의 명상 에세이는 수없이 많다. 이 책도 거기서 거기일까? 그런데 '스스로 삶이 괴로워 불교에 입문한 선승이 전하는 처세술이 아닌 처생술'이라니 뭔가 특별하리란 기대가 생긴다.

책의 저자 미나미 지키사이는 일본 나가노현 출신으로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26살에 조동종에 출가하여 약 20년간 수행 생활을 했고, 지금 후쿠이현레이센지의 주지스님이다. 그는 책을 내고 여러 가지 경로로 속세와 소통하고 있다.

들어가며에서 저자의 말은 파격적이다. 저자는 승려의 신분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을 듣고 있다. 그의 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사람에게 "뭐, 사람은 죽을 수도 있지요. 실제로 자살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라고 대꾸한다. 

불교에 입문해서 수십 년간 수행한 스님이  왜 그리 모진 말씀을 하실까? 그런 스님조차 자신 안에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서 불교에 입문했다. 

이 책은 살기 힘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고 있다. 그는 종교를 '삶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만의 스타일로 불교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 용어는 없다. 

책의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제 2장 <'저 세상'은 있는가>, 제 3장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제 4장 <'지금, 여기'에 사는 의미란>, 제 5장 <부모와 자식의 깊고도 괴로운 인연>, 제 6장 <인간관계는 왜 괴로운가>, 제 7장 <힘든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제 8장 <삶의 기술로서의 불교>를 말하고 있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삶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거기서 몇 가지를 추려서 인용해 보겠다. 물론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이 많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아래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는 것, 그 일로 인해 주위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품고 있는 어려움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나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 그 자체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다. 존재의 불안이 '살기 힘들다'라는 감정으로 연결된다.

'탄생'과 '죽음'은 누구도 경험할 수 없다
죽음은 이 세상에 있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다. 삶의 끝인 죽음도 삶의 시작인 탄생도 알 수 없다. 탄생이나 죽음은 관념이다. 그런데 탄생이나 죽음에 확실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은 괴로워한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게 좋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치 있다는 등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앞으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버렸지만' 이것을 받아들이자고 각오하는 것이다.

부모, 자식 관계 만큼 틀어지기 쉬운 것은 없다
부모와 자식처럼 어려운 관계는 없다. 어떠한 자식이건 자식인 이상 부모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탄생에 관해 일체 책임이 없으니 부모를 보호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부모, 자식의 관계 유지와 자식의 부모 보호는 이치가 아니라 인정과 이해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것을 단순히 정만의 문제로 본인들이 해결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더욱 꼬인다.

강한 분노가 생길 때의 대처법
강한 분노가 생길 때의 대처법으로 내가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몸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다. 강한 분노는 아래에서 치밀어 오른다고 느껴져, 자세를 위쪽으로 유도한다. 가능하면 의자에 앉거나 마루나 지면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그러면 감정의 압력은 반드시 크게 떨어진다. 

두 번째는 한 번은 용서하겠다고 처음부터 결심하는 것이다. 이유나 사정을 일절 묻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실패나 불미스러운 일인 경우, 그것이 처음이라면 모두 용서해준다.

세 번째는 자신이 화내는 이유가 자신과 상대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나오며에서 저자는 불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 자신의 진짜 문제는 의식, 무의식에 관계없이 감추고 싶어 한다.

해설에서 평론가 미야자키 데쓰야는 저자의 책이 "극히 평범한, 매우 흔한 물음을 출발점으로 하면서 단숨에 불교에 근거한 삶의 핵심에 닿게 해준다." 라고 추겨 세운다.

'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에는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들어 있다. 그렇다고 불교 경전을 그대로 인용해서 주저리 늘어놓지 않았다. 

스님이 불교에 입문하기까지의 삶이 무난하지 않아서인지 공허한 이론서가 아니다. 삶의 지침으로 삼고 적용할 말씀이 많다. 

가끔 지금의 내 삶이 괴롭고 힘들다고 느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길게 심호흡을 해보길 바란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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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잘못됐습니다 - 의사가 가르쳐주는 최강의 식사 교과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마키타 젠지 지음, 전선영 옮김, 강재헌 감수 / 더난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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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체 내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인체 내의 복잡한 작용을 간단히 말하면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영양분이 흡수되고 노폐물이 배출된다. 흡수된 영양분은 우리 몸을 이루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재료 및 성분을 따져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라는 책은 허투루 다가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년 365일 삼시 세 끼 식사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또 그것을 꼬집어서 지적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이 책은 제목 만으로도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앞표지 제목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앞에 '의사가 가르쳐주는 최강의 식사 교과서' 라는 수식어구가 눈에 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식사법을 배운 적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식사 예절이나 식재료별로 함유된 5대 영양소 이외엔 생각나지 않는다.

책의 뒤표지에 "건강의 차이가 곧 인생의 차이다" 라는 말은 건강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어 본 독자들이라면 실감할 수 있다. '건강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 것과 같다.' 라는 옛말도 있으니 건강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만, 당뇨로 후회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음식의 진실 8가지는 깊이 새겨둘 만하다. 

* 칼로리와 지방 섭취량은 비만과 무관하다
* 운동은 식후에 바로 하는 것이 좋다
* 먹는 순서에 따라 살찌는 방식이 달라진다
* 과일은 주스로 갈아먹으면 살찐다
* 단백질 보충제가 신장을 망친다
* 화이트와인을 마시면 살이 빠진다
* 탄수화물은 지질과 함께 먹으면 좋다
* 콜라겐은 먹어도 효과가 없다

위의 8가지 진실에 의문을 갖거나 그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례에서 해당 진실의 답을 찾아서 읽어보길 바란다. 

저자는 20만 명을 진료한 본인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적으로 올바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그랬듯이 독자들은 거기에 설득되기 마련일 것이다.

책의 저자 마키타 젠지는 일본의 저명한 당뇨병 전문의사다. 2003년부터 당뇨병을 비롯한 생활습관병,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AGE 마키타 클리닉을 도쿄 긴자에 열고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동안 건강에 관한 여러 권의 저서를 내었다.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는 의학적인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감수를 거쳤다. 강재헌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감수에 참여했다.

감수의 글에서 강재헌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식사법은 온통 오류투성이다.' 라면서 단정짓는다. 왜 그랬을까?

저자가 추천하는 식사법 중에는 상당수의 의사나 영양학자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저자는 38년간 당뇨법 전문의로서 환자를 진료해 온 명의이며, 그가 제시한 식사법은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보완한 결과물이다. 

의학 분야의 전문 지식에 임상 경험이 더해져서 이 책이 탄생했으니 그만큼 이 책에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작하며에서 저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의 90%가 혈당치에 있다면서 인체 메커니즘을 따르는 올바른 식사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한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속설이나 주관적인 건강법에 속아선 안 된다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최강의 식사를 선택해야 한다.

차례는 서장부터 시작해서 6장까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시작하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차례에서 소제목을 보고 궁금한 부분부터 읽으면 된다. 

차례에 나오는 각 장의 일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서장 <인체의 메커니즘을 따르는 최강의 식사 - 혈당치 관리가 최대의 열쇠다> 는 현대인 다수가 탄수화물 중독으로 인한 높은 혈당치가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1장 <의학적으로 올바른 식사법 - 건강 상류층이 알아야 할 식사의 새로운 상식> 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상식은 '지방은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 이다. 

지방은 과식하면 변으로 배출되어 의외로 몸 속에 남지 않는다. 반면에 탄수화물은 100% 몸속에 흡수된다. 

문득 필자가 고깃집에서 고기를 배불리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는 식습관이 잘못된 것임을 상기했다. 고기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야 했다.

그렇다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올리브유, 견과류, 와인, 초콜릿, 콩, 치즈, 블루베리, 커피, 식초, 날것이다. 물론 설탕이나 첨가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서다. 저자는 본문에서 하나씩 그 이유를 자세히 알려준다.

2장 <살이 빠지는 식사법 - 탄수화물 제한으로 심신을 단련한다> 에서 매일 먹는 탄수화물의 양을 줄일 것을 강조한다. 탄수화물을 줄인 만큼 단백질을 늘리라고 한다.

3장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는 식사법 - 세끼 식사로 신체의 기능을 높인다>, 4장 <늙지 않는 식사법 - 외모, 기력, 체력을 유지하고 젊음을 되찾다>, 5장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 - 면역력을 회복하고 암을 멀리한다>, 6장 <통계자료가 알려주는 100세 시대 식사법>이 있다.

단언컨데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의사가 쓴 책이지만 난해하지 않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항목을 취사선택해서 해답을 알려주듯 쉽게 풀어서 썼기에 일반 독자들이 읽기 수월하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건강이나 영양에 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먹는 즐거움으로 인해 서서히 건강을 해친다면 끝내 먹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를 식사 교과서로 삼아서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

식탁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읽고 참고할 수 있는 건강과 영양을 추구하는 필독서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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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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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은 연애 즉 사랑에 관한 기억이다. 누구나 평생에 걸쳐서 여러 번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의 결말이 환희로 진행 중이기도 하지만 때론 아픈 상처로 남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들의 연애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연애의 기억'이라는 책의 제목을 들여다보면서 담담하게 자신의 연애를 되돌아보면서 온갖 상념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맨부커상 수상작가 줄리언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 '연애의 기억'은 연애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책의 앞표지 삽화에서 두 손을 뻗어 얼굴을 벽면에 대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에서 절망적인 사랑을 느끼는 것은 섣부른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파국에 이른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라는 구절에서 독자들은 앞서 '연애의 기억'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의 결말이 파국이다. 징조가 나쁘다.

저자 줄리언 반스는 영국 출신으로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는 1986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석권한 바 있다. 그래서 '연애의 기억'도 작가의 내공이 유감 없이 발휘되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새뮤얼 존슨의 '영어 사전'에 있는 소설에 관한 뜻풀이가 실려 있다. '작은 이야기, 일반적으로 사랑을 다룬다.'라는 뜻에서 보듯 소설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차례는 제목 없이 하나, 둘, 셋으로 표기되어 있다. 각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 문단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이 질문에 화자는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면 사랑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 그 순간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눈 뜬 장님이 된다. 화자인 나도 그랬다.

나는 스무 살 대학생이고 내 애인 수전 매클라우드는 대학에 다니는 아이가 둘 있는 마흔 여덟 살의 유부녀다. 어머니뻘 되는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나는 순탄하지 않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둘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어렵다.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이도 그렇고,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유부녀라는 여인의 처지도 그렇다. 

차례에서 본 하나, 둘, 셋의 기준은 화자의 관점이 변화하는 데 있다. 하나는 화자인 나를, 둘은 내가 너로 바뀌고, 셋은 내가 그로 바뀐다. 수전과의 연애를 얘기하는 화자가 주관적인 나에서 객관적인 그로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두 연인의 사랑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암시한다. 

화자는 파국에 이르게 된 지난 날의 사랑을 회상하면서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엔 기억만이 남는다. 그 기억은 쓰디 쓴 약과 같다. 물론 사랑하는 그 순간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름답고 황홀했으리라. 그런데 그토록 아름다웠던 사랑이 끝나고 나면 아픔과 상처가 오래도록 기억된다. '연애의 기억'은 그런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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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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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제목만으로도 왠지 외롭고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누군가와 같이 길을 걸어가도 나 혼자 걸어가는 느낌을 받는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을 두고 고독 속의 군중이라고 한다. 아직 책장을 펼쳐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의 제목에서 자꾸만 마음이 머무른다. 책의 내용은 제목을 어떻게 풀어쓰고 있을까?

책의 앞표지 삽화는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은 무리지어서 날개짓을 하는데, 지상에 발을 딛고 있는 여인은 왜 홀로 있는 것일까? 고립되어 있지만 한쪽 어깨에 가방을 둘러맨 모습은 씩씩해 보인다.

책의 뒷표지 삽화로 이어진다. 바닷가와 어울리지 않는 한껏 치장을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두 여인의 차림새로 미루어 성격이나 취향이 정반대가 아닐까? 두 여인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 서 있을까?

저자 데라치 하루나는 일본 사가현에서 태어나 현재 오사카부에서 거주 중이다. 회사원과 주부 생활을 병행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일본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을 썼다. 저자는 '여성에게 진정한 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그럴 리 없어.'라고 반문해왔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세상의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목차를 살펴보면 소제목 앞에 유미코 혹은 카에데라는 이름이 작게 표시되어 있다. 유미코, 카에데라는 이름의 두 여인은 주인공이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미코는 마흔을 앞두고 메종 드 리버라는 싸구려 아파트로 203호로 이사왔다. 남편과 별거 중이고 아이는 없다. 계약직 사원으로 얼마 전에 계약 기간이 끝나 새로이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27살에 히로키와 결혼했지만, 히로키가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 자꾸만 전화로 히로키를 불러내면서 별거를 시작했다.

카에데는 유미코의 옆집 205호에 살고 있다. 요코지 절임이라는 회사에서 5년간 사무원으로 근무했지만 퇴직을 앞두고 있다. 사장 요코지는 유부남인데 틈만 나면 카에데에게 접근했다. 나이가 많아서 재취업하기 어렵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유미코와 카에데는 주인공이지만, 외모도 나이도 집안도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보잘 것 없다. 그들은 의지할 가족들도 없다. 그래도 세상의 시선에 위축되지 않는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 (250쪽)

책 250쪽에 나와 있는 유미코의 생각이 이 책의 제목 '같이 걸어도 나 혼자'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남편이 있는 유미코도, 애인이 있는 카에데도 우여곡절 끝에 혼자 남겨진 삶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집으로 되돌아가기 전 천천히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 이소담은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문장이 건조하고 담담하단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두 주인공과 가깝게 느껴졌다고 한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두 여인의 삶은 최악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주저앉은 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끝내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른 두 여인의 시선이 얽히고 설켜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들은 점점 두 여인에게 빠져든다. 처음엔 섣부른 동정심이 앞서서 안타깝지만, 나중엔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두 여인의 미래를 응원하기에 이르른다. 그게 이 소설이 지닌 알 수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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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연기하지 말아요 - 비교하고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당신
니시자와 야스오 지음, 최은지 옮김 / 샘터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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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연기하지 말아요'는 에세이다. 그것도 일본인이 쓴 에세이다. 일본 사람이라고 우리와 다른 게 있을까?

'행복을 연기하지 말아요'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서 나 아닌 누군가로 살아가기 힘들지 않으세요?' 라는 화두를 던진다. 

지나간 꼬꼬마 어린 시설을 떠올려보면 그땐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면서 일희일비한다.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운 가면을 벗어던질 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자 니시자와 야스오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껏 여러 책들을 지었다. 

저자는 조금 지치거나 마음이 침울해지는 날이면 이 책을 꺼내 들고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따뜻함과 행복의 견인차가 되고 싶단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저자가 실제로 겪었거나 저자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차례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소중함이 마음 속에 스며들다>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2장 <다정함에 포근히 감싸이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야기, 3장 <새로운 발견을 하다>는 한바탕 웃고 나면 홀가분해지는 이야기, 4장 <살아갈 용기를 얻다>는 가슴 뭉클해지고 힘이 나는 이야기, 5장 <커다란 사랑을 느끼다>는 언제까지나 잊히지 않고 마음에 남는 이야기다. 

필자에게 각인된 구절이 있다. 4장 <살아갈 용기를 얻다>의 '귀사의 매출 목표는?'에서 다이소의 사례가 나온다. 천원 마트의 대표격인 다이소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점포를 넓혀서 그 수가 약 5,000개 점포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 다이소가 자리잡고 있다. 야노 히로타케 사장은 매일 상품에 가격을 붙이는 것이 번거로워서 전부 100엔으로 통일해버렸다. 그는 다이소의 매출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정하지 않았다. 다이소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다이소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다이소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네 각자도 거창한 인생의 목표보다는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문득 보잘 것 없던 인생이 기분 좋은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다 마음 먹기 나름이다.

저자가 쓴 이야기에 등장하는 실명이 언급된 인물들은 일본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인들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그들의 이름부터 낯설다. 그래서 그들과의 일화를 소개할 때면 선뜻 에세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점만 고려한다면 저자의 말대로 한 편씩 꺼내어 읽기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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